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이른바 님비(자신이 사는 지역에 기피_혐오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지역이기주의)의 전성시대다. 어디 하나 순순히 진행되는 곳이 없다. 이미 20여년 전부터 국가적_사회적 문제로 대두됐지만, 쓰레기매립장_소각장 문제를 놓고 정점을 찍고 있다.

알려진대로 서울시, 경기도, 환경부는 수도권매립지를 대체할 매립지 재공모에 나섰지만 요식행위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주민들의 반발이 뻔한 사안에 자치단체장이 나설 리 없기 때문이다.

앞서 서울시와 경기도 등은 대체매립지를 공모했지만 유치를 신청한 지자체는 한 곳도 없었다. 예상된 결과였다. 인천시가 수도권매립지 2025년 종료를 강하게 외치니 대체매립지를 선정하려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님비 앞에서는 장사가 없었다.

인천시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시는 관내인 옹진군 영흥도를 자체매립지 입지로 결정했지만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다.

영흥도 인근에 있는 안산시, 시흥시 주민들조차 반대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쓰레기 발생지 처리원칙'을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며 서울시와 경기도를 압박해온 인천시로선 출구가 없다. 힘든 여정이 예상된다.

심지어 이런 일도 있었다. 화성시 야생동물피해방지단은 동탄면에서 잡은 멧돼지 사체 4마리를 20여㎞ 떨어진 봉담읍의 한 야산에 소유주 동의를 받고 묻었다.

멧돼지가 잡힌 동탄면 야산의 주인이 매몰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봉담읍 주민들은 “동탄에서 잡힌 멧돼지를 왜 봉담에 묻느냐”며 집단 반발했다. 시는 결국 미흡한 행정이었다며 사과하고 원상복구했다. 멧돼지 사체조차 쉽게 묻을 수 없는 세상이다.

기피시설을 둘러싼 서울시와 경기도의 갈등도 끊이지 않는다. 서울시 7개 자치구는 2004년부터 화성시의 납골공원과 납골시설을 동의없이 사용하고 있어 화성시가 이의를 제기했지만 묵살됐다. 소음_분진으로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거센 서울 구로차량기지의 광명시 이전 계획도 광명 시민들이 반대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조차 님비현상에 가담하고 있다. 자신의 지역구에 공공임대주택이 들어서는 것을 대놓고 반대한다. “임대주택이 들어서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주민들의 하소연을 반영한 것이다.

이들 중에는 공공임대주택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관련법 개정안 발의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의원도 있다. “임대주택을 늘려야 하지만 내 지역은 안된다”는 식이다.

그렇다고 님비를 탓할 수만은 없다. 어찌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자기 동네에 기피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흔쾌히 받아들일 주민은 없다. 대화와 소통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냥 하는 소리다.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처방을 말해야 한다. 이 차원에서 님비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핌비라고 생각한다. 핌비현상(자신이 사는 지역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시설을 유치하려는 지역주의)은 님비현상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이를 유발하려면 기피시설을 유치하는 지역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당연히 막대한 재원이 소요돼 이 또한 만만치 않은 일이지만, 작금의 상황을 타개하려면 획기적인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30년 전에 지방자치제도가 부활된 것은 지역을 편가르고 이기주의를 번식하자는 게 목적이 아니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개인이든 단체든 이득이 있는 쪽으로 향하기 마련이다. 뾰족한 방법이 없다면 같은 방향을 바라봐야 한다. 막대한 인센티브를 제시해 경기도 이천 시민들이 (화장장 설치를 놓고) 님비에서 핌비로 돌아선 것을 새겨볼 필요가 있다. 님비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핌비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