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용석 농협창녕교육원 교수
▲ 손용석 농협창녕교육원 교수

중·고등학교 농구는 프로농구에 못지않게 흥미진지하다. 왜냐하면 앞으로 농구계를 이끌어갈 꿈나무들의 성장하는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경남 사천에서 열린 춘계전국남녀 중고농구연맹전을 출발로 2016년 중·고등학교 농구가 시작됐다. 그런데 경기를 하는 선수들과 그 주변을 유심히 지켜보니 참가 팀마다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 자신감에 찬 모습을 보이는 팀과 뭔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 팀으로 뚜렷이 구분됐다. 그 이유가 궁금했다.

안내장에 쓰인 선수명부를 보니 학교별 선수인원이 7명에서 20명으로 편차가 컸다. 강한 팀은 일정 인원 이상의 선수를 보유하고 있고, 전력 면에서도 탄탄해 보였다. 또 감독, 코치뿐 아니라 A코치와 트레이너 선생님이 표기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농구부 자체버스를 보유하고 있는 학교도 있었다. 이러한 조건을 갖춘 학교들 대부분이 수도권에 있다. 그런 탓인지 남녀 중·고등학교별 우승팀 역시 모두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학교였다.

서울 및 수도권 중·고등학교에 뛰어난 농구부가 있는 이유는 당연해 보인다. 많은 인구가 그곳에 살기에 농구 예비인력이 풍부하고, 기라성 같은 지도자들이 지방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사실 농구가 다른 운동경기에 비해 비인기종목으로 취급받다보니 농구선수를 꿈꾸는 학생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수도권과 지방 모두 선수 수급에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하지만 수도권과 지방간의 편차가 너무 심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런 지역편차와 더불어 일부 학교 관계자들의 중·고등학교 농구부를 보는 시각이나 태도가 지역농구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바로 성과주의 사고방식이다. 예를 들면 '경기에서 우승하면 좋은 시설, A코치와 트레이너 등을 지원하겠다'는 식이다. 이러한 성과주의가 우리사회에 만연하면서 세상 모든 것을 경쟁하게 만든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보면 당연해 보인다. 물론 운동경기에서도 성과는 중요하다.

그러나 학교와 학생에게 성과주의의 잣대를 갖다 댄다면 삶을 즐길 줄 아는 자율성을 가진 인성의 소유자로 육성할 수 없을 것이다.

'뛰어난 자는 즐기는 자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 아이들이 성공적인 농구선수가 되기 이전에 자율적 행동을 할 수 있는 사회구성원으로 자라나게 해야 한다. 중·고등학교 농구가 성과주의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원하는 만큼 사랑과 지원을 주겠다. 마음껏 즐겨라'고 응원하는 학교를 포함한 교육당국과 지자체의 진정어린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그래야 지역 농구를 지킬 수 있다.

관공서 및 공기업의 지방이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취업예비자들 대부분이 지방보다 서울이나 수도권을 선호하는 걸 보면 수도권 집중화 현상은 여전히 유효하다. 돈과 복지가 일부 사람이나 특정지역에 집중되는 현상은 분명히 사회적 갈등을 유발한다. 사회균형은 지역발전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또 지역발전은 성과지향의 산업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미래 세대들에 대한 관심과 육성에 있다.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는 사회 양극화 현상과 성과주의 함정의 해결점을 지역 중·고등학교 농구 활성화 시도에서 찾아보자. 어쩌면 이러한 시도는 우리 사회를 붕괴시키는 가장 큰 갈등요인으로 다가오는 사회 양극화현상을 해결하는 단초와 올바른 성과주의의 안착을 제공할 지도 모를 일이다. /손용석 농협창녕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