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석부두 굴막, 2020년.

틈날 때마다 인천 동구로 발길을 돌린다. 무언가 하나씩 놓치고 산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 때 더욱 그렇다. 그곳에 가면 사진가의 왕성한 호기심을 자극해 무뎌진 아날로그적 감성을 끄집어내줄 무엇인가가 기다리고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바깥출입이 위축되는 현실에서 디지털화는 더욱 속도를 내며 실내에서 이뤄지는 사이버 강의와 온라인 쇼핑 등 언택트(비대면) 생활이 대세가 되고 있다. 그럴수록 불편하게 발품을 팔지라도 아날로그적 감성을 갈구하게 되는 것은 디지털 문화가 낳은 반작용이다.

인천의 부두는 그런 의미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간직한 보물 같은 존재다. 동구의 만석부두에 감춰진 '굴막'은 인천의 냄새를 비릿하게 풍기던 곳 중의 하나였다. 인천 앞바다 섬에서 채취한 싱싱한 굴을 모여서 까던 임시 건물을 일컫는 굴막은 배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깔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다. 간단한 세간살이까지 갖췄던 60여 채의 굴막은 현재 20여 채만 빈 상태로 남아있다. 대부분 허물어져 부두의 경관을 해치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굴막은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부두의 흉물이 되었다.

인천시 동구는 이곳을 대대적으로 정비해 만석부두에서 화수부두로 연결되는 해안 산책로를 새롭게 조성해 시민들에게 돌려줄 예정이다. 하루하루 고단한 삶을 살던 인천 아낙들의 애환이 서린 굴막이 이제 역사의 한 페이지로 사라지게 된다는 생각에 카메라 셔터가 그 어느 때보다 바쁘게 돌아갔다. 한참을 담아내도 발길이 쉬 떨어지지 않았다. 부디 아날로그적 기억을 간직한 아름다운 해변 산책길로 다시 태어나 인천의 또 다른 명물이 되길 바란다.

/포토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