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의료용 마약류에 대한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시민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관리·감독 소홀로 의료용 마약류를 취급하는 병원과 약국에서 의료용 마약류 파손 사고가 해마다 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비록 의료용으로 분류되었지만 의료용 마약류는 환자 및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으므로 엄격하게 관리되어야 한다.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에서 의료용 마약류를 취급하는 기관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의료기관 1200개소, 약국 1193개소, 동물병원 222개소, 병원 167개소 등 총 3037개소이다. 그런데 이들 기관에서 마약류 도난과 분실, 변질, 파손 사고 등이 해마다 늘고 있다. 마약류 사고 건수는 2021년 286건에서 2022년 313건, 2023년 432건으로 불과 2년 만에 51%나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의료용 마약류 관리·감독 소홀은 마약류 오남용 및 유통, 투여 등 범죄로 이어질 수 있으며, 시민 건강에도 위협이 된다. 최근 3년 동안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의료용 마약류 도난·분실 사고는 연평균 8건씩이나 일어났다. 올해에는 지난달까지 108건의 마약류 사고가 발생했고, 이 중 도난·분실은 6건이나 됐다. 일부 의료기관의 경우 프로포폴 등을 과도하게 처방해 마약류를 오남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도 한다.

과연 행정당국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는 것인지 의문이다. 마약류 사고가 끊이지 않는데도 의료기관의 마약류 보관시설에 폐쇄회로TV나 무인경비 장치를 설치한 곳이 드물다. 한 보건소 관계자는 “폐쇄회로TV가 없어 병원과 약국에서 마약류 도난·분실이 발생해도 명확한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토로하는 지경이다.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다. 지난해 7월 인천 한 종합병원은 프로포폴을 분실하고 관할 보건소에 신고하지 않았는데 과태료 300만원과 과징금 90만원을 부과받았을 뿐이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의료용 마약류 사용은 지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 보건당국은 의료용 마약류 불법 유통과 오남용을 막기 위해 보다 철저한 관리·감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