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단체장 인터뷰7-강범석 서구청장>
복지·문화 전문성 향상 … 어린이·여성공간 확대
매립지·검단신도시·루원시티 등 지역현안 주력
안전·환경 최선 … 정책에 시민 목소리 최대 반영
"결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부담감, 투표로 뽑아준 구민의 기대 때문에 잠도 잘 오지 않습니다."

첫 마디부터 고민이 묻어났다. 첫 당선이라는 경험을 한 사람답지 않았다. 그만큼 진지했고 누구보다 생각이 많아 보였다. 두 번의 실패를 딛고 정치적 생명을 건 세 번째 도전이 절실했던 탓이다.

강범석 서구청장(48·새누리당)은 "앞으로 4년 동안의 구정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지난 수년간의 시간은 좌절이 아니라 주민과 함께 하며 서구의 미래를 여는 준비의 시간이었던 만큼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구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는 곳이다. 인천에서 가장 빠르게 달라지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청라국제도시와 검단 지역 개발로 인천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거듭나고 있다. 인구도 크게 늘었다. 2014년 6월 현재 49만3962명으로 10년 전(37만217명)보다 10만명 이상 증가했다.

지난달 말 운행을 시작한 인천공항 KTX가 검암역에 정차하면서 교통 중심지로도 떠올랐다. 반면 '뜨거운 감자'인 수도권 매립지 연장 문제 등 현안도 적지 않다. 제자리걸음인 검단신도시, 루원시티 개발 등 대형 사업들도 과제로 남아 있다.

양보다 질을 추구하는 행정
강 구청장은 행정에서 '발상의 전환'을 강조했다.

그는 "성장과 속도만을 강조하는 시대는 지났다. 결과보다는 과정, 양보다는 질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주거환경, 도시 인프라도 지역의 현실에 맞춰서 주민 의견을 따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급속한 성장으로 인천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서구가 지나온 길과 다소 어울리지 않는 말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강 구청장은 이제 양보다는 질에 초점을 맞출 시점이라고 했다. 중앙정부·시에서의 행정 경험, 처음 서구청장에 도전한 2008년부터 발품을 팔며 구민을 만난 시간에서 나온 성찰이었다.

그는 "서두르는 게 능사는 아니다.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기존의 행정 관행에서 벗어나 구민의 손을 잡고 아래에서 위로 나아가는 방향을 고민하겠다"며 "그래야 구민도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거라고 본다"고 했다.
강 구청장은 대규모 토목만으로 도시 인프라가 갖춰지지는 않는다고 본다. 성장만을 강조해선 주민의 행복을 이끌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육, 문화 등 주민 삶 가까이에서 공동체를 가꾸는 방안을 꼼꼼히 살피고 있다. 우선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행정력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복지와 문화, 체육 등 주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부분부터 챙기겠다는 약속도 그중 하나다.

그는 "복지·문화 전문성을 늘리는 데 힘쓰고, 어린이와 여성을 위한 복지 공간인 복합 지원센터와 평생학습관을 세우겠다"며 "아라뱃길 주변에도 체육 시설과 휴식공간을 만들어 시민의 품으로 되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노인 일자리센터, 노인과 영유아 예방접종 비용 지원,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로 복지 사각지대를 없앨 계획도 짜고 있다.

대형 개발 사업도 주민이 우선
서구의 앞날은 인천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서구에 굵직굵직한 개발 사업이 몰려 있어서다. 검단신도시와 가정동 일대 루원시티, 청라국제도시, 경인고속도로 일반도로화, 석남동 재개발 등 대형 사업이 줄줄이 놓여 있다. 강 구청장이 잠 못 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서구의 현안이지만 구청장의 영향력이 미치는 부분이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인천의 미래가 달린 사업들이기 때문"이라며 "서구의 힘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워 답답한 측면도 있지만, 시와 협조가 잘 이뤄지면 오히려 쉽게 풀어나갈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수년째 제자리걸음인 검단신도시와 루원시티가 대표적이다.

강 구청장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여전히 겉돌고 있는 검단신도시는 개발 계획을 바탕으로 세부적 접근부터 차근차근 해나가겠다"며 "루원시티도 정상 개발과 분양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중앙정부와 시,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모든 주체와 머리를 맞댈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주민의 참여를 빼놓지 않았다.

"시민의 삶의 터전을 두고 갖가지 이유로 시간을 끈다면 누구의 동의를 얻을 수도 없고, 정부와 지자체의 신뢰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강 구청장은 "시와 협의를 거쳐 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과정에 주민의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하겠다"며 "사업 윤곽을 잡는 과정에서 주민 참여가 늘어야 정책 만족도가 높아지고, 불만도 줄어들 수 있다. 단순히 성과만을 노리고 섣불리 나서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작고 사소한 것부터 출발
당분간 서구에는 주변 이목이 적잖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전체가 신경을 곤두세우는 매립지 연장 문제와 5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인천아시아경기대회의 중심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뜨거운 감자'인 수도권 매립지 연장에 대해 강 구청장은 원칙을 앞세웠다.

그는 "시민은 2016년 매립 종료를 원하고 있고, 거기에 찬성하는 입장"이라며 "단순히 정치적 논리가 아니라 진지한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구만이 아닌 인천, 나아가 수도권 전체의 이해가 걸려 있는 사안인 만큼, 철저한 준비와 대화가 앞서야 한다는 말이다.

강 구청장은 인천아시아경기대회에도 줄곧 신경을 쓰고 있다. '40억 아시아인의 축제 공간'이자 개·폐회식이 열리는 인천 아시아드 주경기장이 서구에 자리 잡은 까닭이다.

그동안 주경기장은 교통과 안전에 대한 지적이 끊임없이 나왔다. 강 구청장은 "교통과 안전 문제는 시와 협조해 대책을 마련하고, 아시아경기대회 성공 개최에 서구가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나프타 유출 등으로 주민 불안이 커지고 있는 SK인천석유화학 공장의 안전·환경에 대해선 정치적인 접근만으로는 풀 수 없다고 했다.

강 구청장은 "준공 승인, 시운전 과정에서 불신이 커졌다. 행정의 문제, 주민 반발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서로 다른 입장의 주민 의견을 모두 수렴해 대표기구를 꾸려 어떤 문제가 있는지, 회사가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살피겠다"고 말했다.

강 구청장은 모든 일을 작고 사소한 것부터 소홀히 하지 않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 사회 화두로 떠오른 안전도 마찬가지다.

그는 "작은 부분부터 신경을 쓴다면 좀 더 안전한 도시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안전취약지역에 CCTV를 설치하고,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순찰 활동으로 피부에 와 닿는 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강 구청장은 4년의 임기 동안 구민과 함께 공약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선거 기간에도 관 주도형 사업을 공약으로 내세우지 않았던 이유다. "서구의 주인은 주민입니다. 주민이 행정에 활발하게 참여하는 방법부터 고민하는 것이 구민을 위한 구정활동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담=김칭우 사회부장, 정리 문희국 기자 moonhi@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