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뿐인 유치국가로 전락하는가 - 3) 사라진 컨트롤타워
朴 정부, 관련 부서·업무 대거 축소
市 직격탄 … 3개팀 중 1개팀만 협력
'껍데기'케냐 UN사무국 전철 우려

   
▲ 지난해 10월 20일 GCF 사무국의 송도 유치가 확정된 후 인천시민들이 송도에 모여 기쁨을 함께 나누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GCF 송도사무국을 명실상부한 국제기구 본부 역할을 하게 하기 위해서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 안에 컨트롤타워가 세우고, 적극적인 외교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자료사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한국 유치 성과는 정권이 바뀌면서 현격히 빛을 잃어가고 있다.

정부차원에서 일사불란하게 진두지휘하던 컨트롤 타워가 사라져 치명적인 부작용을 낳고 있다.

전문가들은 케냐가 제3세계 중 최초로 유엔 산하기구 본부를 유치했다가 케냐 정부의 외교력 부재로 선진국들에게 핵심 역할을 빼앗긴 유엔환경계획(UNEP) 나이로비 사무국을 예로 들면서 GCF 송도 사무국의 앞날을 걱정하고 있다.

'창조경제'를 주창하고 나선 박근혜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지난 정부의 '녹색 성장'을 지우는 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녹색성장의 중심인 GCF 관련 부서들이 수술대에 올랐다.

정부 조직이 개편되면서 기획재정부의 GCF 관련 부서를 축소됐다.

기존 2개과를 1개과 내 담당 업무로 줄였다.

GCF 이름을 딴 2개과는 없어졌다.

대신 국제금융협력국 아래 녹색기후기획과 아래 GCF업무 담당으로 축소에 축소를 거듭했다.

시행하는 업무의 범위도 대폭 줄었다.

지난 정부에서 GCF 사무국 유치국으로서 기능을 하기 위해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핵심 과제로 삼고 각종 정책을 계획했다면, 현재 녹색기후기획과는 GCF관련 이사회 등 회의 주최, 해외 출장 등을 준비하는 데 그칠 만큼 협소하다.

정권 차원에서 GCF 전반을 주도하던 '컨트롤 타워'가 한 순간에 사라진 셈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MB정부의 청와대 녹색성장기획관실을 폐지한 것은 GCF를 하나의 일반 사업으로 치부하겠다는 의도가 고스란히 묻어난 결정이었다.

MB정부의 녹색성장기획관실은 기획재정부와 외교부, 환경부, 인천시 등과 GCF 관련 정책을 논의하고 전략을 수립해 추진하는 중추 역할을 했었다.

청와대와 기재부, 외교부의 공조 하에 추진되고 있던 GCF 정책은 각 기관의 조직이 모두 와해되면서 근간부터 흔들리기 시작한 셈이다.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사무국 유치 도시인 인천시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쳤다.

기존 시 환경녹지국 내 1개과 3개팀이 신설돼 GCF 행정에 집중되던 조직은 안행부의 조직 인가를 받지 못해 1개팀만 남아 업무를 맡게 됐다.

과 명칭은 'GCF과'로 남아 있지만, 실제 GCF 담당은 GCF협력담당팀 1개 뿐이다.

직원 2명이 일을 보고 있다.

나머지 과 내 2개팀은 송도의 국제기구를 관리하거나 인천시 녹색생활 정책을 주관하는 쪽으로 GCF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업무를 하도록 분장됐다.

결국 GCF를 관장할 정부와 인천시의 중심이 무너지며 GCF는 한 순간에 미운오리 새끼가 된 듯 하다.

GCF 사무국은 독일 본에서 올해 12월 인천 송도로 이사와 입주가 예상된다.

이렇게 컨트롤 타워가 통째로 사라진 상태에서 최악의 경우 GCF 유치국으로서의 주도권을 서서히 놓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아프리카 케냐는 1973년 제3세계로서는 최초로 수도인 나이로비에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국을 유치했지만 어렵게 잡은 기득권을 잃은 사례로 꼽히고 있다.

스위스와 미국은 각각 제네바와 워싱턴D.C에 유럽지역사무소, 북아메리카지역사무소를 두고 UNEP의 중요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UNEP의 또 하나의 핵심업무국인 DTIE(기술, 산업 및 경제국)은 프랑스 파리에 빼앗겼다.

DTIE는 UNEP 안에서 다른 국제조직·정부·기업·NGO와 협력해 정책을 입안하거나 협약을 진행하는 등의 핵심 과제를 추진하고 있는 부서이다.

유치국인 케냐의 나이로비 본부는 '껍데기 사무국'으로 전락했다.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GCF는 박근혜정부 창조경제의 핵심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갖고 있다"며 "청와대 안에 GCF와 기후변화협약 등을 총괄할 컨트롤타워가 다시 만들어져야 GCF 사무국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이를 활용한 유관산업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지혜·박진영기자 jjh@i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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