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하노라고 땅을 파다가 커다란 돌을 하나 끄집어 내어놓고 보니 도무지 어디서인가 본 듯한 생각이들게 모양이 생겼는데 목도들이 그것을 메고 나가더니 어디다 갖다버리고 온 모양이길래 쫓아나가 보니 위험하기 짝이 없는 큰길가더라.

그날밤에 한소나기 하였으니 필시 그 돌이 깨끗이 씻겼을 터인데 그 이튿날 가보니까 변괴로다 간데온데 없더라. 어떤 돌이 와서 그 돌을 업어 갔을까 나는 참 이런 처량한 생각에서 아래와 같은 작문을 지었도다.

내가 그다지 사랑하던 그대여 내 한평생에 차마 그대를 잊을 수 없소이다. 내 차례에 못 올 사랑인줄은 알면서도 나 혼자는 꾸준히 생각하리다. 자 그러면 내내 어여쁘소서

어떤 돌이 내 얼굴을 물끄러미 치어다 보는 것만 같아서 이런시는 그만 찢어버리고 싶더라.

▶그 돌은 어디로 갔을까. 떠난 것은 떠나보내야 한다.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나 혼자는 꾸준히 생각하게 되지만 그 돌은 이미 떠난 것이다. 이제는 떠나버린 어디에도 없는 돌을 향한 마지막 인사가 “자 그러면 내내 어여쁘소서”라니.

돌아보면 사랑은 모두 바보 같은 것이었더라. 한바탕 휩쓸고 간 폭풍 같은 것인데 지나고 나면 폭풍이 있었던 사실조차 믿기 힘들만큼 하늘은 맑고 푸른 것이다. 삶의 잔상처럼 마음에 남아 문득문득 스쳐지나가는 어떤.

무수한 돌 중에 그 돌 하나가 여전히 마음 한켠에 위험하기 짝이 없게 놓여있다. 오늘도 하늘은 푸르기만 한데 돌은 여전히 그 돌로 남아있다. 내내 어여쁜 그대로.

/권경아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