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업체 연쇄 부도 대금지급 안돼'2중苦'
   
▲ 영종하늘도시 조성공사 현장에 투입된 개인사업자들의 굴삭기가 방치돼 있다. 하도급업체의 잇단 부도여파로 재하도급 받은 개인사업자들이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인천 영종경제자유구역 하늘도시 조성공사 현장에서 하도급업체들의 연쇄 부도 여파로 애꿎게 개인사업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영종하늘도시 1~4공구 각 공구별로 모두 400여 명의 개인사업자가 공사대금을 제때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도 실태

현재 영종하늘도시 조성공사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인천도시개발공사가 시행 중이다.

시공은 1공구 한양건설, 2공구 GS건설, 3공구 GS건설, 4공구 동양건설이 각각 맡고 있다.

이들 시공사는 하도급업체에 도급을 주고, 하도급업체는 다시 개인사업자(장비, 자재, 인력, 주유소, 식당 등)에게 일감을 주고 있다.

하도급업체는 지난 해 3곳, 올해 4곳이 잇따라 부도 처리됐고 수지가 안 맞아 중도 포기하는 타절업체도 2곳이 나왔다.

하도급업체 연쇄 부도로 인해 개인사업자들은 대금을 못받아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최저가입찰로 인한 폐단

지난 2007년 시공사 선정 당시 LH는 최저입찰제를 통해 설계가격의 60% 수준에서 각 공구별 시공사를 선정했다.

건설업계는 "설계가격의 80% 정도로 낙찰돼야 합리적 수준인데 60%로 낙찰받은 시공사는 긴축공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게 되고 이는 고스란히 하도급업체의 자금 경색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LH 관계자는 "당시 입찰은 국토해양부 중앙건설심의위원회 결정에 따라 예산 절감 차원에서 최저가입찰 방식을 택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하도급업체의 문제

하도급업체는 영종하늘도시 현장 말고도 여러 지역의 공사에 참여하고 있다.

하도급업체가 공사대금을 여러 공사현장 상호 간에 융통하면서 현금유동성 악화로 부도를 맞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종도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하도급업체가 영종하늘도시에서 받은 공사대금을 다른 현장으로 전용하기 때문에 자금 악순환이 되풀이 돼 결국은 부도가 나고 있다"며 "영종하늘도시 현장에서 받은 공사대금은 곧장 해당 현장의 개인사업자에게 지급토록 강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대금결제 방식의 불합리성

LH는 시공사에 현금을 지급하고 시공사는 이 대금을 받은 뒤 15일 이내에 하도급업체에 현금 지급한다.

그러나 상당수 하도급업체는 개인사업자들에게 1~3개월 짜리 어음을 발행해주거나 공사 완료 1~3개월 뒤 현금으로 지급하는 실정이다.

이 같은 결제 관행이 개인사업자들의 자금사정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개인사업자들이 현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사이 계약단가와 물가상승의 차이로 장비대, 인건비, 유류대 등의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결국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표준계약서 없는 관행도 문제

개인사업자들이 피해를 떠안게 되는 또 다른 이유는 표준계약서 없이 하도급업체의 일을 수주하는 관행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하도급업체가 표준계약서 작성을 원하지 않아 구두약속만으로 일을 맡고 공사 후 대금 지급이 불확실하게 이뤄지는 것이다.

개인사업자들로선 건설업계 관행 상 하도급업체의 뜻을 거스를 수 없다고 한다.

지역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구조적 모순을 고치려면 유명무실해진 공정거래위원회 표준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하고 하도급업체의 자금 집행 과정을 발주처와 시공사가 보다 철저히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사진=이성진기자 sjlee@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