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승 시인이 첫 시집 <반성>을 발표했던 시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착의의 마야처럼

몸에 꽉 달라붙는

엷은 옷을 입고

하나 둘 하나 둘

몸통 운동하는 몸통들

괴슴츠레한 色燈 아래

色燈 같은 눈만 걸어 놓고

몸통 운동하는 몸통들

꿈틀거리는

토르소의 밤

-<반성>의 '반성551' 중에서

 

1987년 <반성>이라는 시집을 발표하며 세상에 나온 김영승 시인의 궤적을 좇다보면 '자조적 실존의 비극'을 느끼게 된다.

인천 유동에서 태어나 제물포고와 성균관대 철학과를 졸업한 그는 무엇을 그렇게 반성했던 것일까.

“몰수당한 젊음, 아득히 까마득히 유예된 꿈, 어처구니없이 참혹한 젊은 시절을 성찰하며 인간의 한계와 모순을 비판한 것입니다.”

그는 시를 통해 세상을 한탄하는 한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이 가져야 할 자기 반역을 이루려 했지만, 시집 <반성>은 당시 문화공보부로부터 외설 경고를 받으며 문제작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외설 경고를 받고 난 어느날 어머니가 밥 먹던 숟가락으로 제 이마를 때리셨어요. '네가 하는 일이 그렇지 뭐' 하시면서요.”

이후 의도와 상관없이 선입견이 덧입혀진 그는 “수난을 겪은 첫 시집이 영광스럽지도 자랑스럽지도 않지만 그 시를 사랑한다”고 고백했다.

김영승 시인은 <무소유보다도 찬란한 극빈>, <화창>, <흐린 날 미사일>, <너무 슬프게는 하지 마세요> 등 여러권의 시를 꾸준히 토해냈다.

작품활동 뿐 아니라 시 쓰기 특강이나 강의로 시민들과도 만나고 있는 그가 이번엔 인천북구도서관에서 '인천, 작가의 서재' 코너를 통해 특강한다.

'80년대의 시인들 개관'이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강의에서 그는 '해체시'와 '형태파괴 시' 등으로 시의 형태적 특징 등에 초점을 맞춰 소개할 예정이다.

북구도서관은 2017년 인천 대표작가로 선정되기도 한 김영승 시인의 서가를 마련해 그동안의 작품, 약력, 사진 등과 함께 대표 시 <반성> 시리즈 일부를 전시한다.

“7월22일 오후 7시부터 강의를 진행합니다. 다시 심해진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비대면 방법인 온라인으로 시민들을 만날 예정입니다.”

/글·사진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