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천 물류창고 신축공사장 화재 참사 뒤편에는 화마에 취약한 건축자재와 현장의 안전 무신경이 도사리고 있었다. 수도권의 생산?물류기지 역할을 하는 경기도에는 그 어느 곳보다도 샌드위치 패널 건축물이 흔하고 또 계속 지어지고 있다. 비슷한 유형의 화재참사가 유독 경기도에서 자주 일어나는 원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샌드위치 패널은 시설물이 아닌 건축자재에 해당돼 지자체나 소방당국의 관리 범위에서 벗어나 있다고 한다. 차제에 이같은 건축자재의 난연 성능을 대폭 개선하고 작업 현장에서는 안전 관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제도적 정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

2018년 국토교통부의 전국 샌드위치 패널 건축물 현황 조사에 따르면 경기도 소재 샌드위치 패널 구조를 갖춘 공장과 창고는 448개에 달했다. 특히 온라인, 모바일 쇼핑이 대세를 이루면서 경기도 지역에는 대형 물류창고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건축되고 있는 실정이다.

1980년대 건축자재난 당시 국내 시장에 들어온 샌드위치 패널은 건축물의 구조 및 외장, 지붕 등에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스티로폼이나 우레탄폼을 가운데 채우고 양쪽에 철판을 붙여 제작돼 철근콘크리트보다 싸고 공사기간도 짧아 1조원대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스티로폼 등 유기단열재를 넣은 특성상 화재가 발생하면 치명적인 인명 피해를 내는 문제를 안고 있다. 40명이 사망한 이천 냉동창고 화재(2008년), 5명이 사망한 의정부 아파트 화재(2015년) 등도 샌드위치 패널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면서 막대한 인명피해로 이어졌다. 참사가 거듭되면서 정부는 샌드위치 패널에 난연 성능을 적용하는 등의 조치를 마련했지만 달라진 게 별로 없다는 평가다.

규제 강화가 능사는 아니지만 두번 다시 이런 참사가 반복돼서는 안될 것이다. 먼저 샌드위치 패널의 난연성을 강화해야 한다. 지금도 시중에는 성능이 떨어지는 저급한 샌드위치 패널이 널리 유통되고 있다고 한다. 다음으로는 건축 현장의 철저한 안전 관리 체계를 확립하는 문제다. 안전이 확보되는 작업 매뉴얼을 수립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사업 자체가 무너진다는 의식구조의 대전환이 요청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