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성의 미추홀
올 가을 개관한 인천 아트플랫폼의 축하행사 주제는 '다시 개항'이었다. 그런데 그날의 주역 대부분이 현재 서울서 소위 '잘 나간다'는 이들이어서 황당했다. 외지인의 힘을 빌어 '다시 개항'하자는 꼴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다시 개항'하자는 의도는 인천 사람들이 주체가 되어 지역문화를 바로 세워 보자는 것이었겠는데 실제 모양새는 딴판이었고, 결과적으로는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을 한낱 구경꾼으로 내 몬 셈이 되고 말았다.
동시에 개최한 '10개국 27인의 작가가 문화예술의 항구에서 던지는 도시와 인간에 대한 물음들'이란 거판한 부제를 내세운 '개관 기획전'에도 지역 작가들의 모습은 눈에 띄지 않았다. '다시 개항'은 그렇게 끝났다.
개관 두 번째의 기획전은 지난 4일부터 열렸다. 제목은 '우키요에(일본판화) 속 풍경화, 호쿠사이와 시로시게'였다. 이에 대해 "기껏 '다시 개항'하자더니, 제국주의 시대처럼 일본이야!"라는 빈정거림이 없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같은 속 좁은 언설은 차치하더라도 일본대사관이 광복 후 한국 제3의 도시 인천에서 여는 첫 전시회의 비중이 겨우 이 정도인가 싶어 안타까웠다. 똑같은 크기의 금속 액자와 복제 수준 등이 눈에 거슬렸다.
인상파 화가 '고흐'까지 열광해 마지않았던 '우키요에(浮世繪)'의 짝퉁을 마치 '달력 그림'처럼 걸어 놓았으니 감흥이 있을 리도 없었다. 전시회 개최를 주문한 대사관 측이나 이를 받아들인 아트플랫폼이 난형난제로 보였다. 우애적(友愛的) '정치 잔치'라면 몰라도, '다시 개항'이나 '문화 교류'와는 거리가 먼 것 같았다.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