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황모씨 5월말 사망
가족확인 난항·비용부담 등에
40여일 지나서야 장례식

부천·안양·성남 등도 운영
도, 내년부터 예산 편성키로
▲ (사)돌보미연대 자원봉사자들이 낯선 이국에서 죽음을 맞은 무연고 외국인 황모씨의 시신을 운구하고 있다. /사진제공=(사)돌보미연대

 

지난 7일 안산 한도병원 장례식장에서는 상주와 유족이 없는 조용한 장례식이 진행됐다. 무연고 외국인을 떠나보내는 자리였다.

시민단체 관계자와 병원 직원 등이 조촐한 제를 올리며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낯선 이국에서 죽음을 맞은 무연고 외국인들의 장례식이 열리고 있다. 경기도내 기초지자체 등이 고인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최소한의 장례비를 지원하는 조례를 제정하면서다.

이날 조선족이자 중국인인 故 황모(40대 추정)씨의 장례식이었다. 황씨는 10년 전 한국에 들어와 생활하다 지난 5월말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황모씨의 시신을 수습해 줄 가족은 중국 현지에 있었고, 43일간 한도병원 장례식장 안치실에 머물렀다.

(사)돌보미연대는 지난 6월말 이같은 소식을 접하고 황모씨의 유가족을 수소문했다. 어렵게 수원과 화성 등에 사는 형제를 찾았지만, 이들의 형제 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수단은 없었다.

한국과 같이 가족관계 증명원 하나면 쉽게 가족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것과 달리 모두 중국 국적인 이들은 중국 전산시스템에도 형제로 등록되지 않았다.

게다가 형제들마저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 병원비와 안치료, 장례비용 등을 부담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결국 황씨는 연고자가 없는 무연고 사망자가 됐다.

과거 무연고 사망자의 시신은 시청 등이 행정절차에 따라 처리했다. 시청이 병원으로부터 시신을 인수하고, 이를 화장한 후 별도의 공간에 뿌리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추모의식이나 고인을 기리는 행위 등은 없었다.

하지만 황씨는 화장을 하기 전 향을 피우고, 제를 드리는 등 약식으로나마 장례식을 치르고 화장된 유골도 공동묘지에 안치됐다.

안산시가 지난 5월 제정한 '안산시 공영장례 지원에 관한 조례' 덕이다.

조례는 빈곤으로 장례를 치를 수 없는 무연고자 및 연고를 알 수 없는 주민 등에 대한 장례를 지원해 고인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한 조례다.

안산시는 시신별 80만~200만원의 장례비를 지원하고 있다.

무연고자 장례를 지원하는 조례는 안산을 비롯해 부천과 안양, 성남 등이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 역시 지난 2월 조례를 제정하고 내년부터 예산을 편성해 무연고자의 장례비용을 일부 지원할 계획이다.

(사)돌보미연대 손철균씨는 “고단한 삶을 살다가 제대로 된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사망하는 외국인 무연고 사망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하나하나의 죽음이 존엄하듯이, 이들의 마지막도 존엄성이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내 무연고 사망자는 매년 500여명씩 발생하고 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