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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옳지, 봄
[새책] 옳지, 봄
  • 여승철
  • 승인 2020.06.10 20:27
  • 수정 2020.06.10 20:27
  • 2020.06.11 1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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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늦었지만…봄 감성에 취해볼까요?

 

▲ 김영진 지음 리토피아 120쪽, 1만원

 

'인천 토박이' 김영진 시인 두번째 시집

인천에서 태어나고 자란 김영진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옳지, 봄>을 출간했다.

생활이나 그 주변으로부터 발상 되고 있는 일상성을 80편의 시에 담아 제1부 종소리는 언어다, 제2부 동백꽃 필 때, 제3부 부러지는 비, 제4부 물속의 길 등의 4부로 나눠 실었다.

'달빛이/ 시간의 얼굴을 찍으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달이 그의 하회탈을/ 다 그릴 때까지/ 나는 눈을 지그시 감아준다.' (시인의 말)

시의 대상이 따로 존재하거나 별난 것을 선호해야 할 필요는 물론 없다. 보편적인 것들에게서 시적 자아를 찾을 수 있다면 그것만큼 자연스러운 대상도 드물 것이다. 김영진의 시에서 일상성의 관점으로 인용한 작품들에서 느낄 수 있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시적 발상과 언어가 그것이다. 즉 쉽사리 시가 될 것 같지 않은 정황들을 시로 풀어낸다는 점과 감정이나 감각을 품은 것이 아닌 구어체의 낱말들로 텍스트를 끌어간다는 점이다.

'진액이 빠져나가는 삼복 중 생일이 들었다./ 바람이 낮잠 자는 동안에도 마니산은 땀을 흘린다./ 온몸이 비실비실 입맛이 쓰다./ 마니산 계곡으로 황소불알처럼 터덜터덜 내려간다.// 산골 가정식 백반집 문을 지그시 연다./ 마니산도 입맛이 없어 음식점 창에 턱을 괴고 있다./ 가득한 반찬 중 젓가락이 고들빼기에 자꾸 간다./ 마니산더러 내려오라고 손짓 해준다.' ('고들빼기' 전문)

삼복더위에 생일을 맞은 시인의 쓰디쓴 입맛을 마니산 모습에 비유한 '고들빼기'는 단순하면서도 재미있게 읽힌다. 더위 먹은 입맛을 '바람이 낮잠 자는 동안에도 마니산은 땀을 흘린다'로 치환한 것이나 '마니산도 입맛이 없어 음식점 창에 턱을 괴고 있다'는 정경묘사가 재치있다. 자고로 쌉싸름한 고들빼기는 입맛을 돋운다 했으니 필경 '마니산더러 내려오라고 손짓'하는 시인의 모습이 자못 넉살스럽게 다가온다.

김유석 시인은 해설 '진술의 힘, 즉물성(卽物性)의 담백한 서정'에서 “다양한 생의 스펙트럼을 펼쳐 보이는 김영진의 시학은 따뜻한 세계관으로부터 우러나는 것임이 분명하다. 흔하여 눈에 잘 띄지 않는 생의 페이소스들이 시인의 내면을 따뜻하게 파고들며 긍정적 사유를 낳고 있는 것이 이번 시집의 가장 큰 덕목일 것이다”라고 밝혔다.

2017년 <리토피아>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김영진 시인은 2018년 첫 시집 <달 보드레 나르샤>를 출간했으며 최근 <옳지, 봄>으로 제4회 아라작품상을 수상했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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