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형 비례대표제 취지 무색
코로나19로 조용한 선거 운동
잇단 공천 잡음…무소속 출마
막바지 막말 논란…민심 요동
▲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하루 앞둔 14일 오후 수원시내에서 선거운동원들이 태양 아래에서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며 막바지 유세를 하고 있다. /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4·15총선이 120여일 간 대장정의 막을 내린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따른 거대양당의 위성 정당 창당, 지난 20대 국회 제3당을 차지했던 국민의당과 바른정당계의 몰락, 공천과정에서의 불협화음 등이 불거졌다.

특히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사상 초유의 '조용한 선거', '깜깜이 선거'로 이어졌다.

▲예비후보 등록…선거 스타트
제21대 총선은 지난해 12월 17일 지역구 예비후보자 접수로 시작을 알렸다.

이번 총선에 도전장을 던진 전국 총선 예비후보 등록자는 총 2758명으로 이 중 1146명이 중도 사퇴하고 1612명이 끝까지 예비후보 신분을 유지했다.

경기지역에서는 총 614명이 도전장을 던져 235명이 사퇴하고 379명이 본 후보 접수일 전까지 예비후보였다.
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 86명, 미래통합당 105명, 민생당 7명, 정의당 18명 등이었으며, 일명 '허경영당'으로 불리는 국가혁명배당금당 소속 115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
국회는 지난해 12월 27일 진통 끝에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포함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정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한 정당이 득표율 10%를 차지했으나, 지역구 당선인 수가 전체 의석의 10%인 30석을 차지하지 못했을 경우 그 차이를 비례대표 의석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유권자들이 사표 심리에 의해 거대 정당으로 표가 치우치는 것을 방지하고 득표율 대비 지역구 당선인이 적은 소수정당도 국민들의 지지만큼 국회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 위해서다.

그러나 의결된 공직선거법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캡'을 씌워 적용되는 비례대표 의석수를 총 47석 중 30석으로 한정했다.

급기야 거대 양당은 비례대표용 위성 정당을 만들며 다양한 목소리를 보장하겠다는 선거제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미래통합당은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는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을, 더불어민주당은 역시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는 더불어시민당 창당을 주도했다.

▲국민의당-바른정당계의 몰락
총선 레이스 초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계의 몰락이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38석을 차지하며 제3당의 입지를 굳혔던 국민의당과 총선 후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 지도부의 방침에 반발해 창당된 바른정당은 그간 통합과 재분열 등을 거치며 결국 4·15총선에서 모습을 감췄다. 현재는 동일한 이름의 2020년 창당된 국민의당과 소수당 중 하나로 전락한 민생당이 총선 레이스에 이름을 올리고 있을 뿐이다.

▲험난한 공천과정
4·15총선 선거 과정에서 각 당은 쉽지 않은 공천 과정을 거쳤다.

민주당은 현역 의원을 대거 교체하는 결단을 내렸다. 도내 지역구를 가진 신창현(의왕·과천), 정재호(고양을) 국회의원 등을 컷오프 했고, 원혜영(부천정)·백재현(광명갑)·김현미(고양정)·유은혜(고양병)·표창원(용인정)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석현(안양동안갑)·이종걸(안양만안)·김정우(군포갑) 의원 등은 경선에 패배해 탈락했다.

다만, 전략·단수 공천 과정에서 불협화음도 생겼다. 민주당이 의정부갑 선거구에 오영환 후보를 전략공천하면서 반발한 문석균 후보 등 4명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총선막바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통합당도 현역 의원들이 대거 불출마를 선언하며 새 얼굴 찾기에 돌입했다. 이현재(하남), 이찬열(수원갑) 국회의원은 컷오프, 한선교(용인병), 원유철(평택갑), 정병국(여주양평), 김영우(포천가평) 국회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통합당은 민주당 현역의원이 있는 선거구 다수를 '청년벨트'로 지정하며 다수 후보를 공천했다.

그러나 공천반발은 여당보다 컸다. '청년벨트'에 기존 청년후보를 제외하고 현역의원을 공천해 반대에 직면했고, 의왕·과천 선거구는 이윤정 전 여의도연구원 퓨처포럼 공동대표를 공천했다가 취소한 후 신계용 전 과천시장을 공천하기도 했다. 총선 당일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린 자유한국당과 통합당 출신 무소속 출마자는 7명이다.

▲코로나 19 '조용한 선거'
지난 1월 말 총선 열기가 달아오를 무렵 시작된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선거운동 풍경을 확 바꿨다. 거리에서 명함을 돌리며 지지를 호소하는 예비후보자들은 소독약을 들었고, 최대 행사로 볼 수 있는 선거사무소 개소식도 줄줄이 취소됐다.

지난 2일 본 선거운동이 시작된 후에도 풍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유세차는 돌아다니지만 로고송과 거리 인사는 최소한으로 줄었다. 선거운동원은 선거 유세보다 소독행렬에 동참했다.

선거운동 구도는 현역 의원과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했고, 야당과 원외인사에게는 상대적으로 불리했다.

▲선거 막바지 '막말' 변수
미래통합당에서 제명 절차를 밟고 있는 차명진 부천병 후보는 지난 8일 방송토론회에서 '세월호 ○○○'이란 말을 하며 막말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에도 '현수막 ○○○' 등의 SNS 글 등이 논란을 키우자 결국 통합당 최고위가 제명결정을 내렸다. 특히 '이부망천' 발언 등으로 논란을 빚었던 미래통합당에서 선거 막바지 또다시 막말 논란이 일자 수도권 유권자들의 민심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