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유착관계 차단 취지 무색
“거수기 역할 부여 의심” 지적 제기
인천청 “본청 지침에 따라 위촉해”
인천경찰청. /사진제공=인천경찰청
인천경찰청. /사진제공=인천경찰청

전현직 경찰관 간 유착 관계를 차단하겠다던 경찰이 정작 전직 경찰관들에게 자체 수사 심의를 맡기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수사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훼손하지 않으려면 수사 심의위원회에서 경찰 출신 외부인을 배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7일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달 외부위원 30명과 내부위원 10명 등 모두 40명으로 구성된 '경찰수사 심의위원회'를 꾸렸다.

경찰수사 심의위원회는 2010년부터 수사이의 사건 조사 결과에 대한 객관적 심의를 맡았던 '수사이의 심사위원회'를 확대 개편한 위원회다.

수사 심의 신청·종결 사건 점검 결과를 심의하고 의견을 제시하게 되며, 중요 현안에 대한 법리 검토와 영장 신청 여부 등도 심의하게 된다.

특히 경찰수사 심의위원회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경찰 수사 역량과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경찰청이 내놓은 방안 중 하나로 알려졌다.

경찰청은 인천청 등 전국 시도경찰청에 경찰 수사에 국민 시각을 반영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전문가를 외부위원으로 위촉하라는 지침을 내린 상태다.

이에 인천청은 ▲언론인 5명 ▲의료인 4명 ▲NGO단체 3명 ▲사회 인사 2명 ▲교수 3명 ▲변호사 9명 ▲수사 전문가 4명 등 총 30명을 외부위원으로 선정했다.

그러나 수사 전문가 4명 모두 전직 경찰관으로 확인되면서 적잖은 논란이 일고 있다.

당장 내부위원들이 현직 경찰관인데 굳이 심의위원회에 경찰 출신 외부인을 포함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경찰관은 “오랫동안 경찰에 몸담았던 전직 경찰관에게 수사 심의를 맡기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현직 경찰들과 선후배 관계이다 보니 거수기 역할을 부여하기 위해 위촉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꼬집었다.

경찰청이 '경찰 수사사건 심의 등에 관한 규칙'에 외부위원 자격 조건 중 하나로 명시한 '경찰청 소속 공무원이 아닌 사람으로서 5년 이상 수사 업무에 종사한 수사 전문가'를 두고서도 전직 경찰관에게 위원직을 주기 위해 만든 조항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경찰청이 전현직 경찰관 간 유착 관계를 끊기 위해 내놓은 각종 근절 대책과도 상반된 모습이란 비판도 있다.

경찰청은 청탁 수사와 수사 기밀 유출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지난달 수사관과 경찰 출신 보험사 직원 간 유착 가능성이 높은 보험사기 사건의 접수창구를 시도경찰청으로 일원화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본청 지침에 따라 직업별로 외부위원들을 위촉하면서 심의위원회에 전직 경찰관들도 포함됐다”면서도 “심의위원회 운영 구조상 전현직 경찰관 간 유착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