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으로 한 사람에게 도움의 책임을 가할 때 그 사람이 앞장서 나서고 다른 사람들이 그 사람을 따라서 도울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러니 특정인을 지적하거나 호명해서 도움을 청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물론 이런 결과들은 실제 연구들에서 나온 것 들이다.

얼마 전 수원에서 술에 취한 대학생이 억대의 벤틀리를 발로 차며 운전자에게 나오라고 죽여 버리겠다고 위협하는 영상이 돌았다. 대학생은 술에 깬 다음에 기억이 전혀 없다고 한다. 참으로 취객의 전형적인 못 말리는 변명이다. 그 동영상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거나 핸드폰으로 그 소동을 찍을 뿐 아무도 그를 말리지 않았다. 오히려 취한 대학생의 만용을 재미있어 하며 낄낄거리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운전자는 어떨까. 둘러싼 수많은 사람들은 자신을 도와주기보다 그저 방관하고 있다. 만약 당신이 그 운전자라면 어떤 느낌일까. 갑자기 벌어진 말도 안되는 일에 두려움이 들까 혹은 분노가 일까 혹은 다른 감정일까.

당신은 남의 일에 참견을 잘 하나 아니면 자신의 일 이외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인가. 당신이 올림픽대로를 빠르게 달리고 있는데 한 남자가 도로에 갑자기 나타났다고 해보자. 주변 자동차들은 급하게 그 사람을 피해가느라고 작은 소동이 벌이지고, 물론 당신도 그 사람을 치지 않기 위해 운전하는 데 온 정신을 쏟을 것이다. 스치면서 보니 그 사람은 방향을 잃은 듯 비틀거리며 걸어가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당신은 자동차를 세우고 그 사람에게 가서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겠는가? 아마도 대부분 무슨 일이지 하면서 그대로 달리는 자동차 무리에 휩쓸려 가버릴 것이다. 실제로 이런 비슷한 일이 이탈리아에서 있었다고 한다.

연구에 따르면 낯선 다수의 사람들 속에서 무슨 일을 당했을 때 도움을 받을 가능성은 한 명의 낯선 사람과 있을 때보다 낮다. 여러 사람들이 있음으로써 책임감이 분산되는 것도 하나의 이유지만 또 다른 이유는 그 상황이 위기 상황인지 아닌지 불확실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당신이 갑자기 신체적 이상을 느끼거나 혹은 사고를 당했다면 누군가 도와주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를 갖기보다 구체적으로 도움을 청하라고 권한다. 당신이 처한 상황이 위급 상황이고 도움이 필요한 사항이라는 걸 알려야 한다. 이상한 상황이라며 바라보는 것만으로 낯선 사람들이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사람들은 대개 무슨 일이지 하면서 바라보다 그냥 지나가지 않나. 그러니 다쳤다든가 아프다거나 혹은 앰뷸런스를 불러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낫다. 아니면 경찰에 전화를 해달라고 할 수도 있지 않나.

그 다음은 낯선 사람들 중에 한 사람에게 구체적 도움을 청하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을 둘러보며 도와달라고 소리치는 건 별로 효과가 없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한 사람에게 도움의 책임을 가할 때 그 사람이 앞장서 나서고 다른 사람들이 그 사람을 따라서 도울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러니 특정인을 지적하거나 호명해서 도움을 청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물론 이런 결과들은 실제 연구들에서 나온 것들이다.

그리고 세계 어느 지역에서나 통용될 방법이라고 하니 잘 기억하자. 아니 그 급한 상황에서 그런 걸 어떻게 생각하나 할지도 모른다. 사실 그렇기도 하다. 그러니 평상시 이럴 때 어떻게 도움을 청할지 상상해 보라. 아무 것도 갑자기 되는 것은 없다.

나중에 보니 벤틀리 운전자는 차 안에서 경찰에 전화를 하고 경찰이 올 때쯤 해서 차 밖으로 나왔다고 한다. 현명한 대처다.

그런데 술 취한 대학생은 운전자의 목을 조르고 폭행했다는 것이다. 사실 맨 정신으로 고가의 외제차를 공격하지는 않는다. 누군가 처음 외제차를 소유한 뒤 가장 좋은 점이 도로에서 다른 차들이 알아서 피해줘서 운전이 편해졌다고 한다. 고가의 차와 사고가 날 때 발생하는 고가의 수리비 때문에 알아서 피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다른 누군가는 고가의 외제차의 난폭 내지 과속 운전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경험한다. 꿈에 나오는 자동차는 그 사람의 자아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당신은 어떤 자아를 가지고 있는가.

 

양혜영 정신분석상담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