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솔 청년문화기획자
▲ 이미솔 청년문화기획자

지난 5월7일 서울시는 최초로 노령화지수 100을 넘어섰다. 노령화지수란 15세 미만 유소년 인구에 대한 65세 이상 노령인구 비율을 나타내는 지수이다. 100을 넘은 것은 생산 가능한 유소년층 인구보다 부양해야 할 노령 인구가 비교적 많다는 의미다. 이는 1996년 불과 21.8이었으나 이후 꾸준하고 급격하게 상승한 수치이다.

고령화 사회에서 중년 이상의 세대는 자신들이 보호받지 못하리라는 불안을, 청년은 부양에 대한 부담을 느낀다. 문제는, 모든 세대가 또한 노년을 앞둔 존재라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고 서로를 갈등의 축으로 느끼는 것이다. 무리한 저출산 정책이 시행됐고 출산과 육아가 부담스러운 현대 한국 사회에서 고령화와 '인구 절벽' 현상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일은 벌어졌는데, 한국 사회는 고령 인구를 짐으로 떠안는 수밖에 없을까? 각 세대가 모두 스트레스를 덜 받는 방법이 있을까.

우리 사회의 노인상은 무엇인가. 많은 사람이 '노인'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탑골공원에서 소일로 시간을 보내는 어르신의 모습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활기차고 생산적이라기보다는 무기력한 모습이다.

최근 마케팅 차원에서 '실버'나 '시니어'와 같은 외래어를 '노인'대신 사용하는 경향은 단어 자체가 지니는 부정적인 인식을 방증한다. 검색엔진에서 '노인'을 검색해 보았다.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복지정책과 급증하는 노인범죄에 대한 뉴스 기사가 가장 많이 눈에 띈다. 노년층을 사회적 문제로 생각하기 쉬운 양상이다.

특정 세대의 집단을 타자화하고 문젯거리로 인식하면 위험하다. 모든 청년은 노인이 된다. 그 과정이 사회가 문젯거리 삼는 집단으로 진입하는 과정이라면 이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연금 보험 광고에 나오는 행복한 백발의 부부처럼 해변을 거닐고 싶지, 멍한 눈동자로 먼지 가득한 거리에 나앉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보험 광고는 '행복한 노후'를 구체적인 이미지로 대중에 주입한다. 이미지를 통한 감각의 호소는 어떤 전략보다도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온다. 지금 노인 집단에 필요한 것이 이러한 '이미지 마케팅'이다. 긍정적인 이미지를 중년과 청년 세대에 팔아서 관심과 애정을 사고, 무기력하고 소모적인 계층이라는 굴레를 벗으며, 모두가 되고 싶은 '워너비(Wanna be) 집단'으로 거듭나야 한다.

송해 옹이나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과 같이 잘 알려진 바람직한 노인상은 물론이지만, 평범하고 행복한 일상을 조명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최근 노인이나 나이를 먹는 것에 관한 영화나 소설이 인기를 끈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나이가 너무 많아서 무수한 신체기능을 상실한 노인이 100세 생일을 맞아 양로원을 탈출하면서 겪는 일들을 재미있게 그려냈다. 노인에 대한 편안하고 즐거운 이미지를 선사한 것이다.

문제 상황은 직시해야겠지만, 긍정적 이미지를 끊임없이 확대·생산하는 것은 노인 집단 스스로에게도 중요하다. 구체적인 이미지는 해당 집단에 추구해야 할 마음가짐이나 행동 지침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잘 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우리는 성공한 이의 삶을 관찰하며 닮고자 한다.

지금 우리는 무기력하고 소비적인 집단으로서의 노인상이 아니라, 노년에게는 새로운 자극을 주고, 중년과 청년에게는 본보기가 될 수 있는 노인상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노인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여유, 지혜, 연륜과 같은 미덕이 특징으로 강조되어야 한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건장한 체격과 힘을 자랑하는 등의 부자연스러운 모습은 실태를 부정하고 젊은이를 따라 하는 헛된 이미지에 불과할 것이다.

예외적인 소수의 기행 같은 성취는 흥밋거리에 그친다. 인생의 후반에서 새로운 도전과 성취를 이룬 사람들, 몸은 병들어가지만 그만큼 가족과 자손들의 사랑을 확인하는 애틋한 모습, 지난 삶을 아름답게 갈무리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 치매로 고생하는 사람이 과거에 지녔던 빛나는 지성 등, 보편적인 장점을 강조해야 한다. 이미지는 시대에 따라 변한다. 노년의 이미지도 지금까지의 방향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이미솔 청년문화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