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경찰 불법사금융 단속 … 이번엔 뿌리뽑나

불법 사금융. 일명 사채, 일수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악마의 유혹은 신용이 낮은 사람들에게는 그마저도 잡을 수 밖에 없는 지푸라기다.

고금리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은행권들과 제 2금융권들과 같은 제도권 금융들로부터 대출을 받지 못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달 정부부처와 경찰이 불법사금융에 전쟁을 선포했다.

국내 사금융 시장규모는 최대 30조 원. 하지만 미소금융, 햇살론 등 서민 금융상품은 이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3조 원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는 이번 단속을 통해 불법추심이나 법정이자율 등을 위반한 업체들을 뿌리 뽑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신용유의자(신용 6~10등급)들이 금융권에서 대출이 불가능한 현실에서 서민금융서비스 확대라는 제대로 된 대책이 없다면 사금융으로 인한 피해는 지속적으로 일어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보름여가 지난 현재 이번 '불법 사금융 단속'이 갖는 의미를 찾아본다.

▲ 불법 사금융 수사, 피해자 신고 없으면 파악하기 힘들어.
A(24·여)씨는 최근 사채로 인해 끔찍한 일에 시달려야 했다.

빚을 갚으려다 결국 성매매 업소에서 일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천신만고 끝에 성매매 업소를 도망쳤지만 조폭을 비롯한 사채업자들의 마수는 끝나질 않았다.

조폭들과 업주는 집으로 찾아와 A씨를 상대로 가족들에게 성매매 업소에서 일을 한 사실을 알리겠다고 협박했다. 결국 그녀는 2천400여만 원에 이르는 현금보관증을 강제로 작성하게 됐다.

무심코 받은 사채가 끝없이 그녀를 옭아매고 있었다.

B(29)씨는 지난해 10월 급하게 쓸 돈이 있어 사채업자를 찾았다.

그는 40만 원을 빌리고 10일 뒤 이자를 포함해 80만 원을 갚았다.

10일 동안의 이자율을 연간이자율로 계산하면 연간 법정이자율 39%를 초과하는 3천680%이다

지난 4일에는 대출이용자들로부터 불법중개수수료를 받은 중개업자가 붙잡히기도 했다.

중개업자 C(83세)씨는 2008년 6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대출이용자들을 무등록 대부업자에게 소개해 대부중개를 하면서 중개수수료로 약 40명의 피해자에게 1억9천200만 원 상당의 불법 중개수수료를 받은 혐의(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불구속 입건됐다.

사금융으로 인한 피해가 점차 확산되자 정부는 직접 관계부처들과 함께 합동단속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18일부터 오는 5월31일까지 24시간동안 '불법사금융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사금융으로 인한 피해는 점차 늘고 있는 가운데 이번 '불법사금융신고센터'로 인해 경찰은 적발건수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235% 증가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15일동안 운영한 결과 729건을 접수받아 1천28명을 검거, 이 중 45명을 구속했다.

인천지방경찰청은 불법사금융 신고캠페인을 시작한 지난달 18일부터 현재까지 103건의 피해신고를 접수받았고 4일 밝혔다.

이중 42건, 87명을 검거해 4명을 구속하고 8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유형별로는 무등록 대부업이 28명, 이자율위반이 21명, 불법채권추심 29명, 기타 9명 등이다.

이는 최근 피해신고와 관련된 대대적인 홍보로 인해 평상시보다 대폭 증가한 수치다.

전석준 인천지방경찰청 불법사금융신고센터 팀장은 "각 경찰서에 신속대응팀과 전담수사팀을 발족해 무등록 대부업과 법정이자율 위반, 불법채권추심을 중점적으로 수사를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른기관에 접수된 진정이나 과거 검거기록 등을 토대로 폭행사건과 같은 사건도 불법 사금융과 관련된 혐의가 있는 부분은 적극적으로 검토해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경찰은 '112'를 통해 사금융신고가 들어올 경우 바로 신고센터(1332)로 연결되도록 하고 있다. 신고센터는 24시간 내내 운영된다.

▲ 대통령 직접 지시 강력대응 방침

불법 사금융 범죄의 경우 피해자 신고를 토대로 수사가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동안은 다른 범죄과정에서 나오는 첩보나 소문 등을 통해 수사를 진행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이번과 같은 신고센터나 전용번호 등을 통해 피해자들이 신고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 불법 사금융 신고의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관계부처에 지시를 하는 등 불법 사금융에 대한 강력 대응 방침을 뚜렷이 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명박 대통령은 "소송이 아니면 (불법 사금융 피해액을) 되돌려 받을 수 없는 피해자에 대해서는 법률구조공단이 일률적으로 소송 위임을 받아 (민사소송) 서비스를 해줘야 한다"고 금감원 관계자들에게 지시했다.

또한 "정부가 특별 기간을 정해 불법사채와 전쟁을 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는데, 단순히 법률구조공단이 편의를 봐줄 테니 '소송하려면 하십시오'라고 말하는 것은 정부가 나선 목적과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위와 금감원은 피해자를 대신해 이번 신고기간(5월31일까지)에는 정부가 일괄적으로 위임받아 소송을 대신해 주는 것을 추진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김상우기자 theexodus@itimes.co.kr



이러면 불법 사금융

年이자율 39%·30% 초과법정이자 이율 위반 불법

▲ 연간이자율이 등록업체는 39%, 미등록업체는 30%를 초과하게 되면 법정이자율 위반으로 불법이다. (연간이자율 계산법:이자/원금×365/일수×100=연간 이자율)

▲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전화나 방문은 절대로 할 수 없다. 또한, 채권추심을 하면서 채권자는 채무자 본인이 아닌 가족 등에게 채무사실을 알릴 수 없다. 채무사실을 채무자에게 알리게 되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불법채권추심이 된다.

▲ 대출중계업체는 금융회사로부터 대출중계수수료를 받고 있으므로 대출 이용자에게 중계수수료를 요구할 수 없다.



"정부차원 서민 금융 프로그램 확대 필요"

INTERVIEW /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불법 사금융 단속도 좋지만 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금융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합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정부부처들과 경찰이 합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불법사금융 단속 캠페인으로 단기적인 계도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사금융 시장에 정부가 주시하고 있다는 메세지를 전달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해 불법 사금융 신고센터 캠페인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현재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들은 제도권 금융을 이용할 수 없는 만큼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차원에서 이들을 위한 서민 금융 프로그램들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정부와 제도권 금융회사들은 서민 금융 프로그램을 늘려오긴 했지만 아직 시장 수요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사금융 시장이 드러난 것만 30조 원이지만 정부의 서민금융은 3조 원에 불과해 금융기관에서 대출이 불가능한 사람들이 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정부차원에서 서민금융프로그램을 확충하고 금융 소외계층을 위한 서민은행을 설립하는 것도 좀 더 적극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곽 교수는 사금융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금융 단속 캠페인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특히 평소에도 사금융의 거래내역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대부업체 관리 프로그램을 보완해야 사금융으로 인한 피해가 근절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곽 교수는 "사금융 문제는 장기적으로 법정이자율을 낮추고, 제도권 금융회사들을 통해서도 서민들이 대출을 할 수 있는 방안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우기자 theexodus@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