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방지법' 시행 불구
지난해 사기 인원·금액 껑충
무면허·고의사고 보험금 편취
법원, 벌금형·집유 선고 그쳐
2016년 9월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시행으로 보험사기에 대한 처벌 수위가 강화됐지만 보험사기가 줄어들기는커녕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작 법정에서 강력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탓에, '보험사기는 큰 죄가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사회 곳곳에 빠르게 퍼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금융감독원의 '연도별 보험사기 적발 실적' 자료를 보면, 보험사기 적발 인원은 2015~2017년 8만명대를 유지하다가 2018년 7만9179명으로 소폭 감소한 뒤 지난해 '9만2538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적발액도 2015년 6549억원, 2016~2018년 7000억원대를 기록하다가 지난해 '8809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는 2016년부터 시행된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보험사기를 예방하거나 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기존 보험사기범은 사기죄로 처벌받아왔다. 사기죄 형량은 10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이다.
그러나 보험사기 처벌이 일반 사기보다 경미한 수준에 머물러 별다른 죄의식 없이 범죄에 가담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보험사기죄를 별도 범죄로 구분해 형량을 '10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높이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도입된 것이다.
문제는 이 특별법으로 선고 형량을 결정하는 법원이 여전히 재범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보험사기범에게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무면허 상태에서 교통사고를 낸 뒤 운전자 바꿔치기로 보험금 수천만원을 청구한 40대 남성이 받은 죗값은 고작 벌금 500만원이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주차대행업을 하는 A(45)씨는 지난해 1월14일 새벽 인천공항 인근에서 고객이 주차 대행을 맡긴 차량을 무면허 상태로 운전하다가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교통사고를 냈다.
A씨는 무면허 운전에 따른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사실혼 관계에 있는 B씨를 사고 현장으로 불러내 그가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낸 것처럼 입을 맞췄다.
이후 차량과 도로 시설물 수리비 등 모두 4700만원을 보험사에 청구했으나 범죄 행각이 드러나 보험금을 받지 못했다.
인천지법은 올 5월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과 도로교통법 위반, 공항시설법 위반 등 4개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지난해 10월에는 같은 법원에서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고 보험금 수천만원을 받아 가로챈 20대 남성이 집행유예로 풀려나가기도 했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C(26)씨는 2016년 11월5일부터 2018년 9월29일까지 인천 서구 교차로 등지에서 고의로 5차례 교통사고를 내 보험사로부터 54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법률 전문가들은 수사기관에 적발되더라도 약한 처벌을 받을 것이란 인식이 보험사기가 기승부리는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최미라 법무법인 다솜 대표변호사는 “보험사기는 보험료를 성실히 납부하는 선량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심각한 범죄”라며 “법원의 엄중한 처벌 의지도 보험사기를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상하 법무법인 씨티즌 대표변호사도 “보험사기범 중에서도 습관적이고 지속적으로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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