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영 경제부장.
▲ 이주영 정치부장

“선배, 2초∼.”

요즘 자주 듣는 핀잔이 있다. 나도 모르게 내뱉는 말들이 자칫 상대방에게 전달될 수 있음을 항상 경계하라는 주문이다.

휴대전화 기종마다 다르겠지만, 통화 후 종료버튼을 누른 뒤 약 2초 정도는 통화음이 끊기지 않는다. 나처럼 어리석은 자의 경우 통화 후 홀로 구시렁거리는 2초를 상대편이 들을 수 있다.

”매번 저래.” “무슨 소리지.” “나더러 어쩌라고.”

솔직히 통화 후 이런 푸념을 자주 한다. 뒷말을 상대편이 들었음, 진짜 기분 나쁠 거다. 나에 대한 인식 또한 변할 게 뻔하다.

그래서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동료가 수시로 말한다.

“통화 끊고 2초는 침묵해야 한다니까요.”

2초.

짧은 시간이지만, 또 짧지만은 않다. 이 시간 무수히 많은 생각을 하고, 판단할 수 있다.

약 0.013초인 찰나보다 한참이 긴 2초. 순식간쯤 될 이 시간을 기다리지 못한다면 뭐든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이제부턴 통화 후 어지간하면 2초 이상 침묵해야겠다. 자칫 통화 종료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4·10 총선이 16일 남았다. '정치 시즌'이다.

이번 총선부터 인천에서는 기존보다 1석 는 14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하게 된다. 폭발적인 인구 증가를 대변하듯 서구 갑·을이, 갑·을·병으로 분구됐다. 당황스럽게 선거구 경계가 조정된 인천 4곳 선거구는 원도심과 신도심이 더 명확해져, 향후 지역 균형발전에 저해요인이 될 수 있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

인천 14개 선거구에 39명이 후보 등록했다. 거대 양당은 모든 지역구에 후보를 배출했지만, 지난날 폭풍 같았던 제3지대 정당들의 행보는 풀이 죽었다. 경량급 태풍쯤 됐던 녹색정의당은 후보를 단 1명밖에 내지 못하며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만큼 제3지대 등 중간지대가 설 수 있는 정치지형은 단 한뼘도 없다.

극단으로 치닫는 세상에서 관용이 곧 만용이다. 대화와 타협은 사치다. 편 가르기를 하지 않아도, 한쪽으로 치우친 내 편은 반드시 눈에 띈다.

당분간 인천 정치인의 상징색은 파란·빨간색이 독차지할 게 뻔하다. 하늘색·녹색·주황색·하얀색의 정치인이 인천 정치지형에 뿌리내릴 앞날을 그려본다. 특히 일방적 정치에서는 소수 목소리가 끼어들 틈이 없다는 게 속상하다.

선거가 격화되며 '막말' 정치인이 더 양산될 테다. 듣기에도 처참한 말들로 총선판이 얼룩질 거다.

그들이 곧 국민이라는 인식에, 기울어진 정의로 4년을 흘려보낼까 겁난다. 그리고 4년 후 '반성한다'며(뭘 반성하는지는 알까) 유권자 앞에 '악어의 눈물'로 하소연할게 그려진다. 우리 정치사에 이런 일은 다반사였다.

투표는 과거의 만행을 현재가 응징하는 구조다. 2024년 3월, 이 사회는 암울하다.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유권자라면 반드시 응어리진 '남 탓'을 심판할 테다.

선거에서 2초는 엄청난 시간이다.

후보들이 내뱉는 실언, 2초만 생각했다면 그런 언사는 차마 못 할 거다. 과거에 뱉어낸 막말이 부메랑이 돼 이미 후보 여럿이 힘겹게 공천장을 받고도 낙마했다. 2초간의 숨 고르기로 생각을 다듬고 말했담 어땠을까.

유권자에게 2초는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를 정반대로 만들 수 있는 선택의 시간이다.

통화 종료 후 2초를 멈칫하듯, 투표할 때 2초만 숙고한다면 다음 세대까지 더 나은 운명을 안겨줄 수 있다. 그리고 16일 남은 선거기간 후보들도 말할 때 딱 2초만 더 생각해 실언과 폭언, 망언을 줄이길 바란다.

그렇게 2초만 더 생각해보자.

/이주영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