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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밥먹는아이들-성남 금광중, 이웃 대원중 급식실 더부살이] 상. 매년 공간·예산 실패…7년째 '악순환'
[찬밥먹는아이들-성남 금광중, 이웃 대원중 급식실 더부살이] 상. 매년 공간·예산 실패…7년째 '악순환'
  • 김중래
  • 승인 2020.05.24 19:46
  • 수정 2020.05.24 20:03
  • 2020.05.25 경기판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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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 하나 사이 두고 '식사 차별'
대원중 식당 증축·공용 계획
설계단계 … 실현 여부 미지수
학부모들 “도교육청 관심을”

 

 

▲ 담벼락을 사이에 둔 중학교 두곳이 한쪽 학교에서는 식당 따뜻한 밥을, 맞은편 학교에서는 분필 가루 날리는 교실에서 찬밥을 제공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왼쪽)은 대원중학교와 금광중학교를 연결하는 급식 통로(붉은 점선)의 모습. 오른쪽 사진은 금광중학교에서 대원중학교로 이어지는 급식 통로. /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담벼락 하나를 사이에 둔 중학교 두 곳에 다니는 학생들이 한쪽에서는 식당에서 따뜻한 밥을, 다른 한쪽은 분필 가루 날리는 교실에서 찬밥을 먹고 있다.

성장기 중학생들에게 찬밥 급식이 7년째 제공되는 동안 어른들의 대책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지난 21일 찾은 성남 중원구 대원중학교(학생 182명)와 금광중학교(학생 590명). 금광중 뒤편에는 학생 600인분의 급식이 배달되는 40~50여m 길이의 터널이 있었다.

터널 벽과 지붕은 대부분 슬레이트로 만들어졌고, 중간에는 시멘트벽도 있어 마치 농가의 창고를 연상케 했다.

금광중 측 입구로 들어서자 음식용 승강기(덤웨이터)가 눈에 보였다. 이 승강기를 통해 금광중 2층에서 5층까지 급식이 배달된다.

금광중 학생들은 각 층에 배달된 급식 트레이를 학급별로 가져가 교실 안이나 복도에서 스스로 배식하고, 방금까지 수업을 진행한 교실 책상에 앉아 밥을 먹는다. 바닥에는 급식 트레이 바퀴가 이동할 수 있는 홈이 패여 있었다.

급식은 금광중 20학급 별로 분량이 나뉘어 급식 트레이에 실리는데, 터널을 이동하는 시간과 승강기 한 대를 통해 올려지는 시간을 생각해보면 조리 후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른 후에야 학생들이 밥을 먹을 수밖에 없다.

이동과정에서의 급식위생도 우려된다. 개학이 연기돼 급식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벽면에 처진 거미줄과 선풍기와 바닥의 먼지는 급식이 지나가는 통로의 위생상태라고 보기 어려웠다.

특히 슬레이트 지붕과 시멘트벽 사이에는 오랫동안 찌든 때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터널 반대편 대원중 조리실로 통하는 철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금광중 학부모 A씨는 “똑같은 무상급식인데 금광중 학생들은 매번 배달된 밥을 위생도 걱정되는 교실에서 먹는다”며 “배달시간과 배식시간 중 음식 온도가 따뜻하게 유지되지 못해 찬 밥과 찬 국을 먹고 있다. 특히 겨울철이면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금광중 학생들이 대원중 조리실에서 급식을 배달받게 된 사연은 7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광중은 2012년 도내 중학교 전체를 시작으로 무상급식이 시작되면서 급식실 신설 등을 추진했으나 매번 공간부족, 예산확보 실패 등을 이유로 좌절됐다.

때마침 대원중이 학생 수가 줄며 남은 공간에 급식실을 만들자 금광중은 배달받은 식사를 아이들에게 주기로 했다. 금광중과 대원중은 담벼락 하나를 사이에 둔 이웃 학교로, 금광중 교문을 지나 30여m를 걸으면 대원중 교문이 나오고, 학교 건물도 나란히 남쪽을 바라보고 있다.

배달받은 급식을 주는 궁여지책이 7년여째 계속되면서 금광중 학생들의 급식을 받을 권리가 박탈되고, 이동과정에서의 위생문제가 상존한다.

성남교육지원청은 금광중 학부모 등을 중심으로 수년째 민원이 제기되자 대원중 급식실을 증축해 금광중 학생들도 식당에서 급식을 먹을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아직 설계단계에 불과해 언제부터 금광중 학생들이 식당에서 식사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다른 학부모는 “바로 옆에 붙어 있는 학교인데 급식을 이렇게 먹는 것은 금광중 학생들이 차별받는 것이다”며 “두 학교뿐만 아니라 경기도교육청도 해결방안 마련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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