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독재 저항한 사진·전단부터
닮은꼴 오늘날 '미얀마 민주화 염원'
수원 대표작가 회화작품 8점도 공개
▲ 8일 수원시청 로비에서 열린 6·10 민주항쟁 34주년 ‘민주화의 기록 순회 전시’에 고(故)이한열 열사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걸려있다.
▲ 8일 수원시청 로비에서 열린 6·10 민주항쟁 34주년 ‘민주화의 기록 순회 전시’에 고(故)이한열 열사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걸려있다.

'탁! 치니 억! 하고'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던 암흑의 시대. 기록은 고문 없는 세상에서 살길 바랐던 그 날의 역사 속으로 안내한다.

8일 수원시청 로비에서 한창인 6·10 민주항쟁 34주년 기념 '민주화의 기록 순회 전시'를 찾았다.

6·10민주항쟁은 1987년 6월 전국적으로 일어났던 민주화 운동으로 독재정권을 타도하고 '직선제 개헌', '평화적 정부 이양', '대통령 선거법 개정' 등의 결과를 끌어내면서 이 땅 국민의 자각과 민주주의라는 소명을 얻어낸 기념비적 사건이다.

이번 전시는 6·10 민주항쟁의 34주년을 기념하고 ▲다이내믹 코리아 ▲민주화의 기록 ▲미얀마 미술전 등 세 가지 세션으로 구성하고 사진, 회화, 아카이빙 자료들로 다채롭게 꾸며졌다.

▲ 정세학 작 ‘군부에 대한 경례’.
▲ 정세학 작 ‘군부에 대한 경례’.

사진전에서는 6·10 민주항쟁의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사진을 연대 순서로 소개하고 당시 치열했던 역사 속 한 장면들의 순간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 1987'을 통해 대중들에게 익히 알려진 최루탄을 맞아 피를 흘린 채 학우의 부축을 받는 고(故) 이한열 열사의 사진을 비롯해 민주화를 외치던 생생한 현장 모습이 담긴 사진 46점이 내걸렸다. 2002년 월드컵으로 붉은악마가 함성 지르던 그곳이, 일렁이던 수십 만개의 촛불로 가득했던 서울 도심 한복판이, 그 날의 사진 속에선 온통 매캐한 최루탄 연기와 군홧발을 짓이기는 이들의 횡포만이 눈 안에 들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민주화의 기록이 담긴 시집, 화보, 전단, 사진집 등 다양한 아카이빙 자료들도 볼 수 있다. 당시엔 사라지고 은폐되고 빼앗길 수밖에 없었던 자료들도 선보이고 있다.

특히 '무등산', '그날이 오면', '노동의 불꽃으로'의 초판본과 '소리', '분신투쟁 속보', '새벽출정', '노학동맹'과 같은 전단 원본도 볼 수 있다. 다만, 직접 펼쳐보거나 내용을 들여다볼 수 없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최근 우리의 1980년대 군사독재 시절과 비슷한 시기를 겪고 있는 미얀마의 민주화를 기원하며 정세학, 이해균 등 수원 지역 대표 수채화 작가들의 회화 작품 8점도 공개했다. 각각의 작품들은 비비드한 컬러와 미얀마의 어두운 현실이 대비돼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 이해균 작 ‘넋전춤’.
▲ 이해균 작 ‘넋전춤’.

작가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미얀마의 민주화를 염원하며 작품 안에 담아내고 있다. 이 가운데 이해균 작가에 '넋전춤'은 과감한 붓 터치와 푸른색 계열의 색채를 활용해 서늘한 무희의 춤동작을 표현했다. 작품은 미얀마 군부독재의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이들의 슬픔을 달래는 의미가 담겼다.

이번 전시 6·10 민주항쟁 34주년 기념 '민주화의 기록 순회 전시'는 12일까지 수원시청 로비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12~19일 수원역 AK플라자 3층에서 순회 전시를 이어갈 계획이다.

/글·사진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