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3기신도시 개발원칙은 '선교통 후입주'와 '자족기능 강화'가 핵심이다. 주택공급에 급급한 탓에 수도권 교통이 극도로 악화된 전철을 밟지 말자는 각오가 두 원칙에 응축돼 있다. 그런데, 3기신도시 초장부터 개발원칙이 흔들릴 조짐이 뚜렷해 걱정이다. 정부가 누누이 강조해온 원칙이 이렇게 간단히 흔들려서는 안 된다.

유호준 경기도의원은 지난 13일 행정감사에서 남양주 왕숙신도시 개발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숙신도시는 3기신도시 지난달 착공에 들어간 상태다. 유 의원은 왕숙신도시 선교통 대책이 전혀 진척되지 않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9호선 연장을 위한 공청회도 못 잡고 있고, 남양주와 하남을 잇는 '수석대교' 건설도 확정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인근 다산신도시의 경우 입주 5년이 지난 현재도 당초 약속했던 광역교통계획 가운데 이행되지 않은 게 많은 점으로 미루어 보면 왕숙신도시 역시 '선교통 후입주' 원칙이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자족기능 약화 우려도 크다. 왕숙지구의 경우 전체 면적의 11.9%를 자족용지로 확보해 미래산업을 육성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된 바 있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 9월 내놓은 주택공급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3기신도시의 주택공급 물량을 3만 가구 추가할 예정이다. 주택을 늘리려면 공원녹지나 자족용지를 줄일 수밖에 없다. 어디서 얼마를 줄일지 구체화하지는 않았지만, 자족기능 강화라는 개발원칙은 이미 금이 간 모양새다. 당장 왕숙신도시부터 자족용지가 축소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

왕숙신도시만이 아니라 3기신도시 전체의 개발원칙이 반드시 지켜지기를 바란다. 당장 주택공급이 급하다고 아파트를 대량으로 밀집공급 하던 1990년대 방식으로 인해 수도권 교통은 최악의 상태로 치닫고 있다. '김포골드라인' 같은 교통지옥이 더는 출현해선 안 된다. 당장 2026년 말부터 왕숙신도시 입주가 시작된다. 시간이 없다. 선교통 대책에 가속도를 붙여야 한다. 신도시의 자족성이 더 퇴보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주기 바란다.