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의정부 등 74만t 쌓여
지자체 예산으로 우선 조치
소각비 1400억 … 환수 한계
업자·토지주 '버티기' 배짱
▲ 도내 지자체들이 폐기물 업자들이 몰래 버린 방치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19일 평택시 청북면의 한 공장 부지에 각종 쓰레기가 산을 이루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19일 오전 10시쯤 평택 청북읍의 작은 시골 마을. 굽어진 골목길을 따라 10분쯤 올라가자 검은색 펜스가 마치 '성곽'처럼 둘러쳐진 땅이 눈에 띄었다. 그 안에는 '쓰레기 산'이 있었다. 학교 운동장 면적에 5∼6m 높이의 쓰레기 더미에는 썩은 운동화, 고철 등 각종 폐기물이 가득했다. 거무스름한 액체가 토양으로 흘러 오염도 발생했다. 코를 찌르는 심각한 악취도 뒤따랐다.

마을 한 주민은 “저게 도대체 왜 동네 한복판에 있냐”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이 정체불명의 장소는 2018년부터 한 폐기물 업자가 몰래 내다 버리면서 만들어졌다. 처리하는 비용은 48억원. 모두 시민 혈세다. 토지주와 업자가 치울 능력이 없다면서 행정기관의 이행명령에도 배짱을 부리자 시가 자체 예산을 들여 우선 조치에 나섰다.

평택시 관계자는 “업자는 이미 감옥에 가 있고, 토지주도 해결 의지가 없다”며 “추후 처리비용을 토지주나, 업자에게 청구할 계획인데 돌려받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어 불안하다”고 했다.

이는 평택만이 겪고 있는 문제가 아니다. 폐기물 처리 업자들이 도내 곳곳에 무단으로 방치한 쓰레기 74만t을 지자체가 자체 예산을 들여 처리하고 있다. 1000억원을 훌쩍 넘는 세금이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이를 원인 제공자들에게 받아낼 가능성은 극히 낮다. 대부분은 작심하고 폐기물을 방치한 만큼, 본인 앞으로 재산을 두지 않기에 환수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에 따르면 최근 화성 27만t, 의정부 26만t, 평택 5만7000t, 양주 4만8000t, 포천 3만4000t, 이천 1만t, 김포 9500t, 용인 7500t, 연천 6400t, 시흥 5000t, 광주 2600t, 여주 1100t, 동두천 1500t, 군포 120t, 가평 30t 등 총 74만t 가량 쓰레기가 발견됐다.

이 쓰레기 처리비용은 t당 평균 20만원 정도로, 1400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 74만t 중 6만t을 제외하고 모두 소각 등으로 마무리했다.

방치 폐기물은 업자와 토지주가 처리해야 하는 게 원칙이다. 지자체가 이행명령을 내리면 폐기물처리업체를 통해 소각하거나 허가받은 부지에 쌓아둬야 한다.

문제는 원인자들이 돈이 없어 못 한다는 등 '모르쇠'하고 있다. 대상자 일부는 이미 폐기물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옥살이하고 있다.

한 폐기물처리업자는 “폐기물을 처리하려면 죄는 죄대로 받고, 또 돈을 들여 땅을 사 묻는 등 돈이 이중으로 들기에 배짱으로 버티는 경우가 있다”고 귀띔했다.

환경오염과 주민 민원으로 한없이 기다릴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지자체들은 선 처리, 즉 행정대집행 후 비용을 업자와 토지주에게 청구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의정부는 지난해부터 관내 2곳에 있는 26만t을 모두 처리하는데 25억원을 썼다. 그러나 비용을 돌려받을 법적 절차도 밟지 못하고 있다. 토지주는 시의 행정대집행이 부당하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포천시는 12곳에 쌓여있는 5만t 중 4만t을 치우는 데만 66억원을 들였다. 청구 대상자도 1곳당 2~3명 등으로 40여명에 달한다. 올해 5월 17명을 대상으로 30억원을 청구했으나 아직 묵묵부답이다.

포천시는 관계자는 “소송까지 가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 반환 시기가 미지수”라며 “이미 재산이 없는 상태에 놓인 이들은 있어 압류도 어렵다”고 했다.

양주시도 25억원을 10명으로부터 돌려받아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10명 중 절반 이상이 행방불명, 사망, 교도소 수감 등의 상태이다.

양주시 관계자는 “소재를 파악해야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는데 원인자들을 찾을 수 없다”라며 “경기도, 환경부와 함께 조사하고 있는데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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