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유리병 잔해물 모여 탄생한 명소…최근 급격히 줄어들어
현지언론 "중국인 관광객들, 기념품 삼아 해변에 유리 가져가"

 

▲ [연합뉴스]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인근에 위치한 폐유리병이 만든 '유리해변'이 중국 관광객들의 유리 싹쓸이로 사라질 상황이라고 연합뉴스가 현지 주민과 언론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과거에는 해변에 예쁜 유리가 많았는데, 지금은 많이 걱정이에요."

지난달 31일 러시아 연해주(州) 블라디보스토크 도심에서 차를 타고 30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한 극동의 관광명소 '유리 해변'의 현지 주민은 다소 씁쓸한 듯 말했다.

과거 유리 해변은 극동이 자랑하는 이색 볼거리였다. 해변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유리들로 가득했었다.

현지 주민은 "해변에 널렸던 유리들은 옛 소비에트연방(소련) 시절 폐유리병을 처리하던 쓰레기장에서 나온 잔해물들"이었다고 강조했다.

날카로웠던 유리 잔해물들은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파도에 의해 반들반들 다듬어졌다.

이후 가지각색의 유리들이 태평양 바다와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하자 해변을 찾는 사람들이 점차 늘었다.

유리병이 나뒹굴던 쓰레기장은 극동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로 변모한 것이 입소문을 타면서 유리 해변이라는 이름도 얻게 됐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밀려드는 중국인 관광객들 탓에 유리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현지 주민은 설명했다.

유리 해변에 밀려든 중국인 관광객들이 기념품을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 유리를 하나둘씩 가져가면서 점점 해변이 옛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는 얘기였다.

▲ [연합뉴스]

 

이를 증명하듯 해변에 '유리를 가져가지 말라'는 내용이 적힌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2018년에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봉지에 유리를 한가득 모아 가져가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에 퍼지면서 이 문제와 관련한 심각성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인 관광객들의 몰지각한 행동을 제재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연해주 관광산업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작년 연해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45만6295명으로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가장 많았다. 한국인 관광객은 29만9696명으로 중국인 관광객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이렇듯 중국인 관광객에 상당 부분 의존하다 보니 관계 당국은 별다른 대책 없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지리학자인 페트로 브롭코 극동연방대 교수는 관영 타스 통신에 "자연적인 영향과 함께 관광객들이 기념품으로 해변에서 유리를 많이 가져가면서 유리가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앞으로 이 상태가 계속되면 20년 이후에는 유리 해변이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조혁신기자mrpe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