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일 논설위원
이문일 논설위원

조각과 그림 등 미술 작품을 감상하려면 어디로 가야 할까. 흔히 미술관과 전시회 등을 떠올리겠지만, 공원·아파트·건물 앞 등 우리 주변에서도 이를 볼 수 있다. 이른바 공공조형물이다. 현재 국내에 이런 예술 작품이 1만7000점을 넘는다고 한다. 지자체와 민간 등지에서 발주·설치한 작품이다.

문제는 이런 예술 작품이 시민들에게 인정을 받지 못한 채 방치된다는 데 있다. 세금으로 만든 일부 지자체의 공공조형물은 되레 시민들에게 외면을 당한다.

애물단지로 전락한 셈이다. 지자체나 건축주의 의식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저 법과 정책 등에 따라 설치할 뿐, 돌보려는 개념은 희박하다.

이처럼 주위에서 양질의 공공조형물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금액에 맞춰 마치 거래하듯 설치해 오히려 도시 환경을 해치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그런데도 지역이나 건물 등을 상징하는 공공조형물은 우후죽순처럼 세워진다. 충분한 검토 없이 들어서는 공공조형물은 주민들의 감상 대상은커녕 지역의 흉물로 변하기 일쑤다. 그저 눈요깃거리로 전락한다. 설치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조형물을 철거해 예산을 낭비한다는 비난도 산다.

인천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큰 돈을 들여 세운 공공조형물이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고 있다. 체계적 관리 방안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인천에선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낡거나 안전상 위험성 등으로 모두 10개 공공조형물을 철거했다. 지난해엔 중구 차이나타운 내 밴댕이거리 조형물과 남동구 오봉근린공원 내 분수, 부평구 징검다리-만남(동상) 등이 잇따라 없어졌다. 2019년엔 부평구와 경기 부천시 도로 경계선에 설치한 '웅비나래'가 유지·관리비 탓에 제거됐다.

2018년 철거된 연수구 송도1교 LED 전광판 탑도 세금 낭비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인천경제청이 2008년 16억원을 들여 송도국제도시 진입로에 세웠으나,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채 방치됐다가 안전 등급 E판정을 받아 헐렸다. 인천시 건축물 미술작품 심의위원회는 최근 심의에서 7개 건축물에 설치할 미술작품 16개 중 11개를 무더기 부결 처리하기도 했다.

이렇듯 부작용을 양산하지 않으려면, 어떤 방법을 써야 할까. 먼저 공공조형물을 이해하는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 조형물 설치 심의의 합리성과 목적성을 잘 살리는 것은 물론 관리를 더 철저히 해야 할 듯싶다. 20년이 지난 법률 내용의 개선에도 나서야 한다. 오래된 법이 공공조형물을 제대로 설치하는 일을 가로막아서다. 아무튼 체계적으로 조형물을 점검·관리하는 방안을 하루빨리 마련해 시민들에게 환영을 받길 바란다.

 

/이문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