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역에서 30대 청년 외국인 노동자의 안타까운 사망사고가 발생한 이후 3년만에 '공공 기숙사' 건립 사업이 첫발을 뗐다. 앞으로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기본적인 거주 환경과 안전이 보장된 거처에서 지낼 수 있게 됐다.
31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안성·파주·포천·양주·연천 등 5곳에서 외국인 노동자 기숙사를 짓는 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 기숙사는 공공에서 주도하는 성격으로, 지방자치단체가 건물을 신축하거나 기존 공간을 개·보수해 공급한다. 경기도에서는 최초 시설이다. 해당 사업에 도비 27억원에 시·군비를 합쳐 약 63억원이 투입됐다. 지난해 10월 도는 31개 시·군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했고, 각 지자체 재정력 등을 고려해 매칭 비율(40%, 50%)을 산정했다.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공공 기숙사는 2020년 12월 캄보디아 국적 고(故) 속헹(31)씨의 '비극'으로 만들어졌다. 포천 한 농장의 노동자였던 속헹씨는 당시 영하 20도에 육박하는 한파 속 비닐하우스에서 쓸쓸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코리안드림'으로 4년 넘게 한국에 있었던 그는 한 달 남짓 남은 귀국행 비행기 표까지 끊은 상태였다.
경찰과 시민단체가 조사하자 비닐하우스는 전기와 난방이 끊겨 있었고, 바람도 제대로 막아주지 않았다. 간경화 등으로 몸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저체온증과 같은 건강관리 요인이 겹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속헹씨는 직장 건강검진마저 받지 못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속행씨의 산업재해를 인정했다.
이에 전국에 있는 시민단체가 정부와 지자체에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유력하게 언급된 대책이 바로 지자체 차원에서 운영되는 기숙사였다. 보통 농어촌 외국인 노동현장은 사업주가 비용을 받고 숙소를 제공하고 있는데, '가설 건축물' 등으로 대체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의 단속 인력도 한정돼 시민단체가 직접 고발하는 경우가 잦았다.
상황을 파악한 강태형(민주당·안산5) 경기도의회 의원이 일명 '속헹씨법'이란 별칭을 붙여 '경기도 농어업 외국인 근로자 인권 및 지원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지난해 2월 도의회에서 의결된 조례는 지자체가 기숙사 등 주거환경 관련 지원을 펼 수 있도록 했다.
강 의원은 “속헹씨가 생을 마감한 뒤 정부와 도가 관심을 많이 두고 있으나, 이들이 죽거나 다치는 피해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의원으로서 더욱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시민단체도 도의 정책을 반기면서, '안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속헹씨 사고 진상규명을 비롯해 외국인 노동자 인권 보호 활동을 해온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는 “사고를 계기로 정부가 외국인 노동자 기숙사에 대해 관리 감독을 강화했고, 공공 기숙사까지 추진돼 상당히 긍정적인 신호라고 본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여러 정책이 계속 고민돼야 한다”고 말했다.
4월부터 연말까지 순별로 완성될 기숙사 5개소는 총 8133㎡ 면적에 들어선다. 250명 이상의 외국인 노동자가 지낼 수 있는 규모다. 도는 올해 본예산에도 27억원을 편성해 추가 건립이 예정됐다. 다만 지난 2월 수요조사에서는 공모한 시·군이 없었다. 도는 외국인 노동자가 2023년 기준 60만 이상으로 점차 증가하는 데다 농어업 필수 인력으로 자리한 만큼, 시·군 설득 등 노력을 계속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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