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눈치보기 탈피 지역민 입장 대변
 인천지역 국회의원들은 올 한해 격랑의 시간을 보냈다.
 지난 4·15 총선에서 지역구 12개 가운데 열린우리당 9석, 한나라당 3석으로 여당이 압승을 거둬 지난 16대의 한나라당 6석, 새천년민주당 5석이었던 야대여소 구조가 무너졌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한나라당은 3선의 황우여(연수) 이윤성(남동갑) 이경재(서구·강화을) 의원만 국회에 재입성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재선의 이호웅(남동을) 최용규(부평을) 송영길(계양을) 안영근(남구을·한나라에서 당적 변경) 의원과 함께 한광원(중·동·옹진) 유필우(남갑) 문병호(부평갑) 신학용(계양갑) 김교흥(서구·강화갑) 의원 등 정치 신인이 탄생했다.
 한나라당은 3선이 대거 포진하면서 황우여 의원이 교육위원장을 차지한 데 이어 이경재 의원은 환경노동위원장을 맡았고 이윤성 의원은 국회개혁특별위원장에 오르는 등 당내에서 입지를 굳혔다.
 건설교통위원장을 노리던 열린우리당의 이호웅 의원은 3선의 김한길(구로을) 의원에 밀려 간사자리에 만족해야 했고 막강한 권한이 있는 법사위원장 유력 후보였던 최용규 의원도 정치역학상 야당에 위원장직을 양보하는 관계로 차기를 노리게 됐지만 이 의원이 당의장 특보단 단장으로 활동하는 등 여당 의원들도 당내에서 적지않은 영향력을 발휘하게 됐다.
 올해 인천지역 국회의원들의 강화된 정치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 가운데 하나가 송도신도시와 영종도 경제자유구역을 잇는 제2연륙교의 교각 폭 논란에 개입, 지역 주민들의 여론을 최대한 반영시킨 것이다.
 건교부 및 재경부 등 중앙정부는 제2연륙교의 주경간폭(교각과 교각의 거리) 700m가 경제적이라고 주장한 반면 인천지역 항만전문가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900m 이상이어야 안전한 선박 통항이 가능하다며 반발했다.
 송도·청라·영종 경제자유구역의 조속한 개발을 위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전에 제2연륙교를 완공해야 한다는 중앙정부의 시각과 한번 건설되면 백년 이상 사용해야 할 다리에서 안전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역 전문가 사이의 갈등에서 지역 국회의원들은 지역민들에게 힘을 실어줬고 결국 중앙정부도 인천 시민들의 논리를 인정, 주 경간폭을 800m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건설교통위 소속인 한나라당 이윤성 의원이 국정감사와 연계, 인천지역 항만전문가들을 건교위 청문 대상으로 전격 신청하면서 제2연륙교 문제를 중앙에서 심도있게 다루는 계기를 제공했다. 같은 건교위의 열린우리당 이호웅 의원, 농림해양수산위의 한광원 의원, 재경위의 송영길 의원, 정무위의 신학용 의원, 행자위의 홍미영(비례대표) 의원 등도 국정감사에 한 목소리로 제2연륙교 주경간 폭 문제점을 제기, 여당과 정부는 국무총리 공관에서 당·정협의를 갖기에 이르렀으며 애초 계획보다 100m 늘어난 주경간 폭이 결정됐다.
 이번 결과를 놓고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1994년 굴업도 핵폐기장 반대 투쟁에서는 인천 전역을 노란색 물결로 뒤덮을 정도로 시민 전체가 나서 정부가 인천시민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추진한 정책을 백지화시킨 반면 제2연륙교 사태는 지역 여론주도층과 정치권이 대표가 돼 정부의 잘못된 판단을 시정시킨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지역 민심과 따로 놀던 지역 정치권이 중앙의 눈치 보기에서 벗어나 지역민의 입장을 대변한 사례가 제2연륙교 교각폭 조정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17대 인천의원들은 인천지역을 기반으로 탄생한 iTV가 방송위원회로부터 재허가 추천 거부 조치를 당할 때까지 노·사간 갈등 조정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듣고 있어 24일 열린 ‘경인방송 사태의 합리적 해결을 위한 국회의원 정책간담회’가 앞으로 어떤 성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경제자유구역 지정 1년이 지나도록 이익단체 및 이해단체의 반대로 후속 법안 제정이 지연,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는 송도·청라·영종 경제자유구역 개발을 위해 12월3일 열린우리당 인천시당(위원장·이호웅) 주최로 ‘경제자유구역의 성공적인 미래전략 수립을 위한 토론회’를 갖는 등 적극 대처한 것도 눈길을 끈 부분.
 하지만 이헌재 경제부총리 등이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음에도 불구, 여당내 의견이 조율되지 않아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되지 않는 법안이 여럿이어서 인천 경제자유구역 개발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올 한해 인천지역 국회의원들은 의원 고유 업무 중 하나인 각종 법안 발의에도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회 공전으로 아직까지 임시국회가 아직 끝나지 않아 최종 통과된 법안은 많지 않지만 상당수 의원들이 법안 마련에 심혈을 기울였다.
 열린우리당 이호웅 의원의 경우 17대 들어서만 교통안전법개정안,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중 개정 법률안, 학교보건법 중 개정 법률안 등 14개 법안을 대표발의해 놓은 상태다.
 같은 당 송영길 의원도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중 개정법률안을 비롯한 헌법재판소법 중 개정법률안, 증권거래법중 개정법률안 등 10여개의 법안을 발의, 각 해당 상임위를 통과했거나 논의 중이다. 송 의원은 의정활동과 함께 각종 현안을 놓고 여·야 의원이 논쟁하는 정책토론회에 고정 패널(?)로 참석, 전국적으로 얼굴을 알렸다.
 한나라당 이경재 의원은 3선의 환경노동위원장이면서도 국정감사기간 ‘북한이탈주민 직업훈련 및 고용촉진 방안’ 등의 각종 정책 자료집을 발간, 화제를 모았다.
 인천시 부시장 출신의 열린우리당 유필우(남구갑) 의원도 올 한해 정치적 도약에 성공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는데 ‘식품기탁촉진에 관한 법률안’ 등을 만들었으며 특히 보건복지위 국정감사 과정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재선의 최용규 의원은 ‘국가보안법폐지법률안’을 대표발의하는 한편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재산환수 특별법’ 공청회를 여는 등 16대에 이어 친일문제 해결에 힘을 쏟았다.
 인권변호사인 문병호 의원은 ▲진실규명과 화해를 위한 기본법 ▲언론중재 및 피해규제 등에 관한 법률 ▲군 의문사 진상규명 등에 관한 법률을 발의하고 진실규명과 화해를 위한 열린우리당 TF 법안책임자로서 각종 개혁 입법안 성안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 관심을 끌었다.
 회계사 출신인 한광원 의원은 연안여객선 운임의 일부를 정부가 지원해 주는 것을 골자로 하는 농림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산어촌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과 수상레저안전법 개정안을 만들었고 김교흥 의원은 특허법중 개정법률안, 품질경영 및 공산품의 안전관리법 중 개정법률안, 조세특례제한법중 개정법률안 등 경제관련 법안을 제출했다.
 법무사 최초의 국회의원이란 별칭을 달고 다니는 열린우리당 신학용 의원은 한국여성유권자연맹 등 270개 NGO모니터 단이 선정한 올 국정감사 우수 위원 75명 중 한 명으로 뽑혀 주변의 부러움을 샀다.
 인하대 운동권 출신 재선의원으로 강성 개혁파로 분류되던 열린우리당 안영근 의원이 여당 내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 간사로 선임돼 국보법 폐지 반대 운동을 벌이며 보수세력과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은 정치가 생물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운 사례.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7번으로 무난히 국회에 입성한 홍미영 의원은 행자위 국감에서 서울시장의 행정수도 이전 반대 운동 개입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 여전사의 모습을 각인시켰다.
 인천 인일여고 출신으로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정계에 입문한 인천 의사 집 딸 안명옥 의원도 각종 법안 발의에 앞장서는 한편 ‘저출산및고령화사회대책특별위원회구성결의안’ 제출을 시작으로 갑자기 줄어들고 있는 인구 문제를 집중 부각, 전문성을 최대한 발휘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인천지역 여·야 의원 모두 정부의 행정수도 이전 추진이 인천 지역에 미칠 경제·문화적 영향 등에 대해 제대로 연구하지 않아 앞으로 중앙정부와 지역간의 갈등에서 지역 주민들을 이해시킬 논리개발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기준기자 gjkim@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