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헌 인하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겸임교수<br>
▲ 이종헌 한양대학교 미래인재교육원 겸임교수

얼마전 예일대 셀리 케이건 교수의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읽을 기회가 있었다. 이 책은 '죽음'의 본질과 '삶'의 의미 그리고 '생명'의 존엄성을 고찰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책 내용에 100% 공감은 할 수 없었지만 대부분 공감이 간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죽음이란 생물학적으로 숨이 멎은 상태이자 삶의 완성이란 생각이 든다. 또한 남은 자가 슬픔을 이기고 고인을 어떻게 추모하느냐에 따라 제대로 완성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말 인천광역시체육회 사무처장을 역임하신 한상철 님께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필자가 입사 당시 과장님으로 모셨고, 사무처장을 끝으로 체육회를 떠날 때까지 지근거리에서 함께 했다. 사무처장님의 죽음을 보면서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

그는 육상선수 출신으로 경기도 시절부터 체육회 직원으로 입사하여 외길을 걸어온 진정한 체육인이었다. 퇴임 후에는 지역 체육인의 모임인 '인천체육인회'에서 사무총장으로 단체를 이끌었고, 체육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놓지 않았다.

평생 체육인의 삶을 살다 홀연히 사랑하는 가족과 체육인을 남겨두고 떠났기에 더 안타깝다. 생전에 인천체육의 역사를 꿰뚫고 있어서 수시로 체육 야사(野史)를 들을 때면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내 듣는 이로 하여금 박장대소하기도 하고 함께 슬퍼하기도 했다.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선수와 직원 임원으로 활동하시며, 체육계에 몸담고 체육 현장과 행정의 중심에서 큰 역할을 하셨다. 그러나 격변하는 스포츠 환경의 변화 속에 공(功)과(過)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걸 논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체육인의 외길을 걸어온 체육원로에 대한 추모가 사뭇 아쉽다.

고인에 대한 추모는 해당 기관에서 장례절차를 진행하는 형태로 추모행사를 대신한다. 사회 또는 단체에 지대한 공헌이 있는 사람이 죽었을 때 단체가 주체가 되어 진행되는 장례의식을 단체장(葬)이라고 한다.

단체 성격에 따라 국가장, 사회장, 협회장, 경찰청장, 국민안전처장, 지방자치단체장, 학교장, 교회장 등으로 장례명칭을 규정하고 단체가 정한 규정에 따라 진행된다.

이제 인천체육회도 인천체육발전에 현저한 공이 있는 자에 대해 인천체육인장(葬)을 생각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유족의 사정에 따라 가족장으로 치를 수도 있고, 종교의 형식을 따르기도 하지만 고인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단체장을 제안할 필요가 있다.

7년 전 고인이 되신 김운용 대한체육회장은 대한체육회와 국기원이 앞다퉈 단체장을 하려고 했지만, 유족의 희망에 따라 태권도장으로 치렀던 경우도 있다.

그동안 고인이 되신 인천 출신 체육인 박현식(야구), 곽재영(육상), 임배영(레슬링), 이기상(야구) 외 수많은 체육원로들이 생각난다.

앞으로 더 많은 체육인이 체육을 통해 향토의 명예를 드높이고 고인이 됐을 때 마지막 추모할 기회를 갖도록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이종헌 한양대학교 미래인재교육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