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과 거리가 멀게만 느껴졌던 서울아산병원이 인천과 처음으로 인연을 맺게 됐다.

인천 서구 청라에 추진 중인 의료복합타운 조성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서울아산병원이 선정되면서다. 서울아산병원은 이 사업을 위해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800병상의 종합병원을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또 의료바이오 관련 산·학·연 및 업무시설, 판매시설 등에 사업비만 약 2∼3조원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야말로 서울아산병원의 제2병원으로 의료바이오 분야에서 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그림에 걸맞게 중증 해외·지역 환자를 위한 장기이식센터와 뇌심혈관센터 구축은 물론 인천에서 낯선 이름인 한국과학기술원, 미국 하버드의대 매사추세츠종합병원 등과 인천 청라에서 바이오 클러스터 구축도 추진할 방침이다.

26만㎡ 규모 부지를 대상으로 한 이번 사업은 서울아산병원 외에도 차병원, 인하대병원, 순천향대병원, 세명기독병원 등 5개 컨소시엄이 참가하며 열띤 경쟁을 벌였다. 무대 위 경쟁이 치열했던 만큼 무대 밖 열기도 뜨거웠다. 서울아산병원 명성에 걸맞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기대하는 여론이 높은가 하면 인천지역 의료 상황을 고려한 컨소시엄이 선정돼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엇갈렸다.

그러나 결국 서울아산병원 컨소시엄이 최고점을 획득, 청라 의료복합타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에 이르렀다. 이후 청라의 경우 서울아산병원 지역 유치에 힘입어 집중 조명을 받았다. 청라와 함께 이웃동네 역시 부동산 시장에서 주목받게 된 것이다. 이른바 '병세권'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름있는 병원이 부동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뜻이다.

서울아산병원의 청라 유치는 연내에 체결되는 본계약으로 마무리된다. 사실 이번 서울아산병원의 승리를 놓고 지역 의료기관들은 고사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송도 세브란스병원에 이어 청라 서울아산병원, 여기에 송도와 가까운 시흥에 들어서는 서울대병원까지 둘러싸여 인력 유출 및 경영난 등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인천시민들의 입장에서 볼 때는 어떨까. 굳이 서울로 가지 않아도 인천에서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것은 어찌 보면 호재다. 지역 의료기관들이 갖는 위기의식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동안 인천에 없었던 '병세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인천지역에서 대형 혹은 대학병원들 주변에 '병세권'이라는 꼬리표가 달리는 지역이 있을까. 아쉽게도 떠오르는 곳이 없다. 이는 곧 지역 병원들이 갖는 위상을 대변하는 분위기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지역 의료기관들이 오히려 자신의 역량을 키우는데 소홀했던 건 아닌지 고민해 봐야 할 때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19년 지역의료보험이용통계에 따르면 의료보장 적용인구 10만명 당 의사 수는 인천이 244명으로 17개 시도 가운데 10위를 기록했다. 이는 광주, 대전, 전남, 강원, 제주 등 보다 낮은 수준이다. 간호사 수 역시 386명으로 17개 시도 중 12위였다.

타 지역 환자 관내 유입현황에서도 인천은 서울, 대전, 광주, 세종, 대구, 제주, 강원, 충남, 충북에 이어 10위로 집계됐다. 인천을 찾는 타 지역 환자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아산병원의 청라 의료복합타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이어 지난 9일 중소벤처기업부가 공모한 'K-바이오 랩허브' 사업 구축지로 인천 송도가 이름을 올렸다.

K-바이오 랩허브는 바이오 창업기업의 감염병 진단, 신약 개발 등 실험·연구와 임상시험 등을 맞춤형으로 종합 지원하는 기관 구축 사업이다. 대전과 부산 등이 인천 선정에 불만을 터트리고 있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 등을 기반으로 한 바이오 분야 창업기업 육성이 가능해지면서 관련 분야가 인천에서 좀 더 촘촘하게 발전할 수 있게 됐다.

이제 인천은 청라, 송도를 발판으로 의료 및 바이오 분야에 있어 한 단계가 아닌 두 단계 도약할 채비를 갖췄다. 인천지역 의료기관들은 이것을 기회로 활용할 것인지 아니면 현실에 만족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허나 보다 적극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때 인천 의료기관들의 위상은 지역을 넘어 대한민국에서 주목받게 될 것은 당연하다. 지금은 서울아산병원 선정을 희망했던 시민들에게 서운해만하기보다, 서울 중심 병원들로부터 둘러싸인 심상치 않은 전세를 걱정만하기보다, 경쟁력 확보를 위한 로드맵이 오히려 더 절실한 때가 아닐까.

 

/이은경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