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론
세종시 계획수정 문제를 놓고 여권이 서로 딴소리를 하고 있어 국민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한나라당 지도부와 가진 조찬회동에서 세종시 수정추진 의사를 밝히면서도 "국민도 반대하고 우리도 반대하면 길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과 정운찬 국무총리, 조윤선 한나라당 대변인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이 한 말은 수정포기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며 세종시 계획 수정의지를 거듭 강조한 것이라고 했다. 반면 취임하자마자 세종시 계획수정에 매진하고 있는 정 국무총리조차 관훈토론회에서 행정부처 이전 규모에 대해 하나도 안 갈 수 있고 다 갈 수도 있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논의 중이라는 애매모호한 말을 해 의구심을 갖게 하고 있다. 한나라당 조 대변인도 불교방송에 출연해 정부가 세종시 대안을 내놓았는데 충청도민들이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면 대안을 밀고 나갈 수 없다고 말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9개부처 2처2청을 세종시로 이전하는 계획을 수정하기로 한 것은 이에 따른 부작용이 한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행정부처만 옮기면 자급자족도시가 될 수 없고 주말이면 공무원들이 가족들이 있는 수도권으로 가기 때문에 유령도시가 될 것이 불문가지이다. 국가기관 분산으로 효율적인 행정이 이루어지지 못할 것이다. 지금도 국회와 행정부처가 서울, 과천, 대전으로 분산돼 있어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는데 상당수 부처가 세종시로 옮겨갈 경우 이런 현상은 더 심화될 것이다.
물론 화상회의 등을 이용하면 된다는 시각도 있으나 직접 얼굴을 맞대고 해도 결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데 이런 회의가 실효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잘 안다.
또 엄청난 혈세가 낭비될 것이다. 국회회기 때나 청와대 회의 등이 있을 경우 공무원들은 수시로 출장비를 받아 서울로 올라올 것이다. 세종시로 내려간 부처는 서울에 별도의 사무실과 이곳에 근무할 공무원들을 배치해야 할 것이다. 현재 과천에 있는 경제부처의 대부분이 서울에 또 다른 사무실을 두고 있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행정부처 세종시 이전 공약으로 재미를 좀 보았다는 고 노무현 전대통령이 만든 열린우리당을 승계한 민주당과 충청도를 기반으로 한 선진한국당이 반대하는 것은 이해가 간다. 그런데 한나라당 박근혜 전대표가 당론과는 다르게 세종시의 원안추진을 고집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물론 악법도 법이라고 자신이 대표로 있을 때 통과된 세종시 관련법을 수정하는 것은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원안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행정부처의 세종시 이전은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수정돼야 하는 게 이치에 맡는 것으로 아는데 계속 이같은 주장을 굽히지 않는 것은 차기 대권을 노리는 선두주자로서 또하나의 포퓰리즘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물론 상당수 충청도민 표를 의식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전을 반대하는 국민들도 상당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길 바란다.
각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결과만 보아도 절반 이상의 국민이 행정기관의 세종시 이전을 달가워하지 않고 있지 않는가. 또 통일 후를 대비해서도 행정부처의 세종시 이전은 절대로 실현돼서는 안 될 것이다. 현재 정부는 세종시를 자급자족할 수 있는 과학비즈니스 도시로 만들기 위해 갖가지 방안을 검토해 올해 안에 그 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충청도민이나 야당의 반발강도로 보아 정부가 아무리 좋은 방안을 마련해도 이들을 만족시키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럴 바에야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행정부처 이전만큼 중대한 사안은 충분히 국민투표에 부쳐질 가치가 있다고 본다. 이것 또한 여의치 않으면 아예 수도를 세종시로 옮기자. 청와대와 국회, 사법 등 국가기관이 한 곳에 모여 있어야 행정의 효율을 도모하는 것은 물론 혈세가 새는 것을 막을 수 있기에 하는 말이다.
 
/유민원 한국언론인협회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