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익항공대 해상항공순찰 동행
▲ 대한민국의 바다를 지키는 인천해양경찰 고정익항공대 강두성(왼쪽 네번째) 단장과 첼린저호 항공팀이 성공적으로 임무를 마친 뒤 김포공항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우리나라 최남단 마라도에서 남쪽으로 149㎞ 떨어진 곳에 위치한 수중 암초위에 만들어진 이어도 해양과학기지.
▲ 해상 순찰임무를 수행하는 첼린저호가 동해 울릉도 인근 해상을 지나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 1시10분. 인천일보는 김포공항을 이륙하는 인천해양경찰서 소속 초계기 '첼린저호'에 몸을 실었다.

서해를 지나 남해, 동해를 돌며 우리 바다를 지키는 해상항공순찰에 동행했다.

서해에서는 중국을, 동해에서는 일본을 경계해야 했던 1687마일, 4시간30분 동안 이어진 비장한 비행을 소개한다.


'첼린저호'는 2002년 12월 도입된 초계기다.

인천해양경찰서 항공단(단장 강두성) 고정익 항공대 소속 비행기 3대 가운데 가장 오래된 항공기다.

우리나라 바다를 한 번에 돌아볼 수 있는 유일한 고속·광역 항공기다.

'첼린저호'에는 조종사 2명, 레이더를 탐지하는 전탐사 2명, 정비사 1명 등 모두 5명이 한 팀을 이뤄 기상상황에 따라 일주일에 2~3번씩 서해를 지나 이어도, 독도 등을 순찰하고 있다.

서해특정해역을 시작으로 서해EEZ, 가거초, 남해EEZ, 이어도, 가스전, 동해EEZ, 독도·울릉도 등이다.

그야말로 우리 바다 전체가 순찰 대상이다.

'첼린저호'에 탑재된 다목적 레이더는 바다 위에 떠 있는 모든 물체들을 감지한다.

특히, 0.002도 차이까지도 파악할 수 있어 불법 조업 감시 등 해상 순찰과 해양사고 수색 구조 등에 활용되고 있다.

때문에, 2012년 12월에는 필리핀에서 조난된 한국 상선을 위해 현지로 3시간 넘게 날아가 구조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김포공항을 떠난 비행기는 이륙과 동시에 인천 앞바다를 지나 배타적경제수역을 따라 남해로 방향을 잡았다.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을 감시하기 위해 권역별 해경 경비정과 무선하며, 현장 상황을 연신 파악하기에 바빴다.

그나마 최근 서해에서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은 크게 줄어든 상태다.

중국 어선들이 동중국해 등으로 조업 지역을 틀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은 계속되고 있다.

전탐 요원들은 지역별 해경 경비정과 무선 연락을 주고 받으며, 혹 있을지 모를 중국 불법 조업 어선을 파악하느라 레이더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드디어 비행 1시간 25분 만에 이어도와 종합해양과학기지가 하늘에서 포착됐다.

망망대해 위에 홀로 서 있는 종합해양과학기지가 우리나라 최남단임을 말해줄 뿐이었다.

2003년 설치된 해양과학기지는 종합 해상·기상 관측소, 인공위성에 의한 해양 원격 탐사와 지구 환경 변화 연구, 안전 항해를 위한 등대와 해난 사고 시 구난 기지, 해상 기상 예보, 해군의 전략 지원 기지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올해로 10년째를 맞은 우리나라 에너지 자립의 초석이 된 동해 가스전도 해경 해상 순찰의 주요 거점이다.

오후 3시30분 거제도 상공을 지난 '첼린저호'는 17분 후 동해 가스전 상공에 도착했다.

해상에 위치한 국가기반시설에 대한 항공 순찰 역시 해경 몫이다.

울산에서 동남쪽 58㎞ 동해 바다 한복판에 자리 잡은 시설은 탐사에서부터 개발, 생산까지 우리 기술이 이뤄낸 성과다.

하루 평균 34만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1100t 규모의 천연가스를 생산 중이다.


오후 4시 17분쯤, 독도가 당당한 그 모습을 드러냈다.

'독도'를 외치는 해경 '첼린저호' 항공팀은 유난히 긴장하고 있었다.

그 순간, 독도 상공에서는 '첼린저호'와 해경 경비정 간 긴박한 교신이 계속됐다.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일본의 독도에 대한 돌발도 더욱 커져 가고 있다.

이날에도 어김없이 일본순시선이 독도 인근을 배회했다는 연락이 상공으로 전달됐다.

오전 11시3분에 독도 인근 경계수역 내에 출몰했다가 오후12시35분쯤 사라진 것이다.

일본순시선의 이런 행태는 매년 급격히 늘고 있다.

이날까지 무려 55회에 걸쳐 독도 인근에 출몰하다 우리 해상 경비에 감지됐다.

때로는 일본순시선과 대치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우리 영해로 들어온 일본순시선이 물러날 것을 거부하면 해상과 하늘에서 공중 합동 작전이 펼쳐진다.

독도가 우리나라 방공식별구역에 포함돼 있어 일본순시선 위를 '첼린저호'가 비행하고, 해경 경비정이 바짝 다가서 일본순시선을 우리 영해 밖으로 쫓아내는 경우도 있다.


독도를 떠난 지 6분 만에 울릉도가 한 눈에 들어왔다.

울릉도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섬이지만, 인근 독도를 수호하는데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섬이기도 하다.

이런 울릉도 상공에서 해경 경비정과 마지막 교신을 끝낸 '첼린저호'는 동해 순찰을 끝내고, 이날 오후 5시30분쯤 기지가 있는 김포공항으로 되돌아 왔다.

/글=이은경·사진=양진수 기자 lotto@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