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거주 중국인 20년새 10배 ↑…92% 제조·식당 관련 업종 종사
지원프로그램 어학수업 한정…인적 네트워크 활성화 필요
   
 


1992년 한국과 중국은 수교를 맺었다.

당시 인천에 살던 중국인은 2천686명이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흘렀다.

인천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인천거주 중국인은 2만 2천978명이다.

인천에 살고 있는 외국 국적 중 가장 많다. 전체 외국인 4만 9천992명 중 절반에 이르는 숫자다.

두번째로 많은 베트남인은 6천520명, 3분의 1수준이다.

그럼 이들은 인천에서 과연 무엇을 하며 살까?

지난해 7월 인천출입국사무소 '중국인 등록현황'을 보면 전체 중국인 중 92.2%가 제조업을 하거나 식당에서 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업 편중 현상이 심한 것이다.

직업만큼이나 인천거주 중국인들에 대한 시 지원정책은 하나에 편중돼 있다.

인천과 중국의 긴밀한 교류를 도울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는 없는 실정이다.

그나마 각 구에 있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교류역할을 하고 있지만 주로 한국어와 중국어 같은 어학 수업을 해주는데 프로그램이 한정돼 있다.

각 센터마다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활동하는 자조모임이 있지만 참가인원이 10명 내외로 적고 스스로 활동하다 보니 모임이 지속되기도 어렵다.

 

   
▲ (왼쪽 사진) 부평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 중국자조모임에서 한국어 능력시험을 대비한 한국어 스터디 모임을 하고 있다. 부평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 중국자조모임 참가자들이 지난해 5월 인천 YMCA 개관식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부평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인천시 최초 결혼이민여성 공무원 1호 왕씬

"내외국인 차별 없이 능력 우선 채용을"


인천에서 결혼이민여성 중 최초로 공무원이 된 왕씬(40) 씨. 그는 13년 전부터 인천에서 살고 있다.

중국 칭다오가 고향인 그는 한중수교가 시작되던 때를 또렷이 기억한다.

"고등학교를 막 졸업했을 때였어요. 당시 중국에서 최초로 칭다오지역에 한국 기업이 들어왔죠.

전자부품 회사였는데 굉장히 새로웠어요. 중국기업보다 급여가 좋았고 위생이나 규칙 같은 것을 중시했거든요. 그 기업에 입사하는 걸 다들 부러워했어요."

20년이 지난 지금은 많은 것이 변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서로에 대한 인식변화가 크다.

"한국에서 10년 넘게 살아보니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중국인 선입견이 많이 없어진 것 같아요. 처음엔 중국인은 지저분하고 가난하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았죠. 하지만 지금은 세계 주요국가라는 인식이 많은 것 같아요. 중국인 억대 부자가 한국전체 인구보다 많다는 얘기도 있잖아요."

그는 한국에 대한 중국인들의 생각도 달라졌다고 한다.

"예전엔 그저 옆에 있는 나라였죠. 그런데 교류가 많아지고 한류바람도 불면서 한국문화, 언어 등을 일반인들도 많이 알게 됐어요. 특히 인천은 지리상으로도 매우 가깝고 한국에선 유일하게 차이나타운이 있어 친근한 도시로 알려졌죠."

그는 인천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 중 중국인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사실 수교는 20년이지만 두 나라는 사실 삼국시대 이전부터 선린우호 관계였다고 생각해요. 근대화 과정 중에 이념의 차이로 불행한 전쟁을 겪기도 했지만 점차 관계가 더 돈독해져 온 것 같아요. 그런데 최근 서해에서 불법어업 중인 중국어선을 단속하던 해경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가슴이 아픕니다. 앞으론 이런 일이 다신 발생하지 않도록 두 나라 간 약속이 필요한 것 같아요."

남동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거쳐 지난 6월부터 인천시 다문화가족팀에서 일하고 있는 그는 한 가지 아쉬운 점을 꼽았다.

"인천에 살고 있는 중국인의 대부분이 제조공장이나 식당 등 제한된 직업에서 일하고 있어요. 이제는 글로벌 시대고 다문화시대이니 사업주분들이 내외국인 차별없이 능력을 봐줬으면 합니다. 실제로 결혼이민자들 중 자국에서 훌륭한 인재로 손꼽히던 사람들이 많거든요. 물론 그들도 한국어를 배우는 등 경쟁력을 갖도록 노력해야 겠지요."



 

   
 

▲중국파견 공무원 이치우핑

"한국문화 접할 기회 더 다양해졌으면"




"올해는 한국과 중국이 더 협력하고 교류가 활발해 질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4월부터 인천시청 국제협력관실 동북아교류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치우핑(25) 씨는 두 나라가 협력하면 더욱 발전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중국에서 두 나라간 업무를 위해 인천에 오는 손님을 안내하고 인천에서 중국관련 회의가 열릴 때 협조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올해는 한중수교 20주년인데 경제, 정치, 사회, 문화 등 각 방면에서 더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는 최근 한국인들에 대한 중국인들의 호감이 늘었다고 전했다. 특히 인천은 경제도시로 중국인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국제공항과 항만이 있고 세계적인 회의도 많이 열려 중국인들도 인천이란 도시를 많이 알고 있어요. 거리도 가깝고 차이나타운이 있어 더 알려졌죠."

그는 한국인이 중국인과 중국역사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데 놀랐다.

"시청에 근무하는 많은 공무원들이 중국어를 공부하고 있어요. 아침 8시부터 일찍 모여 열심히 공부하는 그들을 보며 한국과 중국이 깊은 우정을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한국인들은 일에 대한 책임감이 많은 것 같아요. 배울 점이라고 생각해요." 중국 치샤시 경제개발부에서 근무하던 그는 오는 3월까지 근무한 뒤 중국으로 돌아간다. 남은 기간동안 더 한국문화를 접하고 싶다.

"전 공무원으로 일하다 보니 다른 유학생이나 여행객들보단 인천의 사회와 정치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어서 더 좋은 것 같아요. 그런데 인천에 중국인이 많긴 하지만 유학생이나 저처럼 한국이란 나라를 배울 수 있는 기회는 적은 것 같아요. 마음이 있어도 주변 환경이나 생계 때문에 망설이는 분도 있는 것 같아요. 그들을 위해 한국어와 문화를 배울 수 있는 곳이 더 다양해졌으면 좋겠어요."

/심영주기자 yjshim@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