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상 장보고 주전부리 즐기고 … 情은 덤

지역 18곳 온누리상품권·경품 증정 등 행사 … 저렴한 재료·맛있는 먹거리 즐비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 추석(秋夕). 글자대로 풀이하면 '가을 저녁', 나아가 '가을의 달빛이 가장 좋은 밤'이라는 뜻으로, 달이 유난히 밝은 좋은 명절이 바로 추석이다. 명절하면 뭐니 뭐니 해도 정성껏 준비한 차례상과 온 가족의 입을 즐겁게 할 먹거리를 빼놓을 수 없다.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명절에 대비해 상차리기에 돌입한 가족들은 무슨 음식을 어떤 재료로 준비할 지 막막하기만 하고, 넉넉치 못한 주머니 사정으로 걱정이 앞선다. 그렇다면 내 집 앞 정겹고 저렴한 전통시장에서 똑 소리 나게 준비해보는 건 어떨까.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지난 21일 지역 19곳의 전통시장 18곳을 대상으로 한 성수품 가격 조사에 따르면 올해 차례상 구매비용은 21만7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시도 지역 내 전통시장 18곳에서 '전통시장 가는 날' 행사를 통해 온누리 상품권과 경품을 증정하는 등 시민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구경하는 재미, 고르는 재미, 먹는 재미. 이번 추석연휴엔 푸근한 인심과 덤 문화가 있는 전통시장으로 온가족 모두 장보러 가자.

# 신포국제시장
19세기 말 인천항 근처 신포동 채소가게 '푸성귀전'을 시초로 형성된 인천 최초의 상설시장이다. 당시 '신포동에 없는 것은 다른 어느 곳에서도 구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개항장을 통해 들어온 다양한 물건들이 있었고, 그것들을 사려는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들었다고 한다.
쫄면으로 유명한 '신포우리만두' 본점을 지나면 시장 명물인 '신포닭강정'과 공갈빵 등 먹거리가 가득한 시장에 들어서게 된다. 평일·주말 구분 없이 구경 오는 외국인 관광객들과 장보러 온 시민들로 조용할 틈이 없다.
명절 초읽기에 돌입해 상인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신포전통집'을 차리고 빈대떡부터 호박전, 가지전 등 맛과 예쁨을 담아 전을 부치고 있는 오기자(59)씨는 명절 대목을 앞두고 더욱더 손이 바쁘다. 예전처럼 음식을 손수하기 보단 사다 먹는 가정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오씨는 "요즘엔 고부가 함께 장을 보러와 오히려 시어머니가 먼저 차려놓은 전을 사라고 하는 경우도 많다"며 "명절 당일 3일 전부터 예약전화가 빗발쳐 일손을 빌려올 정도로 바쁘다"고 말했다.
중구 우현로49번길 11-5

# 부평깡시장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부평깡시장. 종합시장, 자유시장이 함께 어우러져 있어 그만큼 둘러볼 가게도, 살 것도 많다. 1950년대 형성된 이곳은 오래된 세월 만큼이나 골목 곳곳에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명절을 앞두고 젊은이부터 나이가 지긋한 상인들까지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준비하고 있다.
"이젠 이맘때만 되면 새벽 2시에 눈이 떠져. 부지런히 움직여야 송편도 빚고 가래떡도 뽑고 하지." 15년 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안성떡집' 주인도 몸은 고되지만 사람들이 북적이는 명절이 늘 반갑다.
장보기가 끝났다면 오래된 전통만큼이나 곳곳에 숨은 먹거리를 찾아보자. '할매동동주', '영산강집밥', '시장포차' 등 발길을 옮기다 보면 한쪽 골목에 보이는 정겨운 간판들이 손짓한다. 시원한 국물과 탱탱한 면이 일품인 '시장손칼국수'와 매콤달달한 양념 냄새로 유혹하는 '김판조닭강정'은 아이들이 더 좋아하는 부평깡시장의 맛집이다.
부평구 주부토로32번길 25

# 용현시장
1960년대 수봉산 일대에 이주촌이 형성돼 한일극장 주변으로 상점과 노점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상권이 형성된 이곳. 길게 쭉 뻗은 시장골목엔 38년 째 굴을 까고 있는 할머니, 앞치마를 둘러메고 건어물을 파는 아주머니, 정육점을 운영하는 목청 큰 아저씨 등 수십 명의 상인들이 추석을 기다리고 있다.
가게 한 쪽에서 잠자고 있던 목기 제기용품들도 모처럼 거리 진열대로 나왔다. 25년 째 주방기구를 팔고 있는 '킴스주방'의 이용우(59)씨는 "옛날처럼 거하게 차례상을 차리진 않지만 간소하게나마 격식을 차리는 집들이 꽤 있어 명절이면 늘 목기를 내 놓는다"고 말했다.
전통시장의 묘미는 중간 중간 유혹하는 주전부리들. 양손 무겁게 한 가득 장을 보고 집으로 가던 한 시민은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호떡집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한 손으로 짐을 옮기고는 호떡 1000원 어치를 사 입에 물고는 다시 발길을 뗀다.
명절을 맞아 오는 9일까지 용현시장 근처 공영주차장은 24시간 무료로 개방되니 장보기에 한결 더 편리함을 더 할 예정이다.
남구 용삼길 57-1

# 계양산전통시장
"떨이! 떨입니다! 부추 한 단에 1000원!" 목청껏 손님을 모으는 청년의 목소리 톤엔 연륜이 느껴진다. "어머니~ 아까 고기 맡겨두신 거 가져가셔야지.", "내 정신좀 봐!"정육점 총각이 급히 지나가던 손님을 불러 세워 비닐봉지를 손에 들려준다.
아직은 '병방시장'으로 부르는 게 더 익숙한 이곳은 규모는 작지만 알짜배기 시장이다. 점포 수는 적지만 가게마다 오랜 단골이 있어 정이 넘친다. 계양산을 찾은 등산객들이 내려오며 꼭 한번은 들리고 가는 이곳. 덕분에 분식집 등 다양한 식당도 곳곳에 위치해 있어 허기를 달래기도 좋다.
진열대를 정리하고 있는 '강원건어물'의 김덕섭(55)씨는 명절이면 단연 인기인 산자와 약과, 포를 두둑이 챙겨둔다. "주변에 마트들이 워낙 많아 타격이 큰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명절이면 전통시장에 가자는 분위기가 있어 꽤 북적인다"고 김씨는 말했다.
계양구 병방시장로 62-1

# 모래내시장
하천에 모래가 많이 쌓여 물이 밑으로 스며드는 곳을 뜻하는 '모래내'. 1985년 한두 개의 노점으로 시작해 30년 가까운 세월에 걸쳐 그 품을 넓혀왔다.
차가 다닐 수 있는 약 400m의 대로를 중심으로 가게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고, 두 개의 골목에 아케이드 시설을 갖춘 상점들이 나란히 이어진다. 상점들은 각양각색의 얼굴로 손님을 기다린다.
추석을 앞둔 모래내시장의 저녁 풍경은 불야성을 이룬다. 마주보고 있는 과일 가게는 같은 업종이지만 말동무하며 장사하는 모습에 흥겨움이 넘친다.
골목 한 쪽엔 앉아서 전과 분식류를 먹을 수 있도록 가운데에 테이블이 놓여있어 인기다. 모처럼 딸과 장을 보러 나온 이규성(48)씨도 딸의 귀여운 투정에 못이기는 척 요깃거리를 둘러본다. 이씨는 "집 근처에 대형마트 안 부러운 큰 전통시장이 있어 정말 좋다"며 "먹거리도 많아 늘 북적여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남동구 호구포로 810번길 42-8

/글·사진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