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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인천을 읽다] 4월의 기도이원
[시, 인천을 읽다] 4월의 기도이원
  • 인천일보
  • 승인 2020.05.31 17:42
  • 수정 2020.05.31 17:36
  • 2020.06.01 경기판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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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두 손을 맞대는데

 

어떻게 네가 와서 우는가

 

 

▶자리(自利)와 이타(利他)

인간은 누구나 자기중심적이고 대상과의 관계에서 항상 자신의 이기(利己)와 인식이 우선한다.

기도란 우선 자신을 내려놓고, 대상과 하나가 되는 일.

너도 나도 없는 무정(無情)한 순간. 무아(無我)와 무념(無念)의 상태.

나(自)와 너(他)로부터 생긴 분별과 이기(利己)의 마음을 멸(滅)할 때 비로소 그 기도에는 색(色)이 공(空)이 되고 공(空)이 곧 색(色)이 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무아(無我)의 가르침이다. 하느님의 가르침(사랑)도 이와 같으리라. 색(色)이 없다면 인간은 나(我)를 알 수가 없고 기도도 없다. 그래서 인간은 그 색(色)을 통해 색(色)을 초월하고자 기도를 한다. 기도의 의미인 사랑과 자비는 곧 이타(利他)에로의 향일이다. '나의 두 손을 맞대는데/어떻게 네가 와서 우는가' 이원의 시. '4월의 기도'가 마음속에서 자꾸만 울리는 것은 바로 이러한 세계를 말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내가 가야 되고, 내가 울어야 되고, 내가 기뻐야 된다고 생각한다. 아니다. 가고 울고 기쁨 가운데 나의 자리(自利)와 이기(利己)가 없어야 한다. 그때서야 비로소 네가 와서 울고 웃고 기뻐지는 것이다. 하루 한때에도 우리들의 삶의 이면에는 아우성과 비탄과 슬픔이 그치질 않는다. 너도 나도 다 같이 자리(自利)와 이기(利己)를 다투기 때문이다. 내가 보는 눈, 내가 듣는 소리, 내가 만지는 사물, 내가 맛보는 맛, 내가 맡는 냄새, 내가 느끼는 감정(마음)들이 이기(利己)와 자리(自利)에서 비롯한다면 지금 이 순간 내가 하는 기도를 멈추고 다시 한번 곰곰히 생각해볼 일이다. 나는 내가 생각하고 보는 눈높이의 세계로 지금 이 순간에도 상대를 재단하고 욕하고 있지는 않는지, 내 마음과 내 뜻이란 이름으로 또 하나의 감옥 속에 갇혀서 상대와 세상을 바라보고 있지는 않는지, 이원의 이 시를 읽고 너도 나도 깊이 생각해보는 아침이었으면 좋겠다.

/주병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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