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올림픽처럼 관심 없던 올림픽도 없었다. 일본의 욱일기 논란에 이어 독도 도발까지 이어지면서 코로나로 정상 개최가 어려운 올림픽 대회에 굳이 참가해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길어지는 코로나19에 좀처럼 줄지 않는 전 세계 확진자 수 규모를 보면 그런 생각은 더 했다.

아니나 다를까. 코로나19로 한해 늦게 올해 7월23일 개막해 지난 8월8일 폐막한 2020 도쿄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은 역대 최악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냈다.

금 6개, 은 4개, 동 10개로 종합 16위를 기록했다. 지난 2016 리우올림픽에서 금 9개, 은 3개, 동 9개로 얻은 8위라는 결과와 비교만 해도 실망스러운 결과다. 양궁에서만 금 4개가 쏟아졌지만 태권도, 유도 등 전통적인 대한민국 금 텃밭에서는 그야말로 '노골드' 행진이 계속됐다. 코로나19로 지친 우리 국민들에게 위안이 될 만한 성적은 결코 아니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의 세계 순위는 국민들에게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국민들은 역대 최악이라는 성적 대신 선수 한명 한명에 주목했다.

비록 금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남몰래 땀 흘리며 노력한 선수들의 뒷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다. 전 국민의 응원을 받은 김연경 선수를 중심으로 한 여자배구팀과 인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데다 한국 선수들의 결선진출을 기대할 수 없었던 높이뛰기에서 주목받은 우상혁 선수나 메달 불모지인 근대 5종경기에서 동메달을 따낸 전웅태 선수가 관심을 끌었다. 여기에 한국 수영 미래로 떠오른 황선우 선수와 다이빙 우하람 선수 등은 메달과 상관없이 대한민국 국민들을 TV 앞에서 떠나지 못하게 했다.

특히 동료들을 격려하고 존중하는 김연경 선수의 리더십은 세계를 놀라게 했으며 어린시절 교통사고로 10mm 넘는 짝발에도 긍정의 힘을 보여준 우상혁 선수는 국민들에게 희망이 됐다.

반면 큰 인기와 함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인기 종목은 큰 실망을 안겼다.

축구와 야구는 졸전을 통해 비난을 받았다. 결승진출을 장담했던 축구는 8강에서 탈락했으며 금메달을 꿈꾸던 야구는 6개팀 중 4위를 기록했다. 축구와 야구는 성적을 떠나 선수들의 인성논란으로까지 이어졌다.

과거 우리들의 올림픽을 추억하자면 무조건 금메달이었다.

금메달이 최고였고 따지 못하는 선수들에 대한 비난도 거셌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세상도 많이 변했다. 대한민국 세계 경제 순위가 상승하듯이 올림픽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도 여유 있게 바뀌었다. 이제 금메달은 중요하지 않다. 돈과 인기 많은 종목이 아니라 해도 자신의 역할을 해내고자 끊임없이 노력해 온 선수들이 이번 올림픽에서 주연이었으며 국민들로부터 큰 응원을 받았다.

4등에 오른 여자배구팀을 이끈 김연경 선수의 경우 정치권에서 잇달아 리더십을 칭찬하며 무임승차 하기도 했다. 이제 국민들은 1등이라는 결과보다 스토리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유독 정치판에서는 스토리가 없다. 2022년에는 대통령선거와 지방자치 선거 등 대형 이벤트가 예정돼 있지만 감동은 없고 불법, 강행이라는 단어만 판을 치고 있다. 감동스토리가 아닌 삼류스토리가 전부다. 당선이라는 1등을 위한 부동산 투기, 오만, 내로남불만 넘쳐 난다. 구체적으로 적고 싶으나 혹 통과될지 모를 언론중재법을 이유로 막대한 손해배상을 해야 할지 몰라 꾹꾹 참아본다.

정치권도 이제 스토리를 보여줘야 한다.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짜증 나는 정치뉴스가 판을 치게 되는 현실이 코로나19 상황과 겹쳐 더욱 화를 유발한다.

정치권만 1988 서울올림픽 시절에 머물러 있다. 국민들의 변화된 스타일을 언제쯤 알아챌까 싶다. 2020 도쿄패럴림픽이 지난 24일부터 시작됐다. 대한민국은 14개 종목에 159명 규모의 선수단을 파견했다. 국민들은 좌절을 희망으로 만든 선수들의 감동스토리에 또다시 주목하고 있다.

옛 개그프로 유행어처럼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 아닌 '1등이 아니어도 기억하는 세상'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권만 제자리다. 변화하고 있는 세상의 흐름을 읽지 못한 탓이다.

 

/이은경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