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장


추석을 맞아 모처럼 형제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전형적인 베이비 붐 세대들이다. 하도 저출산, 저출산해서 2세들의 출산율을 꼽아 보았다. 아직은 대략 1.00명에 머무른 수준이다. 앞으로 더 늘기는 하겠지만, 세대를 내려가도 가족수가 더는 늘지않는 구조이다. 어느 집이나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저출산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다. 흔히 인구 재앙이라고들 한다. '저출산 한국이 집단자살 사회로 치닫고 있다'는 극언까지 있었다. 지구상에서 사라질 가능성 1위 후보가 한국이라는 엄포도 있다. 분명히 문제는 있어 보이지만 그냥 절망적이기만 한 현상일까.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나가야만 그 사회가 지속가능한 걸까. 인구가 줄어들어 얻게 되는 이득은 없는 걸까. 그리고 어느 정도가 적정한 규모의 인구일까.

정부는 그동안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2년간 130조원을 투입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그 성과는 참담하다. 전문가들에게 올해 합계 출산율 추정을 의뢰한 결과, 지금 추세로 가면 올해 출산율이 0.96~0.99명 사이로 떨어질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그럼 그 돈을 쓰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혹시 그냥 내버려 뒀으면 지금보다 더 나은 결과가 나왔을지도 모르는 일은 아닌가.
그런데 그 많은 예산 중 임신·출산·보육에 관련된 것은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나머지는 저출산 문제와 상관없이 통상적으로 정부가 하는 일에 쓰였다. 학교폭력 예방·성범죄자 신상 공개·안전한 교통환경 조성사업 등이 '저출산 예산'으로 포장돼 있었던 것이다. 보지 않아도 뻔한 모양새다. '저출산'만 내세우면 돈이 나오니 '예산투쟁'에 나선 공무원들이 가만 있었겠는가.

인천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전국 최초로 출산장려금 정책을 도입했지만 2012년 1.301명에서 지난해 1.007명으로 뚝 떨어졌다. 다자녀 가구를 셋째가 아닌 둘째 이상으로 완화해 2022년까지는 어떡하든 출산율 1.3명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한다. 제1차 저출산 대응 중장기 기본계획도 수립됐다.
이쯤에서 우리 사회 전체가 숨을 한번 골랐으면 한다. 앞으로 더 엄청난 예산을 퍼붓고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여 나가면 과연 인구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까. 그런다고 젊은 남녀들이 미루지 않고 알아서들 얼른얼른 결혼해 줄까. 그래서 또 우리 사회가 만족할 만큼의 자녀를 낳아줄까.
인구구조는 언제 어느 사회에서나 항상 변동해 왔다. 우리나라 인구도 과거에도 변화해 왔고 미래에도 그럴 것이다.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둘 이상을 낳으면 비정상으로 치부했던 우리 사회다. 작금의 저출산 현상을 유독 한국만 겪는 것도 아니다. 유럽 등 이른바 선진국들은 오래 전에 겪었다. 그렇다고 그들 사회가 사라진 것도 아니지 않는가. 물질적 풍요와 저출산 사이에 어떤 연동관계가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유사 이래로 인구를 알아서 조절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지는 않은가. 세계 모든 국가가 출산율 경쟁에 돌입한다면 또 어떻게 될 것인가.

저출산 대책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수출목표액처럼 사람의 노력만으로 될 일이 아니라면, 보다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저출산이라는 엄연한 현실을 인정하고 그로 인해 앞으로 국민들의 삶에 어떠한 변화가 생길지를 미리 예측해 미래를 기획하는 것 등이다.
저출산과 고령화 같은 인구 현상은 비록 지금과 같은 수준은 아니었지만 이미 10여 년 전에도 존재했다. 그리고 그 정도가 점점 심해질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거대한 물길을 되돌리려는 데만 몰두했지 닥쳐오는 변화에 대한 대비는 너무 등한시 하지 않았는지. 초등학교 교사 수급정책만 봐도 이제 와서 허둥지둥하지 않는가.
적정인구라는 개념도 있다. 2006년 보건복지부는 한국의 적정인구를 4900만명으로 제시했다. 혹시 아는가. 이대로 가면 대치동 학원으로만 몰리는 과열 경쟁도 좀 식지 않겠는가. 제대로 끼니도 잇지 못하던 시절에는 왜 저출산 걱정이 없었는지도 의문이다. 예로부터 아이는 삼신할미가 점지한다고도 하지 않았는가. 아이는 우리 젊은이들이 알아서들 낳게 놓아두자. 괜히 "우리가 아이 낳는 기계냐"는 핀잔이나 듣지 말고.
우리가 할 일은 따로 있다. 아이만 낳아 놓으면 키울 걱정을 전혀 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거대한 파도를 되돌리려하기 보다는 그 파도를 올라타고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