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욱 탐사보도부 기자

“제가 1가구 2주택도 아니고 집도 없이 살다 이제 집 하나 마련하는 건데 너무한 거 아닌가요.”

인천의 한 선출직 공직자는 억울하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 공개된 재산내역을 보니 그는 지역구에서 전세로 살다가 정작 아파트 분양은 부동산가치가 지역구보다 높은 인천 내 다른 곳에서 받은 것으로 나와 물었다. “선출직인데 지역구에 사는 게 유권자들에 대한 예의 아닐까요?” “제가 무주택이다 보니 무작정 분양 신청해본 건데 됐어요. 이것도 재테크나 투자 개념으로 볼 수 있을까요. 좀 다른 각도로 봐줬으면 좋겠어요.”

인천의 선출직 공직자 179명의 공개된 재산내역을 빠짐없이 봤다. 상식은 무너졌다. 집은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라 자산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요한 재테크 수단이었다.

거주는 후순위다. 자신의 정치활동 기반인 지역구에서는 전세나 월세 같은 임차인으로 살면서 타 지역에 부동산을 두고 수억원 시세차익을 본 사례들이 나타났다. 지역구 유권자들을 기만하는 일이다.

살 곳이 바뀌면 기존 거주지를 정리하고 새 둥지를 트는 게 당연한 줄 알았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선거에 나오기 위해 인천에 전입을 한다. 가지고 있던 타 지역 부동산은 팔지 않았고, 그런 부동산 중 일부는 재건축 대상이 돼 연간 1억원씩 오르는 마법을 부렸다.

주택 실수요 공급은 충분한 수준이라는데 집이 없어 임차계약 만료 시기만 되면 가슴 졸이는 지인들이 많은 것도 이런 까닭일 것이다. '실거주'는 부동산 소유에 반드시 따라붙는 후렴구가 이미 아니다.

지난달 생애 최초로 인천에서 아파트를 샀다. 정부 지원 주택담보대출을 거의 최대치로 받았다.

앞으로 30년간 대출을 갚아야 한다. 60대 중반이 돼야 이 집이 온전한 내 집이 된다. 집 문제를 다룬 영화 '소공녀'에서 드러머 대용이 말한다. “집은 감옥이다.” 우리 뒤를 살아갈 세대들에겐 집이 감옥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역시 부동산'이라는 부동산 불패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사회, 선출직 공직자들이 그 디딤돌을 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