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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의 성정은 강단과 기개, 반골 등으로 특징지어진다. 서울대 법학과 재학 시절 5·18 광주민주화운동 모의재판에 검사로 참여해 전두환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했다가 강원도로 피신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러한 반골기질은 2013년 국가정보원 여론조작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으면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는 2012년 대통령 선거에 개입한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체포영장과 압수수색을 집행했다가 검찰 수뇌부와 갈등을 빚었다. 결국 2013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진풍경이 펼쳐졌다.

윤석열은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던 중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면서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이 압력을 넣은 사실을 폭로했다. 이날 한자리에 있던 조영곤은 윤석열과 논쟁을 벌이다 끝내 눈물을 흘렸다. 이때 '윤석열은 정말 대가 세고 정의롭다'는 인식이 국민들에게 각인됐다. 하지만 대가는 컸다. 1개월 정직 뒤 2014년 대구고검 검사로 좌천됐다.

그러다 2016년 말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으로 전면에 등장한다. 그는 보복을 우려하는 시각에 대해 "수사권을 갖고 보복한다면 깡패"라고 잘라말했다. 2017년 5월 문재인정부 첫 검찰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장에 윤석열'이라는 발표가 나오자 보도진들 사이에 '아' 하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사실상 2단계 승진한 것으로, 기자들조차 예상치 못한 파격이었다. 2019년 7월 마침내 검찰 1인자가 됐지만 원칙을 중시하고 한번 잡으면 끝장을 보는 캐릭터는 이때부터 본격화된다.

그랬던 윤석열의, 코로나19 사태 대처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대구지검은 경찰이 신청한 신천지 대구교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두 번이나 반려했다. 윤석열의 대검이 '강제수사에 돌입할 때 반드시 (대검과) 사전 협의하라'고 지시했으니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국민의 86%가 신천지교회에 대한 압수수색을 찬성하다는 여론조사 결과에도 검찰은 움직이지 않았다. 여론조사를 토대로 압수수색한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그러나 신천지 교단이 사실을 은폐하거나 거짓말로 사태를 키운 구체적 정황이 드러나고, 자금 불법운용에 관한 증언이 잇따르는 등 검찰이 수사에 나서야 할 사유는 충분하다. 그럼에도 검찰은 신중 모드를 이어가고 있다. 민첩하고 전방위적인 수사가 진행된 '조국 사건' 당시와는 너무 다르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강제수사 시 신천지 측이 방역에 협조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을 (방역당국이) 검찰에 전달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지만, 이것이 타당하려면 신천지가 자발적으로 협조해 차질없는 방역으로 이어졌어야 했다. 어쨌든 신천지 수사는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 평가는 훗날의 몫이다.

김학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