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안동에서 발생한 산불로 40여 시간만에 축구장 1100개 면적의 산림이 잿더미가 됐다.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는 이맘때면 해마다 대형 산불이다. 올해 경기도내에서도 하루 한 번꼴로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진화방식은 10여 년 전과 달라진 게 없어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방헬기의 운항이 불가능해 야간에는 진화 작업에 손을 놓고 있어야 하는 점이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올들어 약 4개월간 경기도내에서 발생한 산불은 153건이다. 같은 기간 전국 산불 410건의 37%를 차지하는 비율이다. 산불을 끄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은 헬기가 하고 있다. 그런데 야간에 발생하거나 이번 안동 산불처럼 며칠씩 주야로 계속 번지는 큰 산불이 최근 10년간 80건에 달했다.

경기도는 소방재난본부 헬기 3대와 각 지자체가 임차한 민간헬기 20대로 산불 진화에 임하고 있다. 그런데 산불이 밤늦게까지 번지면 이들 헬기는 무용지물이다. 헬기 하부에 달린 물통이 전신주와 나무 등에 걸리는 사고 위험도 있지만 야간 운항에 필요한 서치라이트 등 첨단장비가 없어서다. 이때문에 야간까지 이어지는 산불에 대해서는 민가 주변에 방화선을 치고 동이 틀 때를 기다리는 것이 전부다. 이런 이유로 야간헬기를 개발?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지만 비용과 안전, 기술력 등의 문제로 실현되지 않고 있다. 반면 2013년 민간에서 개발한 야간헬기가 2018년 산불예방기간 중 강원도 고성군에 배치된 사례가 있기는 하다. 이 헬기는 국토부로부터 풍속 5m/sec 이하의 기상 환경 등에서는 야간 운항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얻었다. 전문가들은 야간헬기의 적극적인 개발?도입은 물론 드론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야간 산불 진화기술의 개발에도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리는 지난 세기 한 때 국토의 전체 산림이 벌거숭이산이 되다시피한 시절을 겪었다. 이에 전체 국민이 나서 땀 흘린 결과 세계에 유례가 드문 산림녹화에 성공했다. 산불이 할퀴고 간 산림이 복구되기까지는 다시 50년이 걸린다고 한다. 자랑스러운 우리 산림을 지키기 위해서는 비용을 치르더라도 야간 진화헬기의 운항이 절실하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