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창욱 사단법인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상근부회장
▲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상근부회장

지난 주 폐업 위기의 인천경기지역 소상공인 재기를 돕는 교육 프로그램에서 강의했다. 인천 연수구의 강의장에서 만난 수강생은 10여명이었다. 20대부터 60대까지, 업종도 다양했다.

“오늘 이 시간을 교육이나 강의로 생각하지 말고, 그냥 더 나은 나를 생각하고 상상하며 낯선 사람, 고객과 대화에 참여한다고 생각하세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혹시 제 나이를 짐작해 보세요”라고 했더니 한 명이 62세라고 했다. 약간 눈살을 찌푸리는 듯하며 다른 사람을 찾았다. 50대 후반이라고 했다. 또 눈길을 돌리니 한 명이 40대 후반이라고 했다. 고맙다며 작은 선물을 주었다. “선물 받은 이유를 짐작하라”고 하니 머뭇거렸다. “고객만족 때문”이라고 하며 “60세를 넘었다”고 했다. “장사꾼은 고객이 기분 좋아 돈쓰고 다음에 다시 오면 최고가 아니겠느냐”고 하니 모두가 박수로 답했다.

이런 말을 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대기업에서 제법 잘 나가던 사람입니다. 중소기업 근무와 강의로 삶을 꾸리는 데 사실 참 고달픈 직업입니다. 오늘도 서울에서 여기 오는 데 지하철만 2시간 탔고, 점심도 제 때 못 먹었습니다”라고 말하며 친구와 술자리를 소개했다.

“자주 만나질 못해 짜증이 난 고향 친구가 무슨 강의를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마케팅, 고객만족, 리더십' 등을 말했더니 '내 술잔 빈 지가 10분이 지났다'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술자리 친구의 역할이 말친구와 잔 채우기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이후에 변화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논어에 나오는 '근자열 원자래(近者悅 遠者來)'는 가까운 사람을 기쁘게 하면 먼 데 있는 사람이 온다'는 뜻이다. 단순하고 정곡을 찌르는 진리다.

이 진리가 작동되는 큰 판의 시간이 지났다. 한 표 달라고 천지가 시끄러웠다. 지역으로 선거구를 나눈 것은 가까운 지역의 국민에게 최선을 다하라는 역사적 명령이 아닌가? 평소에도 그랬지만 선거운동 기간 내내 후보자든 운동원이든 제대로 된 모습을 볼 수도 스치듯이 지나가며 낯설기만 했다. 먼 곳에 있는 당과 중앙에만 충실하지 가까운 지역 유권자는 소홀하기 그지없다. 사회적관계망(SNS)활동도 일방적이었다. 출마한 선후배에게 응원 글을 달아도 대답 한 번 받은 적이 없다. 마지못해 투표장 나가 찍었다. 그나마 덜 나쁜 사람만 골랐다.

이제 선거는 끝났다. 실제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그런데 벌써 가관이다. 이겼다는 환호성만 들리고 졌다고 세상 끝난 듯하다. 이겼으니 겸손하게 잘 챙기려는 모습, 졌으나 제대로 돌아가는지 챙겨보겠다는 말도 없다. 국민은 늘 그랬듯이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본업에 충실하다. 가까운 생업의 현장에 눈뜨고 귀 기울이길 바란다. 다음에는 저절로 당선될 것이다.

다시 강의장이다. 시간 내내 당부한 말이 있다. 힘들지만 털고 재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오늘 강의장에 모인 10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같은 길을 걸어 보았고 아픔을 아는 분들이기에 두 가지가 소중하다. 하나는 힘든 상황이 '나 만' 그런 것이 아닌 것을 알면 위로가 되기 때문이다. 다음 하나는 다른 업종 가게 운영의 성공과 실패의 경험에서 많은 힌트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3시간 강의 끝에 작은 막대기를 보여주며 무슨 모습이냐고 물었다. 정면의 사람은 '점', 옆에 있는 사람은 '선'이라고 말했다. 위치에 따라 다르지만 실체는 막대기이다. 제대로 보려면 상대의 위치에 가던지, 아니면 다른 위치의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재기하여 성공의 길로 가는 비법이 강의장에 있다며 마무리했다.

강의를 마치고 지친 몸으로 서울행 지하철을 탔다. 핸드폰 메시지가 왔다. 커피 2잔과 함께 온 메시지다. “오늘 강의 들은 수강생입니다. 덕분에 귀한 시간 보내게 되어 참 감사했습니다. 꽃피는 봄 활짝 웃는 계절 되셨으면 합니다. 너무 감사드려요.” 감동이었다. 되레 위로를 받았다.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상근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