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 2018] 코카서스 3개국을 가다

▲ 아르메니아의 젊은이들이 예레반 도심 한가운데서 국기를 흔들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아르메니아
인구 293만명 면적 29,743㎢ 수도 예레반
▲ 조지아
인구 390만명 면적 69,700㎢ 수도 트빌리시
▲ 아제르바이잔 인구 992만명 면적 86,600㎢ 수도 바쿠

 

 

 

 

 

 

 

 

 


프롤로그

아르메니아~조지아~아제르바이잔

전쟁·종교·정치 상황 등 생생히 접해

명실공히 실크로드 오아시스로 탐사

인천일보가 야심차게 기획·추진하는 '실크로드 대탐사'가 올해로 13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탐사팀은 중국 서안에서 출발하여 신장위그루지역의 3개 루트를 살펴보았다. 이어 중앙아시아 5개국과 이란, 중동, 발칸 및 지중해 지역을 거쳐 이탈리아 로마를 탐사함으로써 '오아시스로'를 완주하였다.
하지만, 전쟁이나 소요사태 등 이러저러한 이유로 탐사를 못한 곳이 있었다. 이라크와 코카서스 지역이 그곳이다. 이라크는 이란을 거친 대상(隊商)들이 터키의 이스탄불을 향해 가는 루트이며, 코카서스 지역은 투르크메니스탄의 카스피해에서 배를 타면 아제르바이잔의 바쿠로 이어지는 길이다. 바쿠에서부터 터키의 이스탄불로 가는 최단코스에 코카서스 3개국이 위치한다. 탐사팀은 보다 완전한 실크로드 탐사를 위하여 코카서스 3개국을 취재하였다. 전란으로 탐사가 어려운 이라크를 제외하면 명실 공히 실크로드 오아시스로 탐사를 완성하는 셈이다.
코카서스 3개국은 아르메니아, 조지아, 아제르바이잔을 일컫는다. 코카서스 산맥이 이 나라들을 감싸고 있는데서 이르는 말이다. 이 세 나라는 동서로 카스피해와 흑해, 남북으로 이란, 터키 및 러시아 등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옛날부터 실크로드의 요충지로서 중시되었으며, 오늘날에도 각국의 이해관계가 얽혀 서로가 늘 관심과 눈독을 들이는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까닭에 다양한 인류와 종교가 왕래하였고 이에 따른 융합의 문화가 새롭게 피어나기도 하였다. 성경에 나오는 신화들이 이곳에 있고 로마제국보다 빨리 기독교가 정착된 곳도 이 지역이다. 비옥한 대평원과 최상의 기후는 고대로부터 와인의 주산지가 되었다. 풍요가 넘치는 곳이니 만큼 풍파 또한 많았다. 실크로드의 길목이면 어느 역사라 할 것 없이 그러해왔다.
오늘부터 매주 금요일, 코카서스의 실크로드 이야기를 독자에게 소개한다. 이를 통해 독자 여러분은 전쟁과 이산, 민족과 종교, 정치와 사회 등 현장감 넘치는 코카서스의 새로운 모습을 접하게 될 것이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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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들고 부패정권 맞선 국민들 '꿈' 이뤄

수도 예레반서 평화시위 … 파시냔 총리 선출 결실

아르메니아의 첫 아침은 높은 곳에 위치한 호텔 창밖으로 보이는 회색빛 도시 예레반의 풍경으로 시작했다. 호텔 앞에는 소련 연방시절 서 있던 레닌의 동상을 대신해 '마더 아르메니아' 동상이 예레반 시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우리나라 경상도 크기만 한 나라에 293만명이 모여 사는 작은 나라 아르메니아. 20세기 초반 오스만 튀르크시절 150여만명이 학살당했던 제노사이드의 나라, 전 세계에서 기독교를 처음 공인한 나라 '아르메니아'를 기억하며 일정을 시작했다.

취재팀은 4월28일부터 5월1일까지 3박4일 동안 아르메니아를 둘러봤다. 우연히 이들의 벨벳혁명 현장을 함께 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29일 예레반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공화국 광장을 둘러보고 나오다 길이 막혔다.

차량 여러 대가 대로를 막고 서 있었고 운전자는 없었다. 이 길뿐만 아니었다. 다른 길을 찾아다녀도 상황을 마찬가지였다.

가는 곳마다 수십에서 수백명의 젊은이들이 아르메니아 국기를 흔들며 길을 막고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현지 가이드조차 당황했다. 잠깐 설명이 이어진다. 부패하고 무능력한 정권에 맞서 열흘 넘게 시민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고. 처음에는 수십명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수만명으로 늘어났고 특히 젊은이들이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다음 일정이 있기에 차량에서 내려 그들에게 다가갔다. "너희들의 시위를 이해한다. 하지만 모든 길을 막으면 이곳 시민들도, 이곳을 찾은 외국인도 불편하지 않겠느냐"며 정중히 길을 터줄 것을 부탁했다. 하지만 이내 돌아온 말은 "미안하다. 하지만 길을 터줄 수는 없다. 우리는 지금 우리나라가 매우 불편하다. 조금만 참아 달라"였다.

이해했다. 벌써 1년이 훌쩍 지났지만 우리도 부패한 대통령을 몰아내고 새로운 대통령을 세운 촛불혁명의 주인공들이지 않은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엄지를 척 올린다. 나중에 가이드에게 들으니 이곳에서도 한국의 대통령 탄핵과 새로운 대통령 선출에 대해 알고 있다고 한다. 나아가 남북 정상이 만나 평화를 합의했다는 소식까지 알고 있었다.
이 먼 이국에서 한국의 소식이 이토록 빨리 전해지다니. 그리고 이토록 큰 관심을 갖고 있다니. 나중에 이들의 역사와 현재 정치상황을 듣고 나니 이해가 갔다. 우리와 많이 닮은 민족. 그곳이 바로 아르메니아였다.
30일 저녁 공화국 광장에 시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바로 옆 아르메니아 전통식당에서 저녁을 먹던 취재팀도 역사적 현장에 함께 했다. 삼삼오오 모여들던 시민들은 날이 어두워지면서 공화국 광장을 가득 매웠고 그 수가 수만명에 달해 보였다. 분위기도 뜨거웠다. 손에 든 국기를 흔드는 그들의 모습에서 열정과 희망을 느낄 수 있었다.

바로 다음날인 1일 새로운 총리를 뽑는 날이다.

시위는 질서 정연했고 어떠한 폭력도 찾아볼 수 없었다. 모두들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우리가 아르메니아를 떠나오던 5월1일 새로운 총리후보 니콜 파시냔(42)의 선출은 의회에서 부결됐다.

이어서 아르메니아로 통하는 모든 길이 봉쇄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시민들이 총파업으로 기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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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고.
불안했던 마음도 잠시 결국 8일 재투표에서 파시냔은 총리에 선출됐다. 3주 만에 철옹성 같은 정치권력이 무너지고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이다. 총탄 한발, 피 한 방울 없이 오직 평화적인 시위로만 이뤄낸, 이른바 '벨벳혁명'이다.

▲인천일보 실크로드탐사취재팀
/남창섭 기자 csnam@itimes.co.kr
/허우범 작가 appolo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