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 '서로의 성장 연구소' 대표]

보습학원 원장 → 양평군 정책실장
퇴임 후 중장년층 삶의 질 향상 앞장
인생경험 IT기술 표현 세상과 소통
“누군가에게는 스승이 될 수 있어”

민선 7기 양평군 정책실장. 양평군 역사상 첫 번째 진보 진영 출신 군수의 등장만큼이나 이목을 끌었던 전 양평군 정책실장 이수진(53·사진)이 시니어들의 활기찬 라이프스타일을 열어주는 '서로의 성장 연구소(양평군 양평읍)' 대표로 변신했다.

보습학원 원장에서 지방자치의 정치가로 변신해 화제가 되었던 이수진은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양평에 나타났다.

3년 전까지 이 대표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매우 아날로그적이었다. 컴맹 수준에 가까웠던 이 대표가 동영상 촬영과 편집을 남을 가르쳐도 될만한 수준으로 변했고, 시니어 모델 수업과 활동을 하며 SNS의 인플루언서로 거듭나고 있다. 유명 패스트패션 브랜드 매장에서 모델처럼 옷을 입어보며 '이번 시즌 ◌◌ 괜찮네'라는 평가를 남긴 그녀의 게시물이나, 동료 시니어 모델들과 찍은 사진 속의 이 대표에게 전문가의 기운이 느껴진다.

“아날로그적 삶이 가능했지만 트렌드에 맞춰 살기 위해 IT 기술로 무장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라며 변화의 과정을 설명한 이 대표는 자신감 가득한 얼굴로 '뉴그레이', '액티브 시니어', '노노개호'(老老介護: 노인이 노인을 간호한다는 의미의 일본 사회 용어) 등의 생소한 용어를 쏟아냈다.

이 대표가 새롭게 시작하려는 '서로의 성장 연구소'는 시니어들이 스스로 삶을 주도하며 새로운 기회와 도전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시니어의 삶을 개조하는 프로그램이다.

'날씬하지 않아도 감각적으로 옷을 입고, 성형도 안 되고, 머리카락 염색도 안 되며 자연스럽게 나이 먹어 여물어가는 과정을 표현하는' 시니어 모델 수업을 경험하면서,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양평에 시니어들의 삶의 질을 위해 꼭 필요하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장수가 악몽이 되지 않으려면 동시대성을 갖춰야 한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라는 이 대표는 “시니어들이 가진 경험을 동시대의 소통 채널인 IT 기술로 표현할 수 있다면 시니어들이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는 것을 막고, 자신의 경력으로는 스승이 될 수 없다고 지레짐작한 시니어들이 누군가에게는 스승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서로의 성장 연구소'는 액티브 시니어 프로그램과 주니어 성장 아카데미로 구성된다. 액티브 시니어 프로그램은 50대 이후 현업에서 물러나 새로운 삶을 능동적으로 계획하려는 시니어들에게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과 능숙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필요한 IT 기술을 눈높이에 맞게 가르치고, 그들의 경험을 새로운 경쟁력으로 바꾸는 프로그램이다. 주니어 성장 아카데미는 양평의 젊은 세대들에게는 각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10여 명의 CEO와 전문가로 강사진을 구성한 창업아카데미다.

지방자치에서 다양한 노인복지 정책을 기획해왔고, 동시에 정책의 한계도 체감했던 이수진 대표는 노인들이 세상에서 격리되고, 복지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것이 아니라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활력과 자긍심을 가지고 배우고 활동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노인복지가 '서로의 성장 연구소'에서 이루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양평=장세원 기자 seawon80@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