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화폐 논쟁이 한창이다. 국책 연구기관인 조세재정연구원이 이른바 '지역 화폐 무용론'을 들고 나선 것을 계기로 그에 대한 반론들이 줄을 잇는다. 필자 역시 동 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 내용을 SNS를 통해 조목조목 비판해왔는데, 그들의 분석과 주장의 가장 심각한 오류는 무엇보다 통계 사용에 있다. 지역 화폐는 예산만 낭비하는 불필요한 정책이라는 그들 주장은 2010년에서 2018년 사이의 관련 통계에 따르고 있다는 것. 주지하다시피, 정부 및 지자체 재정이 투입된 지역 화폐 정책 이른바 지역사랑 상품권 정책은 2018년 이후에 도입되고 또 본격화된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조세재정연구원의 분석과 그 주장은 기각될 수밖에 없다. 이 글에서는 하나하나 지적하진 않겠지만, 분석과 논의의 오류들이 너무 많다. 국책 연구기관의 보고서로는 어이가 없는 수준이다. 이렇듯,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방식으로 통계가 활용된 점 등으로 볼 때, 연구보고서는 매우 악의적인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 이면에서 누군가의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가 다분히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 누구도 지금 우리 지역들이 위기 국면에 직면해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진 않을 것이다. 서울을 제외한 국내 지역들에서는 그 경제구조도 또 공동체도 붕괴하고 있다. 지역경제는 침체 상황을 넘어 피폐화되고 있다. 지역 안에서 창출된 소득은 지역 밖으로 빠져나오면서 지역에서 생산된 것이 지역에서 소비되거나 조달되지 않고 있고, 지역에 축적된 은행 자금은 지역의 자금 수요에 매칭되지 않고 수익을 찾아 지역 밖을 향해 유출되고 있다. 나아가 지역의 투자는 지역 내 여타 기업들의 생산과 매칭되지 않아 지역 내 산업연관이 약화하고 있다. 결국 우리 인천을 비롯한 우리나라 비서울권 지역의 소득, 자금, 투자는 그 지역 내에서 완결적으로 흐르지 않고 서울 등의 지역 외부로 집중되고 있다. 이와 같은 경제의 서울로의 집중 양상은 우리 지역들의 경제구조를 보다 침체시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역의 공동체는 어떠한가? 우리나라 지역들은 공동체 붕괴로 그 원래의 모습을 잃고 지역의 발전 동력을 상실하고 있다. 지역경제 피폐화에 대한 대안으로 각 지자체는 토건 자본 중심의 개발정책과 주민 개인의 개별화 및 파편화를 초래하는 신자유주의적 지역 정책을 취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역설적이게도 젠트리피케이션 등을 통해 원주민들을 축출하고 또 주민들의 지역에 대한 역사적, 문화적 정체성을 상실하게 함으로써 지역의 여러 공동체를 해체, 붕괴시켜 지역 내 주민들 간의 상호신뢰, 커뮤니케이션, 호혜로 구축되는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을 약화시켜 결국 지역경제를 살리는 시민적, 공동체적 동력 그 자체를 축적시키지 못 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금껏 우리나라 지자체는 지역경제 활성화 및 지역 공동체 복원을 위한 여러 가지 정책들을 취해 왔기 했지만, 그간의 관련 정책들의 효과는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이는 지자체의 분권과 자치보다는 중앙정부와 재벌 대기업의 논리에 편승한 지역 정책들의 한계에서 기인한다. 해서, 우리 지역들은 이러한 기존의 정책들을 대체하고 또 지역 활성화에 직접 기여하는 유효성 있는 정책 대응과 시민 실천에 목이 말라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와 같은 지역의 위기적 상황 하에서,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정책이 바로 지역화폐다. 해외 사례에서는 잘 찾아볼 수 없는 과감한 국가재정 투입과 지자체 주도의 전 방위성, 그리고 발행량의 규모 차원에서도 지역화폐는 국민의 주목을 이끌어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그 지역경제적 효과가 이전의 그 어떤 정책보다도 현저하게 나타났다는 점과 코로나19 팬데믹 하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긴급재난지원금이 인천 등 일부 지자체에서 지역화폐로 지급되면서 지역화폐는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데 충분했다. 예를 들어 여러 지역화폐 중에서도 성공사례로 손꼽히고 있는 인천의 지역화폐 '인천e음'은 지역 내 소비를 대규모로 늘인,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지역 소비진작책으로 기능했다. 인천 밖에서의 소비를 크게 줄이고 외부로부터 소비를 유입시킨 변곡점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또 '인천e음'은 지역 시민의 한계소비성향을 전국 평균을 웃도는 수준으로까지 올렸다. 필자의 연구팀이 주관한 분석에 의하면, 인천 시민들의 가계 총소득이 100만 원 늘어났을 때 2018년에는 90만 원을, 2019년에는 96만 원 이상을 소비로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시민들이 '인천e음' 사용을 통해 확보한 캐시백의 81%가 다시 인천에서 소비되었는데, 그 액수는 2019년에 무려 456억 원에 달했다. 이는 지역 내 수요를 추가로 발생시킨, 유효성이 매우 높은 정책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또 '인천e음'은 지역 소상공인들의 체감경기를 크게 개선시켰는데, 지역화폐 도입 이전에는 지금껏 인천 소상공인들의 체감경기가 딱히 좋아진 적이 없었다는 점, 그리고 지역 소상공인들의 체감경기를 개선시켜줄 여타 지역경제적 요인이 딱히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인천e음'의 성과로밖에 볼 수 없다. 나아가 '인천e음'은 소매판매액 지수를 높이고 대형소매점 판매액 지수는 낮췄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인천 내 매출 감소에도 소매점 매출은 증가했다. 마지막으로 '인천e음'은 지역 내 부가가치세 세수를 파격적으로 늘렸다. 2018년에 비해 지역화폐를 도입한 이후인 2019년에는 무려 744억 원(2019년 상반기 기준)이나 늘어났다.
지역화폐, 이렇듯 우리 인천 지역에서만큼은 그간 목이 말라 있던 유효성 있는 지역경제 정책으로 작용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위에서 살펴본 지역경제 활성화의 직접적인 증거라 할 수 있는 인천의 부가가치세 증대는, 2019년에 소매업 이외의 업종에서 경기를 자극할만한 요인이 없었고 또 지금껏 이 정도 수준의 세수 증대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을 같이 고려할 때, 지역화폐 '인천e음'의 중요한 성과로 간주되어야 한다. 나아가 지역화폐 1조 원의 발행 비용은 캐시백으로 충당된 600억 원인데 2019년 6월까지의 세수는 이를 크게 상회한다. 지자체들이 기존에 '18번으로' 취했던 토목 공사형 경기 진작책이 이 정도의 세수 증대 효과를 담보했을 리 만무하다. 이와 같은 인천에서의 지역화폐 효과는 조세재정연구원의 '지역화폐 무용론'을 기각시킨다. 지역경제 정책의 효과가 작동해오지 못 한 위기적 국면에서, 지역화폐는 유용성도 높고 또 이른바 '가성비'도 높은 정책이다. 이는 지금, 우리가 지역화폐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지역화폐는 본질적으로 '시민의, 시민을 위한, 시민에 의한' 화폐여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정책 운용상의 아쉬움도 분명히 남는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대응들이 금번 기획기사를 통해 충분히 토론되고 또 제안되길 기대해본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