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70년대 유명 관광지 소개 … '낙조 일품' 연인 데이트 장소 많이 찾아
인공백사장 수십t 모래 투입 조류에 사라져 … 매매사건 등 애환 서리기도
▲ 1970년대 중반 송도유원지 쪽에서 본 아암도의 모습. 아암도는 시민들이 바다로 나가던 '출구'였다. 바닷물이 빠지면 홍해처럼 길이 열렸고 사람들은 줄지어 나가 손바닥만 한 바위섬에 덕지덕지 올라앉았다.
아암도(兒岩島)는 더 이상 섬이 아니다.

전체 면적이 6,058㎡(1,832평)으로 웬만한 동네 공원에도 미치지 못한 작은 섬이었지만 한때 인천 시민들에게 '바다로 통하는 유일한 출구'로 인식되었다.

바다를 갈망하던 인천 사람들의 숱한 사연과 애환이 서려 있는 곳이다.

1980년대 초부터 송도(유원지) 일대 매립 공사가 시작됐다.

1980년과 1981년 인천위생공사와 ㈜한독은 송도 갯벌을 매립했다.

이 바람에 아암도와 그에 딸린 소아암도는 육지로 변했다.

게다가 94년 섬 앞에 왕복 6차선 해안도로가 뚫림으로써 더 이상 섬 구실을 하지 못하게 됐다.

매립되기 전에는 송도유원지를 통해야 섬으로 건너 갈 수 있었다.

유원지 후문부터 아암도 까지는 500여m. 사람들은 물이 빠지길 기다렸다가 섬으로 건너갔다.

아암도로 향하는 사람들의 행렬은 마치 모세의 기적으로 홍해를 건넌 이스라엘 민족의 '엑소더스'와 같았다.

나중에는 유원지 측에서 아예 걸어가기 편하게 돌을 깔고 시멘트를 부었다.

해수욕장은 한 철 장사였지만 아암도 '기행'은 철을 타지 않았다.

낙조가 장관이어서 해질 무렵 아암도를 찾아 데이트를 즐기는 아베크족도 많았다.

마땅히 갈 곳 없었던 1960, 70년대 아암도는 인천의 유명 관광지의 하나로 꼽혔다.

'1970년도 시정백서'에 아암도는 작약도, 약사암 등과 함께 지역 관광 시설로 소개되었다.

육지가 되면서 점차 기억 속에서 잊혀 가던 아암도는 1990년대 들면서 개발과 맞물려 다시 입에 오르기 시작했다.

먼저 94년 2월 인천에서 영종도신국제공항(현 인천국제공항)을 잇는 해저터널의 출발지가 아암도로 결정되었다.

이 계획은 해상에 인천대교가 세워지면서 없던 일이 되었다.

이듬해 3월 인천시는 아암도 일대에 인공백사장을 설치해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 처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비치를 조성하기 위해 섬 주변에 바다모래 수십 t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모래는 조류에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인천 와이키키 계획도 물거품이 됐다.

비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지만 이 일대 군용 철책은 부분적으로 제거되었다.

바다와 통하자 시민들이 몰려들었고 덩달아 노점상들도 해변을 무질서하게 점령했다.

최대 130여개의 포장마차가 아암도를 감싸 안을 정도였다.

이권을 둘러싸고 연일 폭력사태가 빚어졌고 철거 과정에서 노점상 한명이 사망하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결국 6개월도 안 돼 아암도에는 다시 철조망이 쳐졌다.

황당한 아암도 매매 사건도 있었다.

송도유원지를 소유하고 있던 인천도시관광은 1999년 4월 아암도를 개인에게 팔아 넘겼다.

㎡당 6만 원 정도였다.

건물 임대료와 입장료 수입에 기댈 수밖에 없던 인천도시관광은 적자를 벗어나기 위해 갖고 있던 땅을 판 것이다.

연수구 주민들을 중심으로 '아암도 되찾기 대책위원회'가 구성되는 등 매각 반대 여론이 들끓었다.

인천시는 그해 12월 초 아암도를 산 매입자를 상대로 다시 매수 협의에 들어갔고 결국 다시 섬을 사들였다. 아암도 매각사건은 발생 8개월 만에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이 바람에 아암도 주변을 공원으로 꾸미는 해양공원 조성 사업이 속도를 내는 효과를 보긴 했다.

인천시는 2003년 12월 아암도에 초대형 아쿠아리움 건립 추진을 발표했다.

각종 해양생물 5만5000마리를 담을 국내에서 가장 큰 3900t 규모의 수족관을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이마저도 불발에 그쳤다.

이후 아암도는 주변에 있던 철책과 해안초소를 없애고 폭 10m, 길이 1.2㎞ 크기의 해양공원으로 꾸며지면서 시민의 품으로 완전히 돌아왔다.

그러나 송도국제도시 조성과 인천대교 건설로 인해 아암도의 멋진 조망은 거의 사라졌다.

더욱이 아암도 '기행'의 배후였던 송도유원지도 문을 닫으면서 '섬'올 향하는 발걸음이 뜸해졌다.

인천시민들의 바다 갈증은 계속되고 있다.

/유동현 인천시 굿모닝인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