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근무하는 인천연구원 평화도시연구단은 지난 5월 14일에서 6월 5일까지 만 18세 이상 인천시민 1,500명, 인천 관내 중ㆍ고등학생 5,202명을 대상으로 <2020 인천광역시 평화ㆍ통일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인천시민만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는 2019년에 이어 두 번째이고, 중ㆍ고교생은 올해가 처음이다.

분석해 보니 인천시민들은 현 안보상황과 한반도 비핵화 전망에 대해서 작년보다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심지어 통일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도 작년 69.9% 대비 8.4%p 낮아진 61.5%에 그쳤다. 반면 상당기간 남북 공존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작년 대비 10.4%p 높아진 27.4%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흥미로운 점은 1030 젊은 세대에서 남북관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젊은 세대는 통일의 긍정적 경험이 없어 ‘통일 비정상, 분단 정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높다. 더군다나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합의 결렬 이후 남북관계 교착국면이 장기화하고 있어 북한을 ‘독재’, ‘경계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도 기성세대보다 높게 나왔다. 그렇다 보니 1030세대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인천시의 역할과 관련 정책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공감하지도 못하고 있다.

인천 관내 중ㆍ고등학생들의 경우 중학생에서 고등학생으로 학년이 높아질수록 한반도가 평화롭지 않다, 북한은 경계의 대상이다, 통일보다 남북공존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상당기간 남북공존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중학생에서 고등학생으로 학년이 높아질수록 2030세대와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필자는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시민과 젊은 세대의 이해와 공감대 형성 없이 평화도시 인천을 조성하는 일은 결코 쉽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게 됐다. 우리가 지향하는 평화는 남북한 간에 점점 구조화되어 가는, 아니 이미 그렇게 되어버렸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드는 세 개의 얽힌 사슬을 풀어가는 과정이다. 하나는 70년간의 남북분단으로 한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이 상실되어 가는 과정의 극복이다. 다음은 한국전쟁으로 형성된 상호 적대적 관계를 청산해 불신을 극복해 가는 과정이다. 마지막으로 1991년 남북한의 유엔 동시 가입으로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ROK)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으로, 다시 말해 국가로 인정되고 있는 현실의 극복이다.

이번 설문조사를 계기로 세 개의 구조화된 사슬을 풀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을 견인할 수 있는 인천형 평화담론이 인천의 평화지성(平和智性) 간에 활발히 전개되기를 기대해 본다. 인천의 평화지성(平和智性)은 인천이 지향해야 할 평화 담론을 생산하고 평화를 보는 서로 다른 시각의 화합을 유도해 평화활동을 견인해야 한다.

아울러, 시민과 젊은 세대의 평화 감수성 증진과 남북협력의 필요성을 위한 인천 시민사회의 활동 역시 다양한 주제와 영역에서 더욱 활발히 전개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인천시와 인천시교육청은 시민과 젊은 세대가 한반도 평화의 중요성을 체험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갖춘 공간과 시설을 제공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재정적으로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주어야 한다. 평화담론과 평화활동이 시민과 젊은 세대의 평화체험과 평화교육으로 연계되는 과정은 평화도시 인천 조성을 위한 시금석이다.

남근우(인천연구원 평화도시연구단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