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멀티채널 온라인 공연 시도 구보댄스컴퍼니...예술 입체적 눈을 떠야할 때
국내 최초 멀티채널 온라인 공연 시도 구보댄스컴퍼니...예술 입체적 눈을 떠야할 때
  • 조혁신
  • 승인 2020.09.24 10:49
  • 수정 2020.09.24 16: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사이어티 : NOCIETY' 공연을 준비 중인 구보댄스컴퍼니 무용수들이 인천에서 생산된 자동차 타기 홍보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구보댄스컴퍼니 

국내 공연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노사이어티 : NOCIETY'라는 공연을 통해 멀티채널 온라인 공연을 시도하고 있는 구보댄스컴퍼니를 찾았다. 여기서 잠깐, '멀티채널' 온라인 공연이 무슨 내용인지는 잠시 뒤에 설명하기로 한다. 우리가 먼저 알아야 할 것은 '멀티채널 온라인 공연'이 나오게 된 국내 공연예술계 상황이다. 지금부터 공연예술계의 암울한 한복판으로 걸음을 옮겨본다.

전 세계에 번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인류 삶을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세계로 끌어들였다.

코로나19가 처음 중국 우한시에서 보고되었을 때 이 바이러스가 인류의 삶을 뒤바꿔놓을지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코로나19는 출현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았으나 이미 세계 정치∙경제∙사회∙문화∙예술을, 즉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집어삼키는 블랙홀로 자리 잡았다.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마비되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인류의 역사에서 삶이 왜곡되고 마비되었던 적이 있었던가? 물론 있었다. 전쟁이 그것이다.

인류는 셀 수도 없는 크고 작은 전쟁을 치러왔다. 그중에서 인류에게 가장 큰 상처를 준 것은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이다. 그런데 1∙2차 세계대전의 아비규환 속에서도 인류의 삶은 면면히 이어졌다. 특히 예술가들은 전쟁의 화마 속에서도 영화를 만들고 연극을 무대에 올렸다. 무용수들은 춤을 추었고 음악가들은 연주했다. 예술은 고통과 절망 가운데에서 인류가 부여잡을 수 있는 유일한 위안거리가 아니겠는가?

▲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지난 5월 조사 발표한 '코로나19에 의한 공연예술분야 피해현황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중 준비된 공연 수 2만5167개 중 ‘상연 중단’ 6640개(25.7%), ‘잠정 취소’ 1만3458개(53.5%), ‘일정 연기’ 8500개(33.8%)에 달한다. /사진=예술경영지원센터 보고서 캡처

그러나 지금 코로나 팬데믹 시대엔 예술마저 허덕이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 문화예술 분야에서 코로나19에 따른 매출 피해는 상반기에만 1500억원에 달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코로나19 확산으로 공연예술 분야의 매출 피해는 823억원, 시각예술 분야 피해는 666억원으로 모두 1489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취소된 공연은 6640건, 전시는 1525건으로 추정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고용피해는 공연예술 분야 305억원, 시각예술 분야 34억원 등 약 339억원이다. 즉 339억원의 인건비 감소가 발생했다. 고용피해를 추가로 분석해 보면 프리랜서 예술인의 고용피해 규모는 최대 57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지난 5월 조사 발표한 '코로나19에 의한 공연예술분야피해현황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공연단체 73.5%가 매출액이 감소를 경험했다. 매출액이 감소한 금액대별로 살펴보면, ‘1000만원~5000만원 미만’이 34.0%로 가장 많았으며, ‘5억원 이상’ 매출이 감소한 경우도 2.0%(60개 기관) 정도나 되었다. /사진=예술경영지원센터 보고서 캡처

코로나로 관객과의 접촉이 차단된 우리나라 공연계는 무관중 온라인 공연으로 발 빠르게 공연 방식을 바꾸며 자구책을 찾고 있다. 여러 공연단체가 기존 공연을 상연하거나 온라인용 공연을 새로 제작하며 관객들을 찾아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온라인 플랫폼 기반 공연은 승자독식 구조로 흐를 위험성도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허윤정 서울대 국악과 교수는 지난 5월 14일 국립국악원에서 열린 정책 세미나 '포스트 코로나 공연예술: 조망과 모색'에서 "자본력이 있고, 인력도 풍부한 곳에서 만든 영상 콘텐츠 때문에 90% 이상의 평범하거나 소박한 콘텐츠를 만드는 민간업체들은 고사할 위험이 있다"며 "결국 공연시장은 (자본에 의한) 승자독식 구조가 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예술의전당의 경우 지난 2013년부터 공연예술 영상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편당 카메라가 10대 이상 들어가고 제작 기간만 4~7개월이 소요된다. 반면 우리나라 대다수 공연단체는 이 같은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엄두를 못 낸다. 자본도 인력도 없기 때문이다. 예술의전당 영상 프로젝트 같은 공연은 국내 공연단체들에는 딴 세계 판타지의 영역이다.

실제로 예술의전당이 유튜브로 중계한 '싹 온 스크린'(SAC on Screen) 공연 영상은 3월 중순부터 2주간 상영돼 조회수 73만여회를 기록했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 중소 민간단체의 무관중 공연은 조회 수가 수백회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 지난 3월 1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문화의전당 온라인 연극 '브라보 엄사장' 리허설 모습. 온라인 공연은 생각 외로 돈이 많이 든다. 영상 연출, 카메라, 음향, 조명 등 전문가들의 손길이 닿아야 한다. 소규모 민간 공연단체가 온라인 공연을 진행하는데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물론 자본보다는 개인의 도전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원일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은 국립국악원에서 열린 정책 세미나 '포스트 코로나 공연예술: 조망과 모색'에서 "지금은 하드웨어를 구축해야 무언가를 만드는 시대가 아니다. 이미 스마트폰으로 모든 걸 찍을 수 있는 시대"라며 "새롭게 무언가를 시도할 수 있는 사람의 역할이 자본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맞다. '쌀이 없으면 라면을 먹으면 되지 않냐'라는 말처럼 납득할 수 없는 얘기지만 수긍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인천에서 오랜 시간 구보댄스컴퍼니를 이끌어온 장구보 대표 고민의 출발점도 여기서 시작한다. 자본도 없고 관객도 찾을 수 없는 척박한 땅에서 발끝으로 출발선을 그어놓고서 말이다.

사실 비대면 온라인 공연 상황의 실상은 열악할 따름이다. 관객을 만날 수 없어 궁여지책으로 온라인 공연을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 장구보 구보댄스컴퍼니 대표(사진 왼쪽)와 글쓴이.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이지만 유쾌하게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문화예술의 방향과 정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장구보 대표는 "공연 한편을 무대에 올리려면 3∼4개월 정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코로나로 공연 당일날 공연이 취소된다. 그래서 결국 너도나도 비대면 라이브 공연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네이버TV나 유튜브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 공연 동영상을 올린다. 어떤 공연의 경우는 관객 수보다 조회 수가 몇십배 몇백 배 많이 나오는 효과를 거두기도 한다. 그런데 완성도 있는 온라인 공연을 올리려면 자본(돈)이 필요하다. 온라인 공연 송출은 라이브라는 특징을 살릴 수 있지만 카메라나 조명이나 음향 등의 기술 지원이 필수적이다. 자본과 인력이 없는 민간 공연단체 입장에서는 비대면 온라인 공연도 어렵다는 얘기다. 더군다나 수준 높은 공연을 수용자에게 전달하기란 벅찬 실정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현실을 받아들이고 좌절해야 하는가? 아니다. 어쨌든 우리는 발끝으로나마 맨땅에 출발선을 그어놓았다. 그래 죽이 되든 밥이 되는 여기서부터 뛰어야 한다. 설령 그것이 망상일지라도 이솝우화에서 "여기가 로도스다. 여기서 뛰어라!"라는 말처럼 이 출발선에서 뛰어야 한다.

장 대표가 새롭게 떠올린 대안은 관객들과 교감할 수 있는 입체적인 공연이다.

장 대표는 "전문 영상 감독과 조명, 음향 엔지니어 없이 공연에 참여하는 모든 개개인의 실연예술가들이 자신의 공연 모습을 직접 촬영해 라이브로 송출하는 방식을 떠올렸다. 기존의 온라인 라이브 공연이 하나의 온라인 채널로 중계한 데 반해 실연자들이 자신의 스마트폰을 무대 곳곳에 설치하고 각자의 온라인 플랫폼 채널을 통해 여러 각도에서 여러 시점에서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이다"라고 새롭게 시도하는 온라인 라이브 공연에 관해 설명했다.

▲ 구보댄스컴퍼니 무용수들이 '노사이어티' 공연 연습을 하고 있는 모습. 무용수들은 일주일에 두 번 모여 하루 4시간 이상씩 강도 높은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구보댄스컴퍼니

 

▲ 구보댄스컴퍼니 무용수들이 '노사이어티' 공연 연습을 하고 있는 모습. '노사이어티'는 작년 '이상한 사회'라는 작품의 두 번째 시리즈로 제작된 춤 공연이다. 사회가 규정하고 발휘하는 힘, 즉 정의와 공공성은 얼마나 발전된 양상을 보여주고 성장하였을까 라는 질문을 던진다. /사진=구보댄스컴퍼니

장 대표의 말에 따르면 이른바 '멀티채널' 온라인 라이브 공연이다. 수용자들은 한편의 공연을 접하지만 각 실연자가 송출하는 수십 개의 채널에서 자신의 감성에 따라 선택해서 여러 각도로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연하자면 기존에는 무대와 객석 사이에서 관객들은 단편적이고 일직선적인 시선으로만 공연에 접근했다. 기존 대면 공연에서 관객은 주어진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장 대표가 시도하는 '멀티채널' 온라인 공연에서는 관객은 여러 각도로 공연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하는 입체적인 방법론이다. 장 대표는 멀티채널 온라인 공연에 대해 부연 설명한다.

"온라인 공연예술은 소극적이다. 단순하게 한 장면을 찍어서 송출하면 끝이다. 그런데 접근성을 다양화하고 또 다른 관객의 눈들을 멀티채널을 통해서 만드는 것이다. 보지 못했던 다른 방향을 보게 해주는 것이다. 단순하게 정면만 보는 게 아니라 다각화된 채널을 통해서 공연을 다르게 볼 수 있게 하고 선택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이런 방식이 이 시대에 맞은 경향이기도 하다."

문득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온몸에 100개의 눈을 가진 아르고스라는 거인이 떠오른다. 비록 아르고스는 헤라 여신의 명령을 받고 소가 된 제우스의 애인 이오를 감시하다 제우스가 보낸 헤르메스에게 살해당한다. 그런데 비극적 죽음으로 끝을 맺는 아르고스 신화는 우리에게 어떤 영감을 던져준다. 아르고스는 고정된 하나의 시선(관점)이 아닌 여러 개의 시선(관점)에 대한 갈망과 인간 욕망이 반영된 원형이자 망실된 인간집단의 무의식이란 것을 말이다. 우리는 하나의 직선적 시선에만 갇혀 살아왔던 것이며, 인간을 접하면서도 예술작품을 접하면서도 그와 같은 단방향으로만 이해해왔다.

결국 장 대표가 제시하는 '멀티채널'이란 우리가 또는 관객이 눈 감고 있던 아르고스의 나머지 98개의 눈을 뜨게 하는 행위인 셈이다.

장 대표는 "우리가 일상에서 가지고 다니는 스마트폰은 우리의 유일한 소통창구이기도 하다. 그래서 스마트폰을 이용한 소통의 극대화를 모색한 것이다. 그것(스마트폰)이 또 다른 우리의 눈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 또 다른 눈, 아르고스의 눈! 그리고 비록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자연의 힘에 의한 것이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삶이 바뀌었고 예술이 바뀌었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로 가는 지금 공연 무대도 디지털 온라인 영역으로 옮겨갔다. 물론 코로나가 없었다 해도 예술의 장은 디지털 온라인 영역으로 향했을 것이다. 이제 예술가들도 변화된 시대에 맞게 변신을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장구보 대표의 '멀티채널' 라이브 공연은 획기적이고 새롭다. 그리고 또한 눈물겹다.

▲ 구보댄스컴퍼니의 춤 공연 '노사이어티'에서 국내 최초로 시도하는 '멀티채널' 온라인 라이브는 관객이 눈 감고 있던 나머지 눈을 뜨게 하는 집단행위이다. 어쩌면 우리는 그리스신화의 등장하는 아르고스처럼 100개의 눈을 가졌으나 지금은 단지 2개의 눈만 뜨고 살고 있는 건지 모른다. 이제 나머지 98개의 눈을 떠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예술가들의 자구노력과 변신도 중요하지만, 이에 따른 문화예술 방향과 지원 정책도 전면적으로 바뀌어야 할 때이다.

장 대표는 "문화예술 정책도 새롭게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지금까지 정부와 지자체의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은 결과 중심이었다. 제작 과정은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비대면 시대를 맞은 지금 이 시대에는 결과가 아닌 과정 중심으로 문화예술 지원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코로나 시대는 문화예술의 패러다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라고 말을 맺었다.

구보댄스컴퍼니가 준비하고 있는 '노사이어티 : NOCIETY'는 작년 '이상한 사회'라는 작품의 두 번째 시리즈로 제작된 춤 공연이다. 사회가 규정하고 발휘하는 힘, 즉 정의와 공공성은 얼마나 발전된 양상을 보여주고 성장하였을까 라는 질문을 던진다.

장 대표는 "역사적 변천과 권력집단의 반복을 통해 얼마나 이 사회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게 되었는지, 다양한 채널의 커뮤니케이션 도구들과 장치들이 범람하지만, 오히려 소통의 부재와 단절로 인해 소외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하는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며 "보다 성숙한 사회적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하여 갇힌 현실 속에서 몸부림치듯 절규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비극적 삶의 한 축을 들여다보고자 작품을 기획하였다"고 설명했다.

'노사이어티 : NOCIETY'는 오는 10월 23일(금) 오후 7시 30분, 24일(토) 오후 5시에 인천시 송도 트라이보울 무대에서 진행된다. 페이스북 라이브로도 진행될 예정이다.

/조혁신 기자 mrpen@incheonilbo.com

 

 

 

 

 

 

 

▲ 인천일보, INCHEONILBO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