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대책 논란
소방관 “법 개정·신호시스템 개선을”
본부 “의견 공감 … 사고 줄이기 취지”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가 최근 수립한 구급차 교통사고 대책을 두고 궁여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 대원들의 운전 능력을 키워 교통사고를 예방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장 구급·구조대원들은 '법 개정과 신호시스템 개선 없이는 현실적으로 교통사고를 막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13일 북부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현장에 출동하다 난 구급·구조차 교통사고는 18건가량이다.

지난 4월12일 오후 5시27분쯤 일산서구 이마트 트레이더스 사거리 교차로에서 불을 끄려고 출동하던 소방차가 킨텍스 물탱크 차량과 추돌했다.

3월12일에도 의정부시 신곡동 모 초등학교 교차로에서 구급 환자를 이송하려 출동하던 중앙2구급차가 일반 차량과 부딪히는 등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소방관들이 문책당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러자 북부소방재난본부는 구급·구조차 운전자를 상대로 한 자체교육과 운전 연습을 통해 사고를 막겠다는 대책을 세웠다. 문제는 이런 교통사고를 현장 대원들의 잘못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최근 소방 당국이 도 소방공무원 435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2949명(41%)이 사고 원인을 신호 위반으로 꼽았다.

하지만 이는 현장에서 직접 구급·구조 활동을 하는 소방관들의 의견이 고스란히 반영된 게 아니다. 설문에 참여한 2086명(30%)은 신호체계 등 외부 변수를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특히 자체교육과 운전 연습이 해결책이라는 응답한 소방관은 불과 421명(18%)에 그쳤다.

한 구급대원은 “골든타임을 지켜야 한다는 정신적 압박감이 심하다”며 “미국처럼 구급·구조차가 출동할 때 도로를 주행하는 모든 차량이 멈출 수 있게끔 법을 바꿔야 한다. 운전이 미숙해서 사고가 나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구조대원도 “긴급 차량이 우선 갈 수 있게끔 도로의 신호시스템도 바꿔야 한다”면서 “촌각을 다투는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운전자의 신호 위반을 문제 삼으면 안 된다. 국회의원과 소방 당국이 현실에 맞게 법과 제도부터 정비해야 옳다”고 주장했다.

북부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신규 채용이 많았다. 이 중 일부가 차량 운전을 맡았다. 운전이 미숙해 사고가 나기도 한다”며 “근본적인 법 개정과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현장 대원들의 의견에 적극적으로 공감한다. 그 전에 운전자 자체교육과 운전 연습으로라도 사고를 줄이려는 취지다”라고 밝혔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일선 시·군, 경찰과 협력해 긴급 차량 우선 신호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가평 오거리 등 2개 지역에 우선 신호시스템을 시범적으로 설치·운영 중이다”고 설명했다.

/의정부=황신섭 기자 hs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