# 최근 김포 조선 왕릉 주변에 건설 중인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단지가 화제다.

뒤늦게 문화재청은 사전 심의를 받지 않은 점을 들어 공사 중지 명령과 함께 해당 건설사를 경찰에 고발했다.

김포 장릉은 조선 제16대 왕인 인조의 아버지 원종(元宗)과 부인 인헌왕후(仁獻王后)의 무덤으로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최악의 경우 아파트 철거 명령도 내릴 수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근에는 '김포 장릉 인근에 문화재청 허가 없이 올라간 아파트의 철거를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해당 청원에는 지난 24일 기준 11만8000여 명이 동의했다. 이 부지는 지난 2014년 인천도시공사가 매각한 용지로 인천 서구청의 경관심의를 거쳐 공사에 들어갔다.

 

# 대한민국 노동운동의 산실 인천도시산업선교회가 화수동 일대 재개발 사업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곳은 똥물 사건으로 유명한 '동일방직 사건' 때 여성 노동자들이 피신한 곳으로 60~70년대 산업화 시대의 노동운동 역사가 오롯이 살아 숨 쉬던 상징적인 장소다.

산업선교회를 지키기 위해 평생을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에 헌신해온, 지금은 백발이 성성한 이들이 노구를 이끌고 단식 농성까지 벌이고 있지만 좀처럼 갈등이 해소됐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인천역 바로 옆에 건축 중인 29층짜리 오피스텔이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인천역 주변은 바다를 앞에 두고 차이나타운, 자유공원 등 인천의 상징이 모여있는 곳이다.

주변 지역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고층 빌딩이 들어서면서 인천의 상징들이 중심에서 주변부로 밀려나고 있다.

건축허가 당시부터 지역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이 반대했지만, 행정행위는 그대로 진행됐다.

인천 지방정부 행정의 난맥상이 그대로 드러난 모습들이다. 여전히 과거의 하드웨어 중심의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송도신도시 개발을 필두로 개발 광풍이 불었던 인천시는 하드웨어 분야에서는 남다른 성장을 거듭해 왔다. 전 세계 어딜 내놔도 하드웨어에서는 밀리지 않는 도시가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소프트웨어의 시대다. 이미지를 소비하는 시대로 변화했고, 도시의 경쟁력은 스토리가 좌우한다. 바로 인문학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조선 왕릉도, 산업선교회도, 인천역도 모두 인천 역사를 간직한 살아있는 스토리 텔링의 보고(寶庫)이다. 이런 곳을 지키지 못한다는 것은 우리의 역사를 지워버리는 셈이다.

결국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인문학의 빈곤함이 오늘과 같은 참극을 초래했다. 인문학 부재의 틈을 비집고 자본과 권력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이제는 인천이라는 도시를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 다양한 인문학의 부흥이 필요하다. 도시 곳곳에 켜켜이 쌓여 있는 온갖 스토리를 보존하고 연구하고, 재조명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예전과는 다르게 많은 지역 전문가들이 SNS를 통해 이러한 빈곤한 인문학의 현주소를 고발하며 도시를 지키기 위해 고전분투하고 있다.

다행히 최근 들어 행정에서도 긍정적인 모습이 보인다.

인천 부평미군기지 토양오염 정화 과정에서 철거 논란이 떠오른 일제강점기 조병창 병원, 120년 넘는 역사에도 존폐 기로에 선 애관극장, 재개발 사업 구역에 포함된 노동운동의 산실 인천도시산업선교회 등 인천 근현대 역사를 품고 있는 건축물을 살리기 위한 전담 조직이 인천시에 만들어진다.

여기에 최근에는 인천시가 인천 내항의 개발을 정지하는 조처를 취해 눈길을 끌고 있다.

'2040 인천도시기본계획안'에 1·8부두 재개발 대상지 42만8000㎡를 시가지화 용지에서 보전용지로 변경하는 내용이 담겼다. 해수부는 반발하지만, 지역 시민사회에서는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인천 내항은 사실상 인천에 마지막 남은 훌륭한 자산이다. 제대로 활용하면 도시의 품격이 올라갈 것이다. 반대로 단순히 이곳을 아파트단지로 채울 요량이면 스스로 도시의 스토리를 만들 힘이 생길 때까지 멈추는 것이 나을 듯하다.

 

/남창섭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