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주간

 

'소확행(小確幸)'이란 말이 마음을 움직인다. 풀이하면 '작아도 확실한 행복'이다. 일상에서 느낄 실현가능한 행복, 또는 그러한 행복을 추구하는 삶의 경향을 뜻한다. 성취가 불확실한 행복을 좇기보다는, 작지만 이루기 쉬워 믿을 만한 행복을 찾아가는 삶을 말한다.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가 예측한 '트렌드코리아 2018'에 선정될 만큼 최근 한국사회 분위기를 반영한다. 본디 '소확행'은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수필 '랑겔한스섬의 오후'(1986년)라는 내용 중에 있다. 당시 작가는 일본이 1970~80년대 '거품경제' 붕괴로 힘든 상황에서 '작은 데서 행복을 찾는' 심리를 묘사했다. 오늘을 사는 젊은 세대의 상실과 재생을 애절함으로 담담하게 그려냈다는 평을 듣는다.

'소확행'은 결국 과욕을 부리지 않고 조그만 일에도 감사하며 살라는 의미일 게다. 어차피 욕망과 욕심을 내봤자 거기서 거기인데, 무얼 그리 애를 태우냐는 말이다. 그저 가난한 생활을 하면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분수를 지키며 지내는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삶을 부르는 듯하다. 따지고 보면 '소확행'을 향해 힘을 쏟거나 이를 즐기는 사람이 늘어 널리 퍼지는 게 아니냐는 느낌이다. 최근 주 52시간 근무제 영향으로 취미·여가생활이 급증하면서 '소확행 트렌드'는 더 인기를 끌고 있는 '문화'이기도 하다. 삶의 이정표에서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와 통찰의 메시지를 던져준다. 아무튼 이 문구에는 현대인들이 지닌 병적인 '탐욕'을 경계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나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먹고살기도 어려운 마당에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한다. 맞다. 세대별로, 아니면 계층별로 '양극화'가 뚜렷한 이 시대에 소소한 행복을 즐길 틈이 어디 있겠는가. 요즘 젊은이들은 '생활 전선'을 찾느라 악다구니를 치면서 지낸다. 직업이 작든 크든 가리지 않는다. 일부에선 아예 포기를 하고 '백수'를 마다하지 않는다. 세상을 향해 욕지거리도 하고, 한탄을 하기도 한다. 기성세대가 '자기 일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태도'라고 보는 것도 영 마뜩찮다. 하찮은 직업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내가 거기에라도 들지 못한다"는 자괴감에 빠져 여의치 않은 날을 보낸다. 작은 행복을 즐기며, 자기 일에 소명을 느껴야 한다고? 이들은 '소가 하품을 할 일'이라고 여긴다. '청년 백수 100만' 시대. 그냥 놀고 있는 젊은이들을 생각하면 정말 안타깝고 답답하기만 하다.
상당수 노인들에게도 '소확행'은 먼 나라 얘기다. 인천지역의 경우 노인 10명 중 3명 이상은 삶을 포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인천자살예방센터가 최근 3년간 65세 이상 노인 자살률을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1000여명 중 35%가 자살충동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원인 중에는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큰 탓이라고 전해진다. 어디 인천뿐이겠는가. 전국적으로도 같은 현상이지 싶다.

왜 이렇게까지 됐을까. 분명 정치·행정·교육 등에서 지도자를 자처하는 이들의 잘못이 크다고 보인다. 이들 분야가 바로 섰으면, 이 지경까지 왔을까. 이들이 좇는 '욕심'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는 정황이 가득하다. 내일을 바라보지 않고 당장의 이익만을 찾는 데에 이골이 난 그들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정치권도 교육자도, 심지어 가족까지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인식을 심어주진 않았는가 톺아볼 때다. 그래도 '소확행'은 욕심 없이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들린다.

"가는 토끼 잡으려다 잡은 토끼 놓친다. 말 타면 종 부리고 싶다. 갈포 옷을 입으면 모시 옷을 부러워한다. 저 먹자니 싫고, 남 주자니 아깝다. 남의 밥에 든 콩이 더 굵어 보인다. 놓친 고기가 더 크게 보인다. 아홉 가진 놈이 하나 가진 놈 부러워한다. 뱁새가 황새 쫓아가다가 가랑이 찢어진다. 같이 우물 파고 혼자 먹는다. 염불에는 관심 없고 잿밥에만 마음 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프다. 남의 염병이 내 고뿔만 못하다."

인간의 욕심에는 끝이 없다는 격언이다. 자신에게 없는 데 대한 쓸데없는 탐욕으로 가진 것까지 망쳐서는 안 될 일이다. 자기가 지금 지니고 있는 것도 전에는 욕망의 대상이었다. 탐욕스러우면 죄를 낳고 어질지 못하면 근심을 낳는다. 전부를 탐내면 모두 잃게 마련이다. "한 시간 동안 행복하려면 낮잠을 자고, 하루가 행복하려면 낚시를 하고, 한 달 간 행복하려면 결혼을 하고, 1년이 행복하려면 유산을 상속 받고, 일생 행복하려면 다른 사람을 도와라"는 중국 속담이 전해온다. 범사에 감사하고 만족할 때, 행복은 일쑤 찾아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